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교사대학’ 주최 2019 국제교육포럼

25일 토당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된 2019국제교육포럼.

[고양신문] 학생들의 무기력증을 진단하고 학습과 삶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5일 ‘삶을 위한 교사대학’의 주최로 토당청소년수련관에서 2019 국제교육포럼이 진행됐다. 이번 주제는 ‘무기력증을 벗어던지는 동기부여의 힘’으로 행사관계자, 관심 있는 교사와 청소년 등 150여 명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송순재 삶을 위한 교사대학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봉착해 있는 어려움은 수업시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이라며 “한국, 독일, 덴마크 교육자들이 함께 무기력증의 원인을 찾아내고 동기를 부여하고자 오늘 자리를 준비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포럼에서 참여한 교육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타국의 현장중심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국내 교육정책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다. 또한 각국의 발표에선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유기적인 협력과 질적 변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제물포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임민세 학생은 "학교에 다니면서 늘 자는 친구들을 많이 봤고, 선생님들이 그런 친구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에 심각성을 느꼈다"며 "이 자리를 통해 무관심이 학생들의 무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관계 지향과 아이들의 자율성에 대해 (공립)학교 특성상 허락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도 교사가 작은 시도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낸다면 분명 (우리 교육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에른드룹 자유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수업을 듣는 모습.

덴마크 프리스콜레의 교육과 동기부여 (덴마크)

덴마크 기에른드룹 자유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크리스틴 톰슨(Kirsten Thomsen)은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학교운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톰슨은 지방의회가 마을에 있던 학교를 폐교시키자 이에 반발한 학부모와 마을주민들이 모여 교육부에 자유학교 설립을 신청해 학교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교육부로부터 신규 자유학교 설립인가를 받게 되면 공립학교를 기준으로 학생당 필요한 비용의 76%를 국가에서 지원받게 돼있다. 나머지 24%는 학비납부, 실무지원, 자원봉사, 행사주최 등의 형태로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의 참여와 기여 없이는 학교운영이 불가할 정도라고 한다.

학교는 고학년과 저학년 간의 우애를 다지게 하기 위해 개학친구 제도를 마련했다. 이는 5세 학생들과 10~11세 정도의 학생들을 짝궁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나이를 떠나 서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아침회합시간에 함께 토의를 할 때도 있다. 이들은 이렇게 함께 하면서 안정감, 연대감 등을 쌓아가며 사회성을 기른다.

교사들 또한 학생들을 진정성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사라는 직책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권위보다는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학생들의 작은 변화에도 항상 경청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학교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인지 기에른드룹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인간관계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관계 없이는 아무런 결과를 도출할 수도 없고, 긍정적인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라눔 칼리지를 소개하는 모습.

에프터스콜레 교실 내 무기력증 극복기 (덴마크)

덴마크 라눔 에프터스콜레 칼리지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루이스 호젠(Louise Hojen)은 라눔 칼리지의 학습자는 무기력증에 빠지는 학생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자신이 선택해서 진학하기 때문이라고. 우선 에프터스콜레란 정규교육에 더해 추가적으로 병행교육과 교외활동 등을 제공하는 자치적 성격의 덴마크 기숙학교를 의미한다. 또한 학교운영과 관련해 모든 부분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일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학습자들은 학교에서 한 학년을 보내지만 학과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 이외에도 많은 것을 배운다. 자신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해 민주적으로 참여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음악, 체육, 미술 등 특정 교외활동에 특화돼있다. 라눔 칼리지는 춤, 모험, E스포츠, 요가 등 20개가 넘는 관심과목을 배울 수 있으며, 새로운 과목을 건의할 수도 있다. 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가 최대한 폭넓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학습자들은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일련의 전략을 짜야한다고. 가정불화, 학교폭력, 학업성과, 신체적·정신적 학대로 인해 학교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택트 교사를 배정한다. 이들은 학생들의 복지에 있어서 막중한 역할을 한다. 식사, 집안문제, 교우생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개별상담을 진행하고 학부모와 정기적으로 소통한다. 콘택트 교사는 학교 내 부정적인 기류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이 맡은 그룹에게 누구보다도 진정성을 갖고 행동한다고.

'노오오오력'과 '성장제일'이 써져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학생 무기력 현상에 대한 사회적·국제적 조망 (한국 공동발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윤철경 박사는 한국 교육현장이 심각한 무기력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교실에는 자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교사들은 수업을 원맨쇼로 끝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담론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녀는 학생들이 무기력한 건 너무나 간단하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제도는 현재 상위 20%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 승자독식 교육과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학생들은 ‘노력’이 아닌, ‘노오오오력’을 해야 한다. 또한 입시 이후에 발생하는 취업문제는 학생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말해준다. 이는 학생들을 현실세계에서 사이버세계로 도망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청천중학교 박미자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꼭 나오라고 말한다. 등교하면서 하늘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세상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항상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환영해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그녀는 교사라는 직업이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관계 맺기의 전문가이자 세상을 보여주는 연결전문가 돼야한다고 얘기한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교사들과 학생들의 관계가 좋아지고, 학생끼리의 관계도 좋아졌다. 이제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상호존중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참여형 수업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학교교육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학벌에 의한 차별은 가장 단적인 예시다.

이루문 학과장이 해결방안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학생들을 무기력증과 동기부족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가? (독일)

독일 만하임 알라누스대학에서 근무하는 이루 문(Iru Mun) 음악교육학과장은 무기력증이 강제적일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내적동기와 열정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로 외부 지시에 의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고. 그는 무기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뺄 수 없는 것이 발도르프 교육이라고 말한다.

발도르프 교육에선 인지학습 과정을 정서학습, 운동학습 과정과 동등하게 수행한다. 또한 언제나 아동의 연령과 정서발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아이가 음식물을 소화하고, 걷고, 말하고, 듣기와 같은 과정을 생애초기에 배우는 것처럼 학령기에도 인지적·예술적·신체적 동작을 다루는 교과과정을 조화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진정한 관심과 상호존중에 기반해 학생과 성인 사이의 관계가 형성된다면 이러한 인간·사회적 관계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발도르프 학교는 정원보다 입학 등록학생 수가 두 배가량 많다. 이는 공립학교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특히 교사와 학생의 모든 만남은 깊은 인간적 본질에 기반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 인간이란 지적 능력만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존재로 규정될 때 비로소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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