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허형만 시선집 『뒷굽』

친근하고 따뜻한 서정시 창작 외길
47년간 쓴 시 중 직접 고른 80편 수록

 

허형만 시선집 『뒷굽』(시선사 刊)

[고양신문]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고 있는 허형만 시인이 시선집 『뒷굽』을 발간했다. 시선사에서 기획한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시리즈 7권으로 이름을 올린 시선집에는 평생 동안 발표한 작품 중 허 시인 스스로가 직접 고른 80편의 시가 수록됐다.

197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허형만 시인은 그동안 17권의 시집과 6권의 시선집, 그리고 다수의 수필·평론·연구서를 상재한 바 있다. 그의 시 ‘동전 한닢’과 ‘녹을 닦으며’는 각각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고, ‘겨울 들판을 거닐며’와 이번 시선집의 표제작 ‘뒷굽’과 같은 시들은 친숙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며 널리 애송되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목포대학교 국문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정년퇴임한 후 몇 해 전부터 고양시청 부근 원당에 거주하며 이웃들과 함께 시 공부를 하며 만년을 보내고 있다.

허 시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의 실험에 몰두하는 현대시의 경향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인상을 쉽고 따뜻한 언어로 풀어내는 문학적 태도를 평생 견지했다. 또한 암울했던 80년대를 통과하며 시가 참여와 변혁의 도구로 호출되던 시절에도 허형만 시인은 현실에 대한 고뇌와 의지를 따뜻한 서정의 언어로 녹여냈다. 그러면서도 존재의 깊이와 연결된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덕분에 독자들에게 시를 읽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해왔다.

시선집 『뒷굽』을 펴낸 허형만 시인. 원당에 거주하는 고양의 이웃이다.

시선집 뒤편에 첨부된 ‘시인의 산문’은 시인 스스로의 문학세계를 반추하는, 짧지만 응축된 자전(自傳)이다. 그는 이 글에서 빛과 소리의 신비, 만남의 신비, 은총의 신비를 말하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요즘 나는 이 세 가지 신비로움을 더을 절실하게 가슴에 품는다”고 적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 그리고 그 너머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경탄하며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원로 시인의 마르지 않는 시심의 밑바탕임을 짐작케 한다. 산문 말미에 허 시인은 “나는 이 순간도 ‘너무 좋아서 미울 정도’의 시를 쓰고자 노력한다”는 미더운 약속을 스스로와 독자들에게 전한다.

현재까지 33권이 출간된 시선사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에는 허형만 시인과 함께 김후란, 이수익, 최규창 시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공량 시선사 대표는 “문인들만의 언어로 쓰여진 실험시, 난해시가 시와 독자들과의 거리를 점점 떨어뜨려놓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쉽고 따뜻한 언어로 감동을 전하는 서정시인들을 엄선한 시선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정통 서정시의 한길을 걸어온 허형만 시인이야말로 시리즈의 콘셉트와 가장 부합하는 시인 중 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땅도 오래 쓰면 객토하듯, 독자를 잃은 시의 토양이 서정시와 함께 되살아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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