상단여백
HOME 기획
시멘트 걷어내니 노랑부리저어새가 찾아오네, 다시 살아나는 ‘장월평천’생명의 숨결 따라 역사의 흔적 따라, 고양의 생태하천 기행(10) - 장월평천 하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9.10.04 16:41
  • 호수 1438
  • 댓글 0

논 줄어들며 수해 위험 증가하자
배수펌프장 신설, 물길 넓혀 해결
동식물 다시 찾는 자연하천 복원
비점오염과 생태교란식물은 심각

하천네트워크, 꾸준한 보호활동
 

[고양신문] 앞선 연재에서 장월평천 주변 송포평야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장월평천의 현재 모습을 치수(治水)와 환경적 관점에서 짚어보자.
장월평천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기까지는 크게 2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하나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1920년대 말 한강제방(대보뚝)이 만들어지면서 조수가 들고 나던 갯골이 정비돼 하나의 물길이 만들어지고, 주변이 농경지로 변모한 일이다. 오늘날 장월평천의 골격이 이때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또 한 번은 최근의 일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장월평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6.5km 구간의 하천폭을 일정하게 넓히고, 제방을 다시 정리했다. 여러 개의 다리가 새로 만들어진 것도 이 때다.

 

장월평천에 가을이 찾아왔다. 장월평천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시멘트블록에 갇힌 수로에 가까웠지만, 자연하천 공사가 진행된 후 다양한 식생이 되살아나고 있다.

반복되는 수해, 대책을 세워라 

장월평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의 사업목적을 보면 ‘상습적 집중호우로부터 주택과 농경지 등 인근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래 전 대보뚝이 만들어지고, 1990년대 초반 자유로라는 튼튼한 제방도 만들어졌는데, 왜 또다시 수해가 반복된 것일까. 정답은 바로 장월평천 주변의 농경지, 특히 논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송포평야를 고양의 마지막 곡창지대라고 부르지만, 사실 주변을 압박하는 도시화와 주민들의 개발욕구 등으로 경지 면적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기후 패턴의 변화와 함께 1990년대부터 국지적 집중호우가 반복되며 기존의 장월평천으로는 치수(治水)에 한계가 왔던 것이다.

논은 쌀을 생산하는 1차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릴 때면 물을 나누어 담아내는 담수지 역할도 하고, 생태적으로는 다양한 생물들이 터를 잡는 생태습지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많은 이들이 인간과 뭇 생명, 그리고 하천의 건강한 순환을 담보하는 장월평천 주변의 논이 개발압력을 이겨내고 보전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추가 설치된 송포배수펌프장

하천 정비사업에 앞서 장월평천에는 또 하나의 치수 시설이 설치됐다. 바로 송포배수펌프장이다. 배수펌프장은 하천 하구로 흘러든 물을 한강으로 퍼내는 역할을 한다. 수위가 일정할 때는 수문을 개방해 한강물과 장월평천 물이 일정하게 들고 나며 섞이도록 두다가, 비가 내려 수위가 올라가면 수문을 닫고, 펌프장 안쪽의 물을 부지런히 한강으로 퍼낸다. 

사실 장월평천 끄트머리에는 일찍부터 구산배수펌프장이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논이 점점 줄어들면서 장마철마다 구산배수펌프장이 감당해야 하는 수량에 과부하가 걸리자, 물줄기의 중간지점인 법곳동에 송포배수펌프장을 추가로 설치한 것이다. 자유로를 따라 이산포에서 파주 산남리까지 달리다 보면 송포배수펌프장과 구산배수펌프장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장월평천의 배수펌프장, 그리고 정비사업은 하천의 1차적 용도인 치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해 준다.  

송포배수펌프장.

 자연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장월평천

앞서 말한 개선사업 과정에서 장월평천은 ‘자연하천’ 모델로 정비됐다. 강둑 경사면의 시멘트 블록을 걷어내고, 강폭을 넓혀 완만한 경사면을 조성했다. 하천 바닥과 경사면에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현재 장월평천 물길을 따라 갈대와 물억새, 버드나무 등이 가득하다. 이러한 식물들은 수질을 정화하고, 하천 생태를 풍성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하천 바닥에는 검은 뻘이 깔려있다. 이는 조수간만의 차에 영향을 받는 기수역 하천 하구의 특징이다. 천변의 뻘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천을 따라 먹이활동을 하는 조류나 고라니, 너구리 등의 무수히 많은 발자국을 관찰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장월평천 생태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전거21 고양지부에서 펴낸 ‘장월평천의 생태와 환경’이라는 자료집에는 장월평천 주변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명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실려 있다. 여뀌, 닭의장풀, 고마리, 개망초, 소리쟁이처럼 이름도 정겨운 식물들도 있고,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백로, 물총새, 기러기, 청둥오리와 같은 새들도 장월평천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그밖에도 말똥게, 긴호랑거미, 팥중이, 누룩뱀, 흑백알락나비 등이 장월평천 생태계의 일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긴호랑거미 <사진제공=한기식>

