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고양포럼>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첫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교수가 21일 고양포럼 강사로 초청됐다. 

“외환위기 때 재벌 감쌌던 언론,
지금도 달라진 것 별로 없어”


[고양신문] 김대중 대통령 당선 시절 인수위에 참여했으며 김대중 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고양시를 방문했다. 고양신문 주관으로 21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10월 고양포럼은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태동 교수를 강사로 초청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을 하며 옥살이를 함께 했던 이해동 목사도 자리를 함께해 추모의 말을 전했다. 이 목사는 김 전 대통령과의 구치소에서의 첫 대면을 떠올리며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그분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가 평생의 가치로 여겼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자”라고 말했다.

이해동 목사.

고양신문 이영아 발행인은 김 전 대통령을 ‘고양의 가장 자랑스러운 이웃’으로 소개하며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삶으로 실천해나갔으며, 한편으로는 수없이 반성하며 수정할 줄도 아는 훌륭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신문은 5년 전부터 세 번의 포럼과 각종 강연을 통해 오늘날 왜 그의 사상을 되살려야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왔다”며 “최근 시가 20년 간 방치돼 오던 일산 사저를 기념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강사로 초청된 김태동 교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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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97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외환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급선무였다. 당시 언론은 외환위기가 누구의 잘못인지 감추기 위해 ‘IMF 사태’라는 용어로 슬쩍 바꿨다. 외환위기는 재벌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꿔갔는데, 돈을 달러로 빌려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온 국민이 피해자였던 97년 외환위기는 그 가해자가 재벌과 은행, 이를 감독하지 못한 정부였다. 그럼에도 김영삼 정부는 정권 말기 이런 위기가 닥치자, 대선 때까지 숨기기로 작정하고 감추는데 급급하면서 화를 더 키웠다. 언론도 문제였다. 재벌 편에 섰던 언론은 ‘외한 위기’라는 용어를 ‘IMF 사태’로 둔갑시키며 재벌들의 잘못을 감췄다. 재벌과 언론이 지금에 와서 크게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70억원 뇌물을 건낸 롯데 신동빈만 봐도 재벌은 지금도 세습을 공고히 하는 듯하고, 지금도 언론은 그런 재벌과 부패권력을 위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진 않는가.

당시 나는 경제수석이었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왜곡이 심했다. 지금은 조국 전 장관이 언론의 피해자라고 하는데, 20년 전을 돌아보면 김대중 대통령과 나도 당시 언론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었다. 당선자 신분시절부터 언론은 김대중을 공격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게 했다. 심지어 외환위기를 김대중 탓으로 돌렸다. 김영삼 정부는 외화위기 통계조차 공표하지 않고 위기를 꽁꽁 숨겼는데도 말이다.

21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

정권 초기 이렇게 큰 어려움 속에서도 김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족적을 남겼으며 이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이런 업적 외에도 김대중 정부는 다양한 일을 해냈다.

벤처기업과 IT기업을 육성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에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가진 나라가 됐다. 이런 기반으로 한국은 지금도 IT산업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엘빈토플러 등과 교류하며 IT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스스로 공부해왔던 것 같다.

청와대에 복지수석을 신설해 복지국가에 대한 토대를 구상하고 실천했다. 기초생활보장제가 그때부터 시행됐다.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고민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시작됐으며, 지금은 당연시 여기는 의약분업 시작도 그때부터다. 토요일에 근무하지 않는 주5일제도 김대중 정부에서 시행됐다. 임기 내 여성부가 만들어지며 여성인권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인 지원을 하며 여러 제도들을 고쳐나간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이다.

외환위기로 힘든 상황에서 출범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 그가 경제분야에서도 뛰어난 정책가였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외환위기만 없었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이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 수준에서 너무 작은 부분만 말씀드렸을지도 모르겠다. 인수위 시절 일산 사저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서거 10주기 고양시민들과 함께 그분을 기릴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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