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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북미협상<높빛시론>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 승인 2019.10.17 21:49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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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한신대 초빙교수,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 교장)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북미협상의 시계가 종착점인 연말을 향해 재깍재깍 소리 내며 가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북미협상 결과를 외교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상 올 연말까지는 협상 타결이 필요하고,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 측에서도 연말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쟁점

북미 실무협상이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했기에 기대가 컸지만 막상 협상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회담 후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으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는 조치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갔고 북측과 좋은 논의를 했다”며 협상 경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밀도 있는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주 내 다시 만나라는 스웨덴 측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실무자들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고, 미국 측은 “양국이 70년 간 걸쳐온 한반도의 전쟁과 적대 유산을 단 한 차례 회담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달래면서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재자인 스웨덴이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2주 후 회담 제안을 했을 것이기에 실무회담이 아직 완전히 결렬로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등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미국과 북한 양측의 의도와 입장은 다 드러났다. 북한은 이번 북미협상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다 동원하고 있으며 남한 측과도 접촉선을 끊은 채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단행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에 대해 상응하는 미국 측의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단계적 상호 행동으로 미국의 북한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또는 부분 완화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폐기 과정은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없애는 미국 측의 실천적 조치가 같이 맞물리면서 단계적 상호 행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와 그에 이르는 로드맵(road map)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북한 측이 약속한 영변 핵단지 폐기 외에 은닉된 고농축 우라늄 시설도 폐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입장은 북핵폐기의 입구와 출구가 포함된 포괄적 청사진이 나오기 전 경제제재 해제는 어렵고 현재 해줄 수 있는 것은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협 재개 지원,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라는 것이다.

북미 간 협상 타결이 어려운 이유는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북핵 폐기의 최종상태인 핵무기, 핵시설, 핵인력에 대한 북한 측의 리스트 제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북미 간 오랜 적대관계 속에서 서로 최소한의 신뢰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북한은 자신이 먼저 핵 리스트를 제시할 경우 논란이 종식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국 내 협상 방해세력 때문에 논란이 더 증폭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과거 2007년 6자회담 협상 시 북한이 먼저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했지만 진위 논란만 더 커져 협상이 좌초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 리스트만 공개하고 협상은 무산될 경우 국가안보의 핵심적인 전략시설만 노출돼 추후 공습목표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폐기의 전체 청사진과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단계적 폐기로 들어갈 경우, 북한의 지연전술로 인해 비핵화 일정이 늘어지고 자신들은 북한 측에 질질 끌려다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초강대국으로서 전 세계를 상대로 리더십을 행사해야 하는 미국 입장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 먼저 이번 북미협상의 목표를 낮추어야 한다. 신뢰가 낮은 북미 관계 속에서 단번에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욕심은 무리이다.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하고, 추후 북핵폐기의 실천과 평화정착 과정에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나가면서 모호한 부분을 보완하면 될 것이다. 동서고금의 평화협정 대부분이 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가?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서 신뢰을 쌓아간다면 그 다음 단계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번 합의가 미국 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만 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한 한·미 양측의 대범한 배려가 필요하다.

운명의 시계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 말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남·북·미 모두는 패자가 된다. 북한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재개하고 미국은 이에 맞서 폭격 등 초강경 대응을 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태가 된다. 그리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운명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자.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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