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폭넓은 경력 쌓은 문화예술경영전문가
9월 선임 이후 재단운영·조직관리 큰 그림

“내년에는 참신한 기획으로 성과 증명
후년에는 예산증액 당당히 요구할 것”

고양시는 지난 9월 고양문화재단을 이끌 새 인물로 정재왈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출신인 정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이사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금천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민간과 공공부문을 넘나들며 폭넓은 이력을 쌓은 문화예술경영전문가로 불린다. 때문에 정 대표의 선임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신선한 기대감’으로 요약됐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설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재왈 대표를 만나보았다. 취임 2개월이 지난 지금이 정 대표가 그려나갈 고양문화재단의 미래상을 질문하기에 적절한 때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선임 후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일에 주력했나.

우선 전 직원에게 고양문화재단이 내용과 조직운영 등 모든 면에서 수도권 최고의 재단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맙게도 직원들의 이해와 동의가 빨랐고, 마침 내년도 예산 작업 시기이기도 해서 팀별로 회의를 거듭하며 의욕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프로그램의 변화를 설계했다. 조직관리 측면에서는 중간관리자들과의 소통채널을 보다 명확히 하고, 업무 달성 여부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정비했다.
대외적 협력강화도 시동을 걸었다. LG아트센터, 세종대학교 등 다양한 기관·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외협력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해 양질의 공연콘텐츠와 관련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계 전반에 ‘정재왈 프리미엄’이 확실히 있다고 자부한다. 이를 최대한 살려 고양문화재단의 위상을 자신 있게 높여갈 생각이다.
 

2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고양시가 어떤 점을 기대하며 본인을 선택했다고 보나.

아쉽게도 고양문화재단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변의 기대에 걸맞게 꾸준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들어왔다. 하지만 직접 와서 들여다보니 우려할 만큼 조직이 불안하지는 않았다. 직원들의 자질이나 전문성은 충분한데, 그동안 동기부여가 부족했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 변화를 이끌어내 재도약의 토대를 마련할 리더가 필요한 시점인데, 문화예술경영에 관한 디테일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내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다.
 

고양문화대단은 수년간 조직관리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부담감은 없나.

고양시는 작은 시골 동네가 아니다. 105만 인구를 바탕으로 서울과, 그리고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도시다. 물론 지역 정서를 이해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지만, 부담감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장점을 살려 고양시의 문화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나에게 주어진 임무 아니겠나.
 

2개월 동안 현황을 점검한 소감은.

공연, 전시, 시민생활문화 등 분야별로 사업적 체계는 어느 정도 갖췄다. 그러나 참신한 기획력을 발휘하며 발로 뛰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또한 우선순위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과제인데, 이건 리더십과 비전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
 

공연·전시 인프라에 비해 콘텐츠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는 대관 공간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양쪽 합쳐 8000석의 공연장을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도전적인 기획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자성해야 할 점이다. 내년부터는 기획공연과 기획전시 중심으로 확 바꿔보려 한다. 아쉽게도 재단의 내년 예산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듯하지만, 부족한 예산 안에서도 담당자들이 발로 뛰며 차별화된 기획을 선보이자고 독려하고 있다.

새로운 기획의 윤곽을 조금만 공개해 달라.

고양문화재단의 색깔을 살린 사전 시즌제 프로그램을 미리 선보이고, 문화프로그램 몇 개를 묶은 패키지 상품도 많이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 문화욕구를 가진 시민들의 예정된 문화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새라새극장을 무대로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예술 프로그램 ‘새라새 온 스테이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에선 내년 상반기 브루클린 미술관 초대전을 야심차게 기획했다. 또한 회화 중심의 전시 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예술과 퍼포먼스와 융합된 시도를 할 계획이다. 12월~1월 중으로 기획 프로그램이 공개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만날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고양어울림누리 야외공간에서 ‘빛누리축제’라는 타이틀로 야간 조명 루미나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친구, 연인과 함께 겨울밤을 훈훈하게 보낼 나들이 명소가 될 것이다. 기대해 달라.
 

그동안 고양문화재단이 시의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서 수년간 예산을 넉넉히 배정받지 못한 면이 있다. 규모에 맞는 적절한 시 출연금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현재 공연예술 관련 예산이 17억 원 정도이고 전시 예산은 5억 원에 불과하다. 공간 인프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장기적으로는 2배 이상 증액돼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 있는 예산 안에서 최선을 다 해 성과를 확실히 보여주고, 후년에는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 증액을 당당히 요청할 것이다.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의 차별화 전략은.

대형 공연 인프라가 고양시에 두 개나 생길 당시, 문화예술계에선 과한 투자가 아닌가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정말 좋은 자산을 확보해놓았다는 생각이다.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는 공간 특성과 입지여건 등의 차별화된 장점을 살려 각각 전문예술과 시민예술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두 곳은 말 그대로 고양시의 문화 랜드마크다. 규모와 위상에 걸맞는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문화 시장으로서 고양시의 잠재력, 또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고양시에는 분명 양질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시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실제적 문화향유계층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시의 연령대별 소비 방식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맘마미아’처럼 40~50대 관객층을 겨냥한 작품은 고양에서도 먹힌다.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침음악나들이’ 시리즈 공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작품을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공개하는 ‘생산지’로서의 이미지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들에게 상응하는 메리트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고양은 문화적 자부심 가질 자격이 충분한 도시다. 저에게 네비게이터 역할 맡겨 주셨으니, 고양시민들이 문화적 자부심을 높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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