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송 준비, 기부채납 장기 지연 우려

▲ 고양터미널에서 바라본 백석동 요진와이시티. 사진 하단의 공사 현장이 요진개발이 건물을 지어 고양시에 기부채납해야 할 업무빌딩 부지다.

2심 패소 후 상고했지만 또 기각
시, 변호사 바꿔 ‘이행소송’으로 준비
새로운 소송, 기부채납 장기 지연 우려
한국당 “시장이 정치적 책임 져야”


[고양신문] 고양시가 요진개발과의 기부채납과 관련해, 대법원까지 밀어붙였던 소송에서 최종 패소(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요진과의 법적다툼을 고양시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또한 이번 기각 판결로 고양시가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야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책임논란도 예상된다.

31일 대법원은 기부채납 대상인 업무빌딩의 규모를 확인해 달라는 고양시의 ‘확인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심리불속행이란 법원이 상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본안심리 없이 곧바로 기각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판결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고양시는 대법원 판결 전인 올해 6월 2심(서울고등법원)에서도 ‘소송의 요건이 부족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각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2심과 3심(대법원)에서 고양시가 모두 패소하면서 시가 소송의 전략과 방향을 애초에 잘못 잡았다라는 비난을 피해기 어려워 보인다.

고양시가 제기했던 이번 소송은 기부채납의 대상인 업무빌딩 연면적을 확정해, 기부채납의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즉 ‘확인 소송’이다. 재판부는 2심에서 각하 판결을 내리며 확인 소송이 아닌 ‘이행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는 소송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상고하는 강수를 뒀고 결국엔 기각이란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까지 3년 넘게 진행된 소송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것.

이번에 기각으로 종결된 확인 소송은 지금까지 진행돼 온 기부채납 관련 4건의 소송 중 고양시가 먼저 소송을 제기한 유일한 소송이었기 때문에 고양시로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소송이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고양시의회 한국당 의원들은 시의 잘못된 법적대응으로 기부채납이 지연된 것에 대해 시장이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2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고도 법원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이행 소송’이 아닌 ‘확인 소송’을 강행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이홍규 시의원은 “이번 소송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시가 다음 소송을 급하게 준비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공직자뿐 아니라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참여해 요진과의 기부채납 대응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확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자 시는 곧바로 ‘이행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로 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강도 높은 이행의 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시 관계자는 “확인 소송은 변호사를 새롭게 꾸려 올해 안에 시작할 계획”이라며 “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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