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3기신도시 불만으로 시작된 이윤승 의장 주민소환운동

▲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 중인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

1만1475명 서명부 선관위 제출
투표여부 한 달 이상 걸릴 듯

[고양신문] 주민소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현재 고양시에서는 일산서구 주엽1·2동이 지역구인 이윤승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윤승 주민소환 청구모임에 따르면 투표 요건 기준(9743명)보다 더 많은 사람들(1만1475명)로부터 서명부를 받아 지난 9월 23일 선관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관위 심의에서 무효 서명부가 걸러지기 때문에 실제로 투표 요건을 충족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한다. 24일 일산서구선관위 관계자는 “서명부 심의는 많게는 두 달까지 걸리며 심의 기간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앞으로 한 달은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민소환을 두고 말들이 많다. 고양시에서는 처음으로 추진되는 주민소환이기 때문에 주민소환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또한 정부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주민소환에 대해서도 지역 내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구사유’ 제한 없는 주민소환제
정치적 악용 VS 당연한 유권자권리

핵심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주민소환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왜 하필 시의장이 주민소환의 대상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주민소환운동을 주도해온 소환모임은 선관위에 소환이유를 밝히고 있다. 주요 키워드를 보면, ‘민의 묵살, 대의민주주의 위반, 견제·감시기능 상실, 패거리 의정활동’ 등이다. 이를 조금 더 친절히 해석하면 ‘정부의 창릉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해 시의회가 민의를 대변해 반대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3기 신도시 발표에 대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 이번 주민소환인데, 국가와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차원에서 그 결정권자가 아닌 시의원이 소환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반대로 주민소환의 청구사유에 대해선 어떠한 제한도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민소환이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조치이기 때문에 청구 사유까지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우리나라의 주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청구사유’에 대한 제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주민소환 법률제정 과정에서 2005년까지는 청구사유가 명시된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청구사유 없이 2006년 법안이 제정됐다. 결국 법률에 따라 주민들은 법령으로 정한 청구인 수만 채우면 이유를 막론하고 주민소환이 가능하다. ‘대의민주주의 원칙 위반, 비합리적인 지방의회 운영’ 등 모호한 표현 등으로도 이번처럼 주민소환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여야 지지층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책 결정을 함에 있어 주민소환이 두려워 정책방향이 조정될 수 있다는 문제점 또한 지적된다. 주민소환이 투표까지 갔던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주민소환청구 건은 총 101건이나 된다. 그 중 투표까지 간 사례는 8건인데, 인사비리와 뇌물수수로 인한 구속 등 도덕적 이유가 청구사유였던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7건은 원자력발전소 건립, 보금자리지구 지정, 해군기지 건설, 화장장 건립추진 등 지역개발과 특정시설건설 등 정책적 결정에 반대하기 위해 소환이 추진됐다.

▲ 역대 주민소환 투표가 진행된 8곳의 소환사유를 살펴보면, 주민기피시설에 대한 반대가 대부분이다.

처음이자 유일하게 투표로 주민소환이 확정된 하남의 사례를 살펴보자. 시장의 화장장 유치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됐는데, 정작 시장은 투표율 미달로 살아남고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의원 2명은 소환이 확정됐다. 하남시의 소환사례처럼 정책적 결정에 따라 특정시설이 유치되면서 주민소환이 청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구조는 지역 이기주의를 확산시키고 대의제 취지에 적합하지 않는,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만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이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 요즘엔 소환의 사유가 계급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악영향도 있다.

 

또 다른 주민소환의 이유
‘대화·타협 없었던 의회 다수당’

반대로 주민소환 사유를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는데, 투표를 통해 선출의 이유를 묻지 않듯이 소환의 이유도 필요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정치인의 부정이나 능력부족보다는, 유권자와의 신뢰관계 여부가 더욱 중요시된다.

고양시의 경우도 민주당 시의원이 시민들에게 막말을 한 사건이 있었으며, 음주운전과 음주시정질의, 야당과의 합의 부족 등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더해져 이번 주민소환운동을 유발한 진짜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높다. 단지 3기 신도시에 반대한 시민들로만 주민소환 서명을 받으러 다닐 수 있는 ‘열혈’ 청구수임인이 54명이나 꾸려졌을까? 시의회에서의 불미스런 사건들이 유권자와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 이번 소환운동의 주요한 이유가 아니었을지 소환 대상자인 이윤승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되돌아봐야 한다.
 

