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높빛시론>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이다. 1948년 11월 30일 ‘국군조직법’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징병제로 군대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한해 평균 27만 여명의 청년들이 입대해 최대 36개월간 복무를 해 왔고 현재는 18개월간 병역 의무를 이행해 나가고 있다. 국제법상 전 세계에는 239개(비독립국 포함) 국가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대략 10여 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1년 넘게 실질적인 병역 의무를 요구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북한은 징병제일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모병제 논의가 제기되면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 반드시 꺼내는 말이 있다. 그것은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북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만 모병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북은 징병제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원입대에 의한’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군대 가기 싫은 사람은 안가도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입대를 거부해도 아무런 처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놀랍다.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데도, 그것도 무려 11년이나 인민군으로 복무해야 함에도 북에서 모병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도대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북한에서 인민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탈북한 이에게 물어보니 답은 간단했다. 북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군대를 못가서 탈북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그런 이유로 탈북한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실제로 북에서는 자원입대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몇 가지 장벽을 두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감옥을 다녀온 사람은 입대가 안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정 부분 비슷하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조금 다른 듯하다. 예를 들어 국군포로 자녀 등 출신 성분이 나쁜 청년은 인민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과거 장교가 될 수 없을 뿐 의무복무는 상관없었다. 또 부모가 이혼해도 입대 불가다. 이 역시 우리와 다른 사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북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벌 일가의 남자들이 원정 출산을 통해 국적 변경 등으로 입대를 기피하고, 그 빈자리를 ‘이 빽도 저 빽도 없는’ 청년들이 대신 간다는 자조가 있는데 정말 의외 아닌가.

그렇다면 이처럼 자원입대 방식의 모병제 임에도 북한에서 인민군을 가려는 이유는 뭘까. 이것이 어쩌면 “모병제 도입시 지원자가 얼마나 있겠냐”며 걱정하는 우리에게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답은 군 복무를 마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에 따른 ‘사회적 예우 차이’였다. 쉽게 말해서 북은 군복무를 기피해도 상관없지만 쉽게 말하면 대신 공무원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북한에서 성공하려면 인민군 복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화라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인민군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해서 복무를 마치면 그들 체제에서 선망하는 공산당원 입당 자격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좋은 직장을 얻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말해 무엇 할 것인가. 군대 안 간 사람을 우리는 농 삼아 ‘신의 아들’이라 부른다. 반면 군대를 간 사람은 ‘어둠의 자식’이라 칭하는 우리 현실. 군 복무에 따른 사회적 혜택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고 어떤 예우도 기대할 것이 없는 나라. 이런 지경에 과연 우리가 북한과 대적 시 자신할 수 있을지 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모병제를 해야 할 역설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형사처벌로 징병만 강제하는 현 병역제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군복무를 마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요구할 때마다 “의무인데 무슨 보상을 요구하냐”는 반론을 듣고 기가 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군 복무는 분명 희생이다. 그에 걸맞은 예우가 나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가고 싶은 군대인데 아무나 갈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지금처럼 ‘가기 싫은데 안가면 처벌 받을까봐 할 수 없이 끌려가는’ 군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나는 모병제로 청년들이 진짜 예우받는 대한민국 군대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단언컨대, 그럴 때 대한민국 군대는 진짜 강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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