 반갑다, 노랑부리저어새

장월평천은 기자에게도 잊지 못할 선물을 줬다. 기사를 작성하기 바로 전날 장월평천 둑방길을 산책했는데, 가좌교 부근에서 고개를 숙이고 수면을 부리로 휘저으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새 한 마리와 마주쳤다. 빗자루질 하듯 좌우로 반복되는 고갯짓, 긴 다리로 종종거리며 물고기를 쫓는 경쾌한 발걸음, 무엇보다도 끝부분이 노란 주걱 모양의 부리! 천연기념물 205-2호인 노랑부리저어새였다.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고맙게도 녀석은 기자의 접근을 경계하지 않고 무심하게 먹이활동에만 열중했다.
공릉천 하구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저어새를 먼 거리에서 관찰한 적은 있지만, 장월평천 중류 지점에서 노랑부리저어새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반가움이 더 컸다. 아쉽게도 카메라가 손에 들려 있지 않아 그 멋진 모습을 눈으로만 저장해야 했다.

법곳3교 부근 풍경.

 빗물에 섞여 흘러드는 오염물질

하지만 장월평천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고양시 서쪽 넓은 농경지대의 우수를 모두 받아내는 수로 역할을 하다 보니, 다양한 요인의 비점오염(非點汚染)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비점오염이란 쓰레기나 동물의 배설물, 자동차 기름, 흙탕물, 비료 성분 등 광범위한 배출 경로를 가진 오염원들이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 오염을 말한다.

사람들의 삶이 고도화, 집중화될수록 비점오염의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수 오접이나 오폐수 배출업체 등 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점오염(點汚染)보다 오히려 비점오염의 부하가 더 클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겨우내 오염원이 쌓였다가 빗물에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봄철에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비점오염의 사례들을 좀 더 들여다보자. 도로 양 옆의 우수관에는 항상 담배꽁초 따위가 수북이 쌓여있곤 하는데, 비가 오면 그 물이 흘러내려가 결국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겨울철에 도로에 대량으로 살포되는 염화칼슘도 심각한 오염원이다. 농업지대도 마찬가지다. 농경지에 뿌려진 퇴비나 비료가 빗물에 녹아 하천으로 스며들어 부영양화를 재촉하고, 축산폐기물이나 불법소각의 잔해도 결국 하천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금까지 하천의 오염을 막기 위해 하수의 유입을 막는 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비점오염원으로 가득한 우수(빗물)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송포평야의 여러 갈래 농수로가 장월평천으로 이어진다.

 단풍잎돼지풀과의 긴 싸움

장월평천 역시 생태교란종 식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곳곳에서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이 강인한 번식력을 앞세워 토종 식물의 자리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하천네트워크 장월평천 수계에 소속된 7개 단체(가재울 환경곳간, 자전거21 고양지부, 대진고 RCY, 일산종합사회복지관, 지구시민운동연합, 주은em, 양촌사랑나눔회) 회원들이 각각 구간을 담당해 장월평천의 관리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이 바로 생태교란식물 제거다. 하지만 제거작업에는 물리적 한계, 해충 피해 등 많은 애로가 따른다. 무엇보다도 식물의 생장이 시작돼 최고조에 이르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제거작업을 집중해야 하는 까닭에,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불볕더위를 감내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장월평전의 생태와 환경’이라는 소책자에는 생태교란식물과 관련해 ‘꾸준하게 협동하며 제거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라는 구호도 등장한다. 웬만한 애정과 책임감이 아니고는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과감한 행정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 고양시 생태·하천 지도-장월평천(고양시), 고양하천네트워크 생태보전 활동사례집(고양시), 2017 장월평천의 생태와 환경(자전거21 고양지부)
■ 도움말 : 신상훈 고양시 생태하천과장, 한기식 자전거21고양지부 사무국장
 

백로 <사진제공=한기식>

 

내발나비 <사진제공=한기식>

 

닭의장풀 <사진제공=한기식>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경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