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지난 1971년 세워진 덕이동 265번지 일원 고양시 현충탑 부지를 4,800여 평으로 확대해 오는 2005년까지 현충탑을 재건립하는 정비안을 내놓고 내년도 예산안에 이 계획을 반영할 거라고 한다. 사업비는 무려 96억여 원이며, 이곳에는 현충탑뿐만 아니라 안보전시관과 부대시설, 광장, 주차장이 들어서고, 아울러 태극단 묘역까지 새롭게 재단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양시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현충탑 재건립 사업은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현충탑 부지를 시민 휴식공간과 견학,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하며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 현충탑은 태극단 묘역 안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현충탑이 아니라 태극단 묘역으로 알고 있다. 이곳에 공원도 조성하고 현충탑과 안보교육장도 만든다고 하지만, 그곳을 어떻게 바꾸든 사람들의 눈에는 태극단 묘역을 재정비하면서 그 부속 시설물을 세우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순국선열 모두를 기리는 현충탑이 마치 태극단 기념탑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태극단은 고양시의 순국선열, 국가유공자의 지극히 일부일 뿐인데다, 더욱이 그 공과에 대해 후세의 보다 엄밀한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단체인데도 말이다.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연계 사적지나 숲도 없는 그곳에다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덧붙인 것을 보면, 현충탑 재건립 계획이 얼마나 옹색한 것인지가 금세 드러난다.

또한 고양시는 현충탑 재건립 사업에 100억 가까운 예산을 지출하려 하고 있다. 그중 땅 매입비가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인데, 공시가와 시세의 차이 때문에 실제 땅 매입비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충탑 부지는 시가로 평당 400만원을 호가하는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서민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에서 비싼 땅까지 매입해가면서 현충탑을 호화스럽게 재건립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시는 현충탑 재건립 계획을 세우면서 소수의 보훈단체만 불러서 용역결과를 보고했다고 한다. 현충탑 재건립 계획이 소수 보훈단체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고양시의 설명처럼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면서 그곳을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고양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견을 밝힌다. 첫째, 기왕에 현충탑을 재건립할 바에는 계제에 현충탑과 태극단 묘역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아무리 현충탑을 호화스럽게 세운다 한들 지금의 부지에다 현충탑을 다시 세우는 한, 누가 보더라도 그곳은 태극단 묘역일 뿐이다. 더욱이 현충탑과 태극단 묘역을 분리한다면 그렇게 비싼 땅을 사들일 필요도 없다. 그보다 훨씬 값이 싸고 교통도 편하며 인근 사적지나 숲과의 연계성도 훨씬 좋은 곳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충탑 재건립 예산은 줄어들고 시민의 혈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둘째, 소수의 보훈단체뿐만 아니라 고양시의 폭넓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현재 고양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지 않은 난개발에 가까운 도시개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사업 진행은 커다란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이때, 우리는 국가 안보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새기고 기려야 한다. 호화스런 현충탑과 안보 전시관 건립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동반한 안보 의식을 이끌어내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현충탑도 시민들의 고즈넉한 휴식 공간에다 소박하게 짓고 또 기왕에 부대 시설을 세울 바에는 안보 전시관보다는 평화 기념관이나 통일 박물관을 짓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도 맞고 고양시의 미래상에도 부합한다. 현충탑 재건립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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