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조아라 ‘소동’ 회원

고양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고양신문] 지난 19일 아침 9시. 우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일산동구청 앞에 모였어요. 강원도 청태산에 있는 국립 횡성 숲체원으로 1박 2일 캠프를 가기 위해서예요. 우리는 발달장애 가족 자조모임 ‘소동’의 회원들이에요. 이번 캠프엔 총 30명이 넘는 인원들이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다른 때와 다르게 비장애 형제와 아빠들도 참석했기 때문이죠. 더욱 의미 있고 풍성한 전설의 가을 여행을 기대해 봐도 되겠지요?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도 너무나 맑고 푸른 하늘이었어요.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고양시에서 횡성까지 가는 긴 시간 동안 버스에서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대견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이 잘 따라주었어요. 드디어 우리는 횡성 숲체원에 도착했답니다.

파랗고 높은 하늘, 빨갛고 노랗게 물든 산…. 숲체원은 가을의 절정이었어요. 긴 버스의 피로를 날려버릴 만큼 멋진 풍경이었죠. 우리는 먼저 점심 식사를 했어요. 아직은 어색한 듯 가족끼리만 보여 식사를 했죠.

식사 후 첫 번째 프로그램 ‘숲으로 풍덩’을 진행했어요. 2개조로 나눠 숲 해설가의 인솔을 따라 청태산의 여러 모습을 보았어요. 푸를 청(靑), 이끼 태(苔). 청태산(靑苔山)이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도 알게 됐고 풀피리 불어보기, 새총 쏘기 등의 활동도 해봤어요. 비장애 형제들끼리 어울리는 시간도 가져보고, 아빠들도 새총쏘기 같은 체험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로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답니다.

청태산 숲길에서 진행한 숲체험.

두 번째 시간에는 자연물을 이용한 액자 만들기 체험을 했어요. 부족하지만 우리 가족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 기특했어요. 처음에는 ‘나는 미술 못하는데….’ 하면서 어려워하던 부모님들도 열심히 참여해 학창 시절 미술 실력을 뽐냈어요. 예쁜 가족사진 액자 완성^^.

해가 기울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어요. 식당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성인발달장애인들과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밥을 먹으며 옆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어요.

그런데, 성인 장애인들의 인격과 인권을 무시하는 말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오가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뇌에서 빨간불이 켜졌고, 부모 없는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인권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눈으로 실상을 마주하고 보니 우리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권익을 보호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양시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센터가 있어 장애인 가족 힐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저희 자조 모임 소동이 지원받게 되었어요. 지역과 기관의 노력이 더한다면 우리아이들 미래엔 우리가 걱정하고 염려하는 고민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비좁아진 마음을 훌훌 털고 강당에 모여 우리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소동에서 준비한 신발던지기 게임과 가족별 풍선치기 게임을 했어요. 아쉽게도 유재석이 사회자로 온대도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럴 땐 자원봉사자가 있으면 더 알찬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싶어 살짝 아쉬웠어요. 그러나 그 안에서 작년보다, 지난달보다, 또한 어제 보다도 좀 더 달라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기도 했어요.

각자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보이는 하늘의 별은, 어느 여행기에서 나오는 그 흔한 표현으론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고단하고 즐거운 하루를 뒤로하고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미션 임파서블’이예요. 각 포인트별 스탬프를 찍는 프로그램인데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평소에 등산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들이 시합을 한다고 생각하니 산을 정복하겠다는 의지라도 생겼나 봐요. 가족들과 걸음 맞춰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니 ‘아, 행복하다’ 생각이 들었고, 이런 캠프가 자주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어느덧 숲체원에서 마지막 식사 시간이에요. 처음에는 따로따로였지만 마지막 식사 시간은 서로 인사도 나누고, 친해진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도 했습니다. 식사 후 우리는 고양시로 돌아가는 버스에 탔답니다. 어제보다 하루 더 자란 우리 아이들은 돌아가는 시간도 버스 안에서 잘 버텨줬어요 .

이번 나들이는 장애인 복지에 힘쓰는 기업 태건비에프(대표 김만석)에서 편안한 여행 길벗으로 전세 버스를 대여해 준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어요. 소동만의 여행이 아닌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뜻깊은 여행! 공기도, 경치도, 날씨도, 계절도 모두가 완벽했던 힐링캠프였답니다. 서로의 가족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욱 돈독해진 우리 소동가족 파이팅입니다.

청태산 숲길에서 진행한 숲체험.
가족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