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계결산서 살펴보니... 수년째 수입은 낮게 예측하고 지출은 부풀려

지난해 순세계잉여금 4705억
일반회계는 2448억, 10% 넘어
미수납액은 1665억, 결손208억


[고양신문] 고양시가 걷은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음해로 넘기는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은 지나치게 낮게 예측하고 지출은 부풀리는 식의 관행적 예산 편성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양시 2018회계연도 결산서에 따르면 작년 한해 초과 세수입과 사업비 집행 잔액 등으로 인해 발생한 순세계잉여금이 4705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세계잉여금은 한해 세입에서 세출을 뺀 잉여금 중 이월금과 보조금 집행잔액(반납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예산을 뜻한다.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기준으로 2448억원이 남았는데 이는 고양시 일반회계 전체 예산인 2조2000억원의 10%가 넘는 액수다. 시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산 집행잔액 규모는 1451억원으로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146억원), 수송 및 교통
(107억원), 문화 및 관광(89억원) 등의 순으로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중 100% 전액 불용처리 된 예산이 총 24건에 17억8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30% 이상 불용건수는 총 137건 1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용사유 중 계획 변경 등으로 인한 집행사유 미발생 금액 또한 56억원을 넘겼다. 

이처럼 작년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큰 이유에 대해 시 회계부서는 “집행 잔액의 경우 작년 국가사업 변동으로 인해 국도비 매칭사업의 잔액이 많았으며 교부세 초과 수입 등으로 인해 993억원 정도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이 취소되거나 변경됐다 해도 추경예산을 통해 감액조치 후 다른 재원으로 변경하는 등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게다가 순세계잉여금이 비단 작년 한해의 문제만이 아니라 2014년 1848억원에서 시작해 최근 5년간 평균 26.3%의 증가율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비판받는 부분이다<표 참조>. 이는 경기도내 비슷한 예산규모를 가진 부천, 용인 등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다. 때문에 예산불용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 예산운용 설계 전반의 문제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집행 잔액은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매년 불용액이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박시동 정의당 시의원은 “주민이 낸 세금은 예산반영을 통해 정책으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이렇게 돈이 남는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이는 예산 설계부터 집행, 그리고 이후 남는 예산을 추경을 통해 재조정하는 과정 전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후진적 행정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예산결산서 세입결산 총괄내역에 따르면 시가 걷어야 할 징수액 중 미수납액 규모는 166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끝내 결손 처리(소멸시효 완성, 행방불명, 무자력자 등)된 금액이 무려 208억원에 달했다. 올해 6월 시의회 예결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재산추적을 통해 아예 무재산으로 나타나거나 시효소멸된 경우 결손액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 외에는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하승우 더 이음 운영위원은 “(고양시)결산서에 나타난 순세계잉여금과 미징수액 규모로 비춰볼 때 고양시는 예산을 잘 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 걷지도 못한다고 볼 수 있다”며 “매번 사업예산이 부족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예산을 제대로 걷고 집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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