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술제 대상 김정은양

“구슬 굴러가는 소리같이 신나다가 뒷부분에 가면 비통함을 느끼게 하는 곡이에요”
제14회 고양예술제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정은양(10 / 정발초 3)은 자신의 대회 참가곡 ‘슈베르트 즉흥곡 op.90 no.4’를 경쾌하면서도 비통함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비통하다’는 뜻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로미오와 줄리엣, 피아니스트처럼 비극적인 영화의 주제곡을 들을 때의 느낌 같은 것’이란다.
정은이는 이번 대회에서 ‘소리를 듣고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 아주 음악적인 연주를 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아울러 대회 참가자 중에서도 실력이 월등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 동안 삼익콩쿠르, 음악춘추콩쿠르 등 국내 유수 대회에서의 입상 경력이 있지만 막상 생각지도 않았던 대상을 받고 나니 기쁘다는 게 정은이의 소감. 하지만 정은이의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알고나면 이번 수상이 예상치 못했던 일은 아니다.

정은이는 현재 예술 영재들이 모인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고 있다. 예비학교 막내인 정은이는 1주일에 한두 번 예비학교에서 언니 오빠들과 만나 음악 얘기하는 시간이 제일 즐겁단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예술의 전당 분수대 광장에서 노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대개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이 일찍 피아노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정은이는 일곱 살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정은이 어머니 고재선씨(43)는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정은이가 유치원에서 동요를 듣기만 하고도 그대로 친다는 선생님 말에 그제서야 정은이의 음악성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전문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손가락만 더 길어지면 못칠 곡이 없다”는 게 정은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평.

“소리가 예쁘고 음색이 다양한데다 패턴이 바뀌는 부분이 재밌어 모짜르트의 소나타를 좋아한다”는 정은이의 꿈은 판사 피아니스트다. 피아노가 좋고 앞으로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지만 옳고 나쁜 것을 가려주는 판사도 되고 싶으니까 둘 다 하는 사람이 되겠단다.
만일 재판해야 하는 날인데 연주회와 겹치면 어떻게 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을 다른 날로 바꾸자고 하죠”라며 머뭇거림없이 대답한다.

이번 수상 선물로 소원인 놀이공원을 다녀왔다는 정은이는 “어떤 일을 하다 싫증날 때 기분을 바꿔주는 피아노가 참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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