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래혁신포럼 ‘공생공락의 도시커먼즈를 위하여’

[고양신문] 불평등, 차별, 생태파괴 등 도시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생공락의 터전으로 전환하기 위한 ‘도시 커먼즈’ 논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1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공생공락의 도시 커먼즈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 ‘서울시 2019 미래혁신포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내외 커먼즈 관련 학자 및 활동가 다수가 참여해 커먼즈 관점에서 도시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커먼즈(commons)는 보통 공동자원, 공유재 등으로 번역되는데 도시 커먼즈는 당사자인 시민들이 직접 자원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땅, 물, 햇볕 등 자연 자원부터 기반시설과 제도영역까지 모두 도시 커먼즈 범위 안에 포함된다.

이러한 커먼즈 운동은 최근 10여 년간 유럽의 각 도시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고양에서도 작년 말 고양시정연구원이 주최한 ‘커먼즈와 공유지 실험’ 토론회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이번 미래혁신포럼은 서울시가 2012년 공유도시 선언을 넘어 커먼즈 도시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포럼의 전체 일정 중 오전 기조발제 및 기획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생성적 경제 위해 커먼즈 활성 필요

첫 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P2P재단 대표 미셸 바우웬스는 도시 커먼즈의 필요성과 파트너도시의 역할에 이야기했다. 그는 2년 전 벨기에 겐트시가 추진했던 커먼즈 전환계획 연구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를 맡아 도시 커먼즈를 발굴하고 지원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미셀은 차량공유서비스를 예로 들며 “정부 혹은 민간기업 차원에서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역사회 다중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태로서 커먼즈 방식을 통해 운영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개선,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 관리한다는 점에서 시민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셸에 따르면 이러한 도시 커먼즈는 지난 10년간 겐트시에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커뮤니티, 주택보급, 식량, 육아, 이동권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커먼즈는 일종의 개방적 기여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전통적 시장사회에서는 임금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바라보지만 커먼즈는 시스템 구성원 즉 시민들의 기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미셸은 이를 생성적 경제방식이라고 칭하고 있다. “커먼즈 조직은 기여하는 시민들을 통해 다양한 도시 인프라를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미셀은 지금까지의 도시정책들이 공공과 시장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어 생각해왔다면 앞으로는 공공과 커먼즈가 협업하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출적 방식에서 벗어나 기여를 통한 생성적 경제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커먼즈 활동에 재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도록 도시 법제도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현재 추진 중인 ‘공동선 경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동선에 관한 여러 지표를 마련해 기업 활동을 평가하며 이를 통해 도시정부의 세금정책과 보조금지급에도 반영하는 방식이다. 미셸은 “조사결과 유럽 각 도시의 법조항마다 경제가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발견됐다”며 “앞으로의 경제활동은 공동선을 위해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과 시장을 넘어 커먼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먼즈 법률제정 도시정부가 나서야

이어 발표를 맡은 이탈리아 LUISS 대학 크리스티안 이아이오네 교수는 볼로냐 도시정부가 체결한 커먼즈 협약 사례를 중심으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아오네 교수는 도시 커먼즈를 실험실에 비유했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커먼즈라는 좋은 전략을 통해 기후변화 같은 다양한 도시의 과제들을 오히려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다양한 커먼즈 실험 속에서 도시민들에게 공동 관리를 할 수 있는 권리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타났다. 2014년 볼로냐의 커먼즈 조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도시 커먼즈의 돌봄과 재생을 위한 시민과 도시간의 협력에 대한 협약’이라는 이름의 조례에는 절차적 규정과 도시 커먼즈 역할, 교육, 시 정부의 지원, 소통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볼로냐 커먼즈 규약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여러 도시들이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아오네 교수에 따르면 나폴리에서도 커먼즈 실험을 위한 자체적인 규범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바르셀로나 또한 자체 법률을 통해 에너지, 토지 등에 대한 협업적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아이아오네 교수는 “도시는 공동의 자산이며 시민 누구나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장소의 벤치 하나를 공유하는 것부터 디지털, 에너지, 각종 기반시설 등에 대한 공동관리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동의 소유관리가 지방정부를 통해 가능할 수 있고 대학에서도 교육을 통해 도시커먼즈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사회혁신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여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오아네 교수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아닌 도시가 법률입안자를 선언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가 파괴해온 도시의 역할을 온전히 복구하기 위해서는 도시 커먼즈를 위한 법률적 정치적 선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먼즈 통해 도시난제 해결 나설 것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공유도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커먼즈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 시장은 “이제는 개별적 시도를 넘어 시민 중심의 조직에 권한을 넘기고 다양한 공유실험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시 차원에서 커먼즈를 법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전했다.

에치오 만치니 밀라노공과대학 명예교수는 커먼즈의 핵심적 개념을 협업이라고 강조하며 현대사회가 처해있는 각종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만치니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는 경쟁과 개인만이 존재하지만 커먼즈는 함께 일하고 서로를 공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커먼즈 논의가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사람들이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사람들이 기여를 통해 협업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도시 커먼즈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밖에 플랫폼 자본주의에 맞서 커먼즈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커먼즈 활동에 있어 여성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관건은 커먼즈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 폭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베타성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미셸은 “커먼즈가 좋긴 하지만 평등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생활이 여유로운 지역과 달리 가난한 동네에서 커먼즈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며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와 도시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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