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이권우

이권우 도서평론가

[고양신문] 고양시만큼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가 없다. 대체로 평지인데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마련되었고, 호수공원처럼 풍광 좋은 곳을 자전거 타고 돌 수 있어서다. 얼마 전 충북 옥천에 있는 향수자전거길을 타면서 깜짝 놀랐다. 정지용 생가에서 출발해 다시 생가로 돌아오는 자전거길인데, 기대와 달리 자전거전용도로가 없었다. 다행히 금강유역을 달릴 적에는 차가 거의 없어서 안전했으나, 일부 구간은 위험했다. 특히 금강휴게소쪽은 자전거길이 범람해 우회로를 타야 했는데, 자세한 안내가 없어 물어물어 갔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가야 하는데, 일부 블로거가 마냥 좋다고 칭찬한지라 마음을 놓았다 겪은 일이다. 새삼 내가 사는 동네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자유로를 타고 서울 나가는 버스에서 한강변을 바라보다 어랏, 했다. 자유로 옆으로 자전거길이 뚫려있지 않은가. 금시초문이었다. 한강변은 군사지역이라 지역민의 오랜 염원에도 개방이 안 된 걸로 알았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놓인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게 확실하다.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인구가 늘어날 테고, 그러면 환경문제, 교통문제가 해결되고 시민의 건강이 증진되니까 말이다. 더욱이 한강변을 공원화하면 굳이 여의도까지 나가지 않고 고양시민이 여가를 즐길 수 있을 테다. 언제 이런 길이 닦였지 하며 한번 이 길로 자전거 타봐야겠다 생각했다.

깜빡했다가 그 길이 생각나 페이스북에 길 타는 법을 문의했다. 뜻밖에도 많이들 잘 모르고 있었지만, 신평IC로 가면 된다는 지인의 답을 받을 수 있었다. 지도로 집에서 거기까지 가는 길을 찾아보니 아리송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가봐야겠다 싶었다. 집에서 가까운 견달산천으로 가서 한강쪽으로 갔다. 천변에 자전거길이 있는지라 편했다. 그런데 금세 짜증이 났다. 한 방향으로 자전거길이 나 있지 않아 좌우로 번갈아 가며 길을 타야 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자전거길은 보지 못했다. 길이 끊어지면 데크를 깔아놓았지 오락가락하게 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한강변의 자전거길로 나가는 지하통로를 발견했다. 얼마나 기쁘던지, 과장하자면 천왕봉 오른 만큼 뿌듯했다. 그러나 자전거길에 들어서자마자 실망했다. 서울로 가는 길은 열렸지만, 파주로 가는 길은 철문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뭔 일이람, 길은 뚫려있는데 굳이 막아놓고, 이것도 탁상행정의 결과인가 싶었다.

본디 서울방향으로 갈 생각이었던지라 투덜거리며 열심히 탔다. 이대로 가면 여의도까지 금세 가겠네 싶었는데, 아니었다. 행주산성 때문이었다. 단순한 직선길이 틀어지고 에둘러 가야 했다. 안타까웠다. 춘천 의암호 자전거길 일부는 데크시설이 되어있어 물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더랬다. 산성 기슭에 데크를 놓아 좀 더 편안하게 서울쪽으로 나가게 하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좋겠다 싶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며 고양시는 왜 이런 편의시설에 투자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당연히 우선 써야 할 예산이 있을 테다. 이른바 민생에 관련된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들어보니, 예전보다 예산운용에서 선심성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좋은 일이다. 이제 한 해가 저물 무렵 멀쩡한 보도블럭 갈아치우는 꼴은 안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의 예산집행에는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보았으면 한다.

고양시장 처지에서 서울시와 비교하면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시민 대부분이 서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라 기대치가 높게 마련이다. 문화, 환경, 교통부문에서 서울시가 내놓은 정책은 미래지향적이다. 얼마 전에는 자전거도로 확충방안으로 ‘CRT(자전거 하이웨이‧Cycle Rapid Transit)’계획을 발표했다. 이 길이 열리면, 일례로 영등포에서 서울시청까지 자전거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고양시 자전거도로 인프라로 보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듯싶다. 문제는 철학이지 않겠는가. 왜 자전거일까? 화석연료에 바탕한 문명과 절연하고 다음세대가 살만한 지구를 물려주는 아주 쉬운 실천이 자전거타기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하지 않았던가. 길이 열리면 사람이 몰린다. 자전거길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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