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돼지열병 여파로 1달 늦게 열렸지만
참석인원 2만 명… 흥겨운 축제 동참
“대한민국 최고 축제로 당당히 키워야”

[고양신문] 올해로 17회를 이어오는 전국 최대 전통주 축제인 ‘대한민국 막걸리축제’가 9일과 10일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막걸리 브랜드 한마당’이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올해 축제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양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2만여 명 방문객이 찾아와 축제를 즐겼다.

대한민국 막걸리축제는 매년 10월 초 열렸는데, 올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여파로 가을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17년을 지속해 온 국민적 축제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에 힘입어 한 달 늦게 행사를 열 수 있었다.

홍보기간이 짧았던 탓에 예년에 비해 방문인원은 다소 줄었지만, 축제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흥겨웠다. 친구와 함께, 이웃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이들은 가을빛으로 물든 일산문화공원의 멋진 풍광을 배경삼아 행사장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주말을 맞아 모임을 갖는 동아리들이 막걸리축제가 열리는 일산문화공원을 약속장소 삼아 삼삼오오 모여드는 모습은 막걸리축제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

커다란 웃음을 선사한 막걸리 천하장사 선발대회.

테이블과 의자 대신 광장 바닥에 자리를 잡는 것도 막걸리축제만의 친밀한 전통이 됐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돗자리를 펼치기도 했고, 종이박스 하나를 가운데 놓고도 훌륭한 주안상을 만들기도 했다. 피크닉 테이블 등 장비를 챙겨온 이들과 축제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막걸리축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전국 팔도의 다양한 막걸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 올해도 전국 40여 개 업체가 참가해 100여 종이 넘는 다채로운 막걸리들을 선보였다. 잣, 인삼, 오미자, 곤드레, 메밀, 토마토, 유자 등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첨가한 막걸리들이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뽐냈고, 같은 재료를 사용했어도 양조장마다의 솜씨와 개성이 더해져 차별화된 맛을 선사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각자가 골라온 다양한 막걸리들을 한데 모아놓고 모임별로 즉석 품평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막걸리와 어울리는 녹두전, 김치부침개, 메밀묵, 홍어무침 등을 판매한 먹거리부스도 시종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한민국 막걸리 넘버원!"

그런가 하면 지평막걸리, 한산소곡주, 송명섭 막걸리, 안동소주 등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도 참가자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또한 각 양조장마다 막걸리를 증류해 제조한 신제품들을 선보여 전통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한민국 막걸리축제는 소박하지만 흥겨운 문화공연의 한마당이기도 했다. 축제 성공 기원제를 시작으로 송포호미걸이 길놀이, 고양배다리술도가 전통모주 제조시연, 남도민요, 신월숙 명창의 경기민요가 전통예술의 멋과 풍류를 한껏 보여줬고, 트로트와 통기타, 마술과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의 흥미진진한 무대가 이틀 내내 이어져 세대를 초월한 잔치마당을 펼쳤다. 한편에서는 막걸리 품평회, 막걸리천하장사대회, 시민노래자랑 등 행사장을 찾은 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행사의 재미를 더했다.

안재성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집행위원장.

17회 막걸리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현재의 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축제로 자리매김한 위상에 걸맞게 축제의 규모와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요구다. 안재성 막걸리축제 집행위원장(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은 “여러 지자체에서 막걸리를 테마로 축제를 열었지만, 대부분 3~4회를 넘기지 못하고 중단됐다. 그런 까닭에 ‘막걸리 하면 고양시’라는 공식이 전통주 업계에 자리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바라보는 행정의 눈높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안 위원장은 “축제를 지지하고 정착시킨 이들은 시민들이다. 이제는 고양시에서 막걸리축제를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로 당당히 키우겠다는 목표와 자부심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제의 시작을 고하는 성공 기원제.
삼삼오오 공원 곳곳에 자리를 펴고 앉은 참가자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 메인 무대.
개회 인사를 하는 대한민국 막걸리축제위원회 윤주한 회장.

 

막걸리축제장을 찾은 이재준 고양시장(사진 왼쪽 두번째).

축제를 즐기고 있는 외국인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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