▲ 늦은 시간까지 주엽동에서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펼쳤던 청구수임인 54명.

 

가장 손쉬운 먹잇감 ‘시의원’
지역 좁아 주민소환운동 쉬워

그렇다면 왜 하필 이윤승 시의원일까. 최수희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는 본인이 사는 동네 시의원이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했다.

창릉 3기 신도시에 반대하는 것이 이번 주민소환의 주요 목적이었다면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협상한 시장이 책임지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소환운동은 그 에너지가 수십 배로 든다. 고양시 전 지역을 상대로 소환운동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손쉬운 소환대상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 대상은 시의원일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구에서만 서명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윤승 의장의 지역구인 주엽1·2동은 서명을 받기에는 전국에서 가장 수월한 환경을 가졌다. 주민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가가호호 방문이 쉽고, 인구밀도가 높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요 길목에서 서명을 받기에도 수월했다.

하남시에서도 시장(1명)을 포함한 시의원(3명)들이 한꺼번에 소환대상이었지만 소환 확정이 된 곳은 시의원 2명뿐이었고 시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제주처럼 넓은 지역일수록 여론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도지사나 대도시 시장은 소환에 어려운 점이 있다. 2009년 제주도지사에 대한 소환 투표율은 11%에 그쳤다(33.3%를 넘겨야 개표 가능).  

이러다 보니 지역의 모든 사안에 대해 시의원이 소환운동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윤승 시의원처럼 주민소환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고양시와 함께 포항시, 서울 은평구로 총 3곳이다. 세 지역에서 5명의 대한 주민소환이 진행 중인데, 5명 모두 시의원들이다.

포항시와 서울 은평구의 주민소환 이유도 주민기피시설에 관한 것으로 엇비슷하다. 포항은 ‘고형폐기물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을 원하는 주민 아픔 외면’이 이유이고, 은평구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의견 외면’이 소환청구의 이유다. 두 곳 모두 1차적인 정책결정권자인 시장과 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운동을 펼치는 것이 더 맞겠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한 지자체 내에서도 지역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소환운동을 펼치는 것은 소환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불리하다. 주민들의 의견을 주민소환으로 표출하기 위해서는 시의원을 상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창릉신도시에 대해 일산과 덕양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다소 갈리기 때문에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 성과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주민소환 법률 만든 국회의원들은
정작 소환 대상에서 제외

주민소환 사유를 명시하지 않는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이유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만약 소환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었다면 국회의원들이 소환이유를 명시하지 않았을까?

현재 시행되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소환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빠져있다. 시장, 도지사, 교육감까지 거의 모든 선출직 공무원이 소환대상임에도 가장 큰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은 자신들이 만든 법률에 스스로를 소환대상에서 배제시켰다. 나중에 주민소환법이 개정돼 국회의원도 소환 대상에 포함됐을 때, 그제서야 소환 청구 사유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수정한다면 그땐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을 포함시켜 주민소환법을 개정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국회 다수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주민소환법으로 인해 시민들과 가장 접점에 있는 시의원들만 소환대상이 되는 것이 옳은 일인가는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소환이 확정된 사례는 시의원 2명이 유일한데 모두 경기 하남 시의원으로 화장장 건립으로 인한 주민갈등이 원인이었다. 하남의 경우엔 시장과 시의원 3명, 이렇게 4명이 소환투표 대상이었는데, 2명은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남시에서 소환이 청구된 시점은 법이 시행되고 두 달 만이었다. 법률이 적용된 첫해에 주민소환이 확정됐고 그 후부터는 소환이 확정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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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승 시의원 주민소환 절차

<7월 17일>  
주민소환모임 청구인 선관위에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

<7월 24일>
선관위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서명운동 시작)

<9월 23일>
전날까지 서명운동 완료
주민소환모임 소환투표 청구 위한 서명부 제출
서명부(1만1475명) / 발의요건(9743명)
선관위 서명부 유효·무효 심사시작(기한 없음)

<10월 1일 ~ 10월 7일>
주엽동 주민 서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10월 21일>
이의 신청에 대한 결과 주민소환모임에 통지

<이후 선관위 심의가 종료된 뒤 발의요건(9743명) 이상의 유효 서명부가 확인되면 주민소환투표 확정>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하면 개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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