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고양도시포럼 ‘도시재생’ 세션

영국 킹스크로스 등 재생사례 발표
지역주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고양신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도시, 지속가능한 재생을 고민하다.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한 2019고양도시포럼 이튿날인 23일 오전은 도시재생 세션으로 마련됐다. 해외 도시재생 전문가인 피터비숍 영국런던대 교수와 마크 사우스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 부학장이 각각 런던 킹스크로스 재생사례, 뉴질랜드 웰링턴 재생사례를 발표했으며 정광섭 도시재생센터장은 현재 고양시에서 진행중인 도시재생 현황과 이후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발표문에 담았다. 이어 펼쳐진 국내외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는 인구감소시대를 준비하는 도시계획과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 포용적 개발 등 고양시 도시재생 전략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자 3명의 발표내용과 주요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사회경제적 재생모델 필요- 피터비숍

런던 킹스크로스 지구는 산업혁명 당시 교통산업 중심지로 번성했다가 쇠락한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함께 국제철도터미널이라는 매우 좋은 교통자원이 있어 정부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덕에 매우 독특한 재생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다.

재생계획을 준비하기 전 우리는 한 가지 전제에서 출발했다. 재생사업이 도시민들의 삶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 이를테면 시작 당시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16살이 됐을 때 사업이 마무리됐는데 그때 그 아이에게 다양하고 평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재생사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적 개발보다 사회경제적 질문을 우선했다. 어떻게 하면 지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재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토론과 합의를 중요시했다. 개발사가 개발계획에 관련된 문서들을 공공을 통해 모두 공개하고 주민들과의 논의를 통해 원칙을 마련했다. 마스터플랜을 미리 짜놓고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는 진행하지 않았다.

6년간 353차례 논의를 통해 마련된 킹스크로스 재생사업의 핵심은 6가지였다. 주거지역의 절반을 저소득층을 위한 곳으로 조성할 것, 문화유산과 균형을 맞출 것,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염두할 것. 지역민들을 위한 고용창출에 나설 것, 공공장소를 늘릴 것 등등. 이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개의 마스터플랜 팀을 만들고 함께 경쟁하며 협업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주요 사업으로 19세기 교통요충지였던 역사유산을 활용해 킹스크로스 역을 통합교통플랫폼으로 조성했으며 빌딩을 구축하는데 있어서도 건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회복력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다. 150년 뒤를 내다보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철거가 필요 없는 재생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은 12층을 넘지 못하도록 했고 1층의 복합적 활용방안을 고민했다. 또한 도로폭을 늘려 걷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했다. 특히 넓은 광장같은 공공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제대로 활용된다면 사람들이 모이고 이를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지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를 위해 8억 달러 정도를 공공장소 관리에 투여했다. 역사적 건물도 활용하고 있는데 물품상하차장으로 쓰였던 빅토리아 시대 빌딩은 영국 최고 예술대학인 런던예술대학교가 이전해왔다.

최근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킹스크로스 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이곳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이들도 와서 즐기는 공간이 됐으며 동시에 아주 번화한 상업적 공간으로 활용돼 경제적 요구도 충족시키고 있다.


옛것과 새것의 공존 - 피터 사우스콤

웰링턴시티에서 진행된 도시재생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은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이주민들이 공존하는 포용적인 도시다.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황가누이 게이트웨이 및 리버프론트 사업의 경우 처음 재생사업을 시작할 당시 킹스크로스 사례처럼 시민들에게 질문했다. 이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 도시가 강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강을 중심으로 도시 거점을 재연결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구축했다. 또한 강을 따라 관광지들을 연결해 여가 및 문화중심지를 형성하고자 했다.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작은 계획으로 시작했던 것이 성과를 바탕으로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재개발은 2010년 지진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5년간의 재건노력이 있었는데 지역주민들의 힘만으로는 복구가 어려웠기 때문에 시 정부가 복원청이라는 기구를 구성해 이곳의 주도로 복구계획을 추진했다. 100일간의 복구계획에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린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력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또한 복원과정에서 시민이니셔티브를 적극 반영한 도시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웰링턴 내 쿠바선거구 지역 재생사례를 말하고 싶다. 낙후된 이 지역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이곳 건물들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했다. 때문에 철거방식이 아니라 기존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건물 내구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재생사업을 위한 공개회의에는 대학, 기관,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했으며 기존 건물 및 도시맥락에 대한 모든 정보를 문서화했다. 여기에는 2035명의 건물주들의 참여와 의견반영도 중요했는데 이들에게 건물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이해시키고 재생사업에 동의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고양시 도시재생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고양의 역사유산, 문화생태적 자원에 기반한 재생전략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대형프로젝트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소규모사업에서 출발해 규모를 늘리는 클러스터 방식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도시와 생태학의 조화, 역사유산들과 새로운 건물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재생을 추진하는데 있어 시민참여를 촉진하고 민간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고양시만의 킬러콘텐츠 - 정광섭 센터장

고양시는 현재 도시의 50%이상이 쇠퇴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뉴딜사업 안에서도 고양형 뉴딜사업을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시 자체적으로도 도내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자랑하기 위한 도시재생이 아닌 시민 체감도를 높이고 결핍을 채우는 방향을 고민중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핵심 컨텐츠를 무엇으로 가져갈 것인가이다. 정부 뉴딜사업 심사에서도 매번 받는 질문이지만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고양시에는 폐역사나 철도고가 유휴부지 등 활용 가능한 유산들이 많다. 하드웨어적 재생도 중요하지만 유동인구가 모이게 하고 활동과 소비로 이어지는 킬러 컨텐츠 마련이 시급하다.

 

인적자원 육성, 시민참여 이끌어내야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장윤배 경기연구원 상임연구원은 고양시 도시재생 성공을 위해 국토부의 수도권 개발정책방향 전환, 도시재생 내 공유(커먼즈) 개념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종익 서울도시재생센터장은 고양시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을 성공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사회적합의를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민관거버넌스를 공고하게 구축하고 함께 도시재생을 이끌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구자훈 교수는 광역경제권 차원에서 유동인구를 집적시킬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방안으로 도시공간을 개편해 고용거점, 주거거점 등 각 거점별 역할분담을 통한 도시전략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참여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피터비숍 교수는 “거시적인 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상의 필요에 기반한 현안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주민공간 같은 거점을 잘 활용해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세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크 사우스콤 교수 또한 “시민참여를 위한 회의, 공청회 등을 수없이 열었고 각종 지원을 통해 건물소유주의 협력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델구축이다. 20년 뒤 도시모습을 계속 질문하고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이 미래변화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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