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호시설 부족




“낮 시간 동안 잠깐만이라도 가 계실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산구 대화동에 사는 김모 주부(36)는 하루종일 방안에만 계시는 시부모님을 뵐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중풍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시아버지와 경증 치매 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 두 분 모두 거동이 불편해서 바깥 출입이 어렵기 때문.
치매 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 혼자서는 가벼운 산책도 엄두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지팡이를 짚고 거동할 수 있는 시아버지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노인정에 몇 번 다녔지만 노인정이라고 해봐야 관리 사무소 건물 안에 방 한 칸 마련되어 있는 정도여서 요즘엔 발걸음도 안한다.
그나마 지금은 시어머니의 증상이 가볍지만 앞으로 치매가 점차 심해지면 어떻게 해야할 지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외출했다가도 끼니 때마다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다보면, 김씨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은 죄책감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지곤 한다.
그러던 중 김씨의 사정을 알고 있는 이웃에게서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을 알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낮 시간 동안 보살펴 주면서 물리치료를 비롯한 의료 서비스도 해 준다는 말만 듣고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게다가 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님에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화 문의를 하고 나서는 기운이 쭉 빠지고 말았다.
현재는 정원이 다 찼기 때문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시설 이용을 원하는 대기자도 많아 언제쯤 자리가 날 지 확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의 주간보호시설은 중풍 노인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치매 노인은 시설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관내 노인복지시설들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처럼 노인주간보호시설 이용을 원하는 노인이나 부모 부양 가족은 많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란 쉽지 않다.
노인주간보호시설을 두고 있는 일산노인종합복지관과 덕양노인종합복지관, 고양시노인주간 치매센터 등의 보호시설 정원이 각각 15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덕양노인종합복지관과 주간치매센터는 인력부족과 시설 등의 이유로 현재 11명, 10명의 노인들만을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대기자만 14-15명에 이른다. 현재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지속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원이 생기는 예도 드물다.
이에 대해 김씨는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시는 게 심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인지 모른다.”며 “노인복지시설이 많아져 노인 부양 가정의 짐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