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희원 쿠킹앤(COOKING &) 대표

홍대 미대 졸업한 미술학도
르 꼬르동 블루서 요리 배워 
푸드 디렉터로 새 분야 개척 

 

한희원 쿠킹앤 대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좋은 재료를 써야 하고, 좋은 재료는 친환경적 여건 속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복지나 환경문제에까지 인식의 지평이 확산된다”며 “요리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삶의 전반적 문제에 대해 되돌아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쿠킹앤]

 

[고양신문] 초중고부터 대학시절에 이르는 동안 미술을 공부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 이외의 모습은 결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홍대 미대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다. 몇 년 동안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부턴가 테이블 데코레이션 관련 일을 시작했다. 데코레이션의 주인공인 음식과 요리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2002년 5살 된 아이를 등에 업고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로 유학을 떠났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한희원 대표의 귀국 후 삶은 ‘그림 그리는 사람’ 이외의 삶의 연속이었다. ‘미술학도였던 한 대표가 운영하는 쿠킹앤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을 꽤 어렵고 힘들어했다. 

원래 전공이 미술이라고 들었는데.
홍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졸업하고 나서 바로 결혼-임신-출산-육아가 내 삶이 됐다. 아이가 4살이 됐을 때 테이블 데코레이션 관련 일을 하게 됐다. 예쁜 테이블보 위에 그릇을 두고 그 속에 음식을 세팅하고 디스플레이 하는 일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일을 하다 보니 그 디스플레이 속 주인공인 음식 자체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서양 요리의 기본은 프랑스 요리라는 말이 있듯이 요리의 천국인 프랑스로 가야한다고 생각해 르 꼬르동 블루를 선택했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 했었나 보다.
꼭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집이 종갓집이어서 어릴 때부터 매월 이어지는 제사, 설이나 추석명절뿐 아니라 손님맞이 등 각종 집안 행사에서 어머니를 도와 장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음식을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본 것 같다.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만드는 것은 나에게 일상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식은 자신 있으니 양식을 배워보자며 유학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아니었나 싶다. 

 

쿠킹앤은 ‘요리로부터 소외된 사람을 구제하자’는 목표로 쿠킹 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청소년, 남자, 직장인, 기업 CEO 등에게 요리를 통한 소통의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 = 쿠킹앤]

 

귀국 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처음엔 야심차게 파스타 전문점을 차려서 운영했다. 요리를 잘한다고 장사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는 2년여 시간이었다. 이후 아동요리지도자협회 창립멤버로서 아동요리지도자 과정 커리큘럼 개발과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 

그 후에는 원래 전공을 살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전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2년 정도 일을 했다. 각종 전시기획을 하면서 작가 섭외부터 작품 선택, 전시 오프닝 행사와 이어지는 만찬까지 전 과정을 진행했던 경험이 지금의 푸드 디렉팅 업무에도 상당부분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요리관련 기업을 창업한 이유는.
2009년부터 요리전문 콘텐츠 회사에 합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직장인 요리교실, 다문화 가정 요리교실 등을 운영했고, 요리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 일을 하다가 독립해서 쿠킹 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쿠킹앤을 창업했다.  

쿠킹앤이 주로 하는 일은.
당초 2013년 쿠킹앤 출범 때 목표는 ‘요리로부터 소외된 사람을 구제하자’는 것이었다. 즉, 남자, 직장인, 청소년 등 평소에 요리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요리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행복남요리교실, CEO요리교실, 요리를 통한 기업·조직 팀빌딩 프로그램인 ‘쿠킹앤 팀워크’, 청소년의 식생활 교육과 봉사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주먹밥도시락봉사’, ‘호호프로젝트’ 등 다양한 일들을 동시에 진행했다. ‘쿠킹앤 팀워크’는 요즘도 대기업에서 꾸준히 의뢰가 들어온다. 참여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요리를 통한 창조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팀빌딩을 할 수 있는 쿠킹앤팀워크 프로그램은 많은 기업들의 새로운 워크샵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 쿠킹앤 홈페이지].

 

요즘은 영화제작에도 참여한다는데.
쿠킹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쉼 없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며 컨설팅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2016년에 정우성, 조인성 주연의 영화 ‘더 킹’의 음식 파트를 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 이후에도 바람바람바람, 상류사회, 기름진멜로, 기방도령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 12월 개봉예정인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천문’ 작업도 함께 했고, 요즘은 영화 ‘영웅’의 촬영이 한창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파티, 식사 등 음식 관련 장면에 필요한 메뉴개발, 요리, 스타일링 등을 총괄 기획하는 푸드 디렉팅은 미술, 요리, 큐레이터, 컨설턴트 등 그간 나의 모든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분야라 무척 힘은 들지만 재미있게 보람을 느끼며 참여하고 있다. 

 

한희원 쿠킹앤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메뉴의 개발과 조리 그리고 스타일링까지를 총 감독하는 푸드 디렉터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왔다. [사진 = 쿠킹앤]

 

앞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은.
요리 컨텐츠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영화·드라마 제작 참여, 오뚜기 등 각종 기업 요청으로 메뉴·제품개발과 컨설팅 진행 등 쿠킹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넘어서고 싶다. 

요즘 사람들은 웬만하면 수많은 식당과 편리한 가공식품 덕분에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의 요리산업은 ‘간편하게 좋은 음식을’ 누가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다이어트 관련 식품이나 식단에 대한 관심정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인, 청소년, 주부, 중년남성 등 연령이나 성별, 당뇨병, 고혈압 같은 질환별, 혹은 직업군별로도 필요한 식품이나 식단이 세분화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저마다 ‘간편하게 좋은 음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개발하고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이 실현되면 회사 이름도 쿠킹앤이 아니라 비욘드쿠킹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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