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황동 느티나무 회생기념 고천제 진행

느티나무가 물든 단풍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고양신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일부가 부러졌던 '경기도 지정 고양시 제1호 보호수' 산황동 느티나무가 주민과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5일 산황동에서 650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회생을 축하하기 위한 고천제가 진행됐다.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 마을주민 등 약 15여 명이 참석했다.

백석동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신석현 목사는 “느티나무가 소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의 행사에 참여했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큰 나무를 본 적이 없는데, 산황동 주민들께서 지금까지 잘 지켜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고천제를 진행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청년시기에 정착한 토박이다. 산황동에서 오래 살아온 만큼 이들에게 느티나무는 함께 자란 친구이자,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15살에 시집와서 이곳에서 쭉 살았어요. 내가 지금 84세인데, 70년 동안 이 나무를 봐왔죠. 나무가 벌어지고, 벗겨지는 과정을 매년 봤어요. 나무가 다시 살아나서 함께 나이들 수 있다니 너무나 좋아요.”- 김엄전 어르신

“(나무가 살아나서) 동네사람들이 다 좋아해요. 이전에는 매년 제사도 지내고 그랬는데 이젠 시대가 달라지니까 그런 것도 미적지근하네. 나는 여기서 평생을 살았지만, 고양시에 이런 나무는 없을 거예요. 어렸을 적엔 나무 위에 올라가서 잠도 자고 그랬어.”- 임순근 어르신

“숲이 어우러져야 나무도 살 수 있는 거지. 나무 혼자선 못살아요. 산황동의 녹지와 느티나무가 어우러져서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거예요. 도로나 골프장 같은 게 증설되면 이 나무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공무원들이 이런 걸 참고했으면 좋겠어.”- 익명을 부탁한 주민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나무가 부러지고 수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감사했던 것은 주민들의 참여와 표현이었다. 우리의 진심이 통했기에 나무가 살아났다고 생각한다”며 “고양시와 시민들이 느티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걸 느꼈다는 것도 감사하다. 가지 두 개가 부러졌지만 앞으로는 더욱 잘살 수 있을 것”이라며 나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러진 느티나무 가지의 일부를 활용해 받침대로 만든 모습.

한편, 지난 9월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부러지면서 시 공무원, 환경단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나무를 살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부러진 단면을 잘라내고 접합을 진행하는 등 민·관이 협력을 통해 두 달여만에 나무를 소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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