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커뮤니티 공간, 운영현황과 과제

최근 3년간 문을 연(예정 포함)고양시 커뮤니티 공간 현황

공동체 복원 위한 거점공간 확대
주엽커뮤니티센터 민간운영 모범
전문그룹 통해 주민역량 높이고
조기정착 위해 지원 뒷받침돼야

[고양신문] 마을커뮤니티공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동네 주민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쉴 수 있는 곳. 소통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해나가는 중심거점.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벗어나 이웃과 친구 동료가 있는 이야기와 나눔이 일상화 되는 공론의 장. 거시적 관점에서 지속적 사유화로 사라져가는 도시 내 공공영역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서 커뮤니티공간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공동체 활성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0년을 전후로 이러한 마을커뮤니티공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 형태는 대부분 주민자립형 모델이었다. 행신동 아파트공동체 느티나무도서관, 영주산 마을공동체 다락방 등 대표적 마을공간은 모두 동네주민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출자해 설립·운영해왔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간의 역할이 점차 각광받으면서 공적재정도 투여되기 시작했다. 2015년 셉티드(범죄예방디자인) 사업에 선정된 능곡4구역은 도비지원을 통해 마을커뮤니티 공간인 ‘토당토당 사랑방’을 마련했다. 이 공간은 마을회의와 평생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그 결과 올해 능곡도시재생뉴딜사업에도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 따복공동체센터 지원으로 설립된 고양동 마을카페 ‘다락’ 또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양시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 한해에만 문을 연 고양시 내 커뮤니티 공간이 무려 4곳. 설립예정인 공간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재준 시장 또한 작년 지방선거 당시 ‘거점별 마을공작소 설립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커뮤니티공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4곳 오픈, 내년 4곳 예정
최근 3년간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적으로 고양시 내 공공예산 투입을 통해 설립(예정포함)된 공간은 총 9곳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먼저 주민제안을 통해 마련된 공간은 2017년에 문을 연 주엽커뮤니티센터를 비롯해 행주소통공작소, 덕은마을공유공간, 관산마을공작소(예정) 등 4곳이다. 또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 내 예정된 커뮤니티 공간이 3곳(주교동 도시재생 어울림센터, 구 능곡역사, 구 일산농협 소금창고)이며 화정 청취다방, 일산서구청 내 여성커뮤니티센터 등 계층별 커뮤니티 공간이 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문을 연 주엽커뮤니티센터는 민관협치 공간운영 모델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중 주엽커뮤니티센터는 2013년 주민자치교육 의제발굴을 통해 처음 제안된 사업이다. 어두컴컴한 우범지역이었던 주엽역 지하보도 공간을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진희 센터장은 “아파트가 밀집된 주엽동 특성상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절실했는데 주엽커뮤니티센터가 그러한 욕구들을 상당부분 충족시킬 수 있었다”며 “이 공간 덕분에 지하도도 환해지고 주민모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다들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센터장은 “처음부터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복합공간으로 조성돼 남녀노소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오전에는 주부, 점심 이후에는 노년층, 하교 시간에는 청소년들이 주로 함께하며 저녁에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대관해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한 공간을 다양한 연령층이 쓰다 보니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 행주내동 먹거리 마을 초입에 문을 연 행주소통공작소는 도시재생 활력거점 공간으로 마련됐다. 뉴딜사업 대상지 외에 이러한 주민거점공간이 마련된 것은 지자체 중 전국 최초다. 도시공사가 임대비를 지원하고 주민공동체가 운영하는 방식이며 자체적 관리·운영경험을 쌓게 해 추후 도시재생을 위한 중심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4월 문을 연 행주소통공작소. 뉴딜사업 대상지 외에 이러한 도시재생 활력거점공간이 마련된 것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다.

현재 이곳에서는 마을비전을 그리기 위한 주민모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방과 후 활동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고양시를 방문한 뉴질랜드 도시재생 전문가 마크 사우스콤 교수 또한 “센터(행주소통공작소)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준 시장 공약인 관산동 마을공작소 조성사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벽제농협의 오래된 양곡창고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이 사업은 1월 업무협약, 8월 주민워크숍을 거쳐 현재 설계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공간 구성은 ▲스터디룸·만화방 등 청소년 공간 ▲영화관람실·도서관·공연장 등 문화공간▲ 회의실·주방·북카페 등 공유공간 등이 논의되고 있다. 

내년 개소를 목표로 준비중인 관산동 마을공작소 외관. 벽제농협은 옛 양곡창고를 시에 10년간 무상임대했으며 시에서는 이 곳을 리모델링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커뮤니티 공간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담당부서인 주민자치과 측은 “그동안 공간구성을 위한 주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설계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올해 안에 설계가 마무리되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내년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소한의 자립기반 통해 주민운영 맡겨야
이러한 커뮤니티 공간조성 흐름이 확대되면서 운영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공공재원이 투여된 커뮤니티 공간의 가장 큰 난제는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은 커뮤니티 시설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거나 심지어 문을 닫는 경우들이 최근 전국적으로 허다하기 때문이다. 

올해 10월에 문을 연 덕은동 주민공유공간. 향동지구 수도가압장 공사 과정에서 LH와 주민간의 협의를 통해 마련된 시설이다.

운영계약방식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예산이 투입된 시설들은 기본적으로 직영이냐 민간위탁이냐 이분법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 공간의 운영계약방식은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주민공간의 경우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주도적 운영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엽커뮤니티센터 운영모델은 참고할 만하다. 고양시민회가 위탁을 맡고 있는 이곳은 다른 위탁시설과 달리 공공요금 등 최소한의 예산만을 지원받고 있다. 인건비 등 나머지 운영비용은 모두 공간대관료와 음료판매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개관 초기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제기됐지만 불과 2년 만에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진희 센터장은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은 당사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자율성도 높이고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정에서는 최소한의 자립기반만 마련해주고 나머지는 시민들을 전적으로 믿고 운영을 맡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주민공동체 기반이 약한 지역은 일정기간 동안 인큐베이팅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관산동 마을공작소 논의과정에 참여한 한 주민활동가는 “인적자원이 부족한 외곽지역의 경우 초기에 시에서 운영비를 부담하고 전문가 그룹에게 맡겨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주민운영주체를 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간운영과 공동체 활성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뒤 추후 주민들에게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민커뮤니티공간을 통해 마을자치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센터장은 “주민공간을 커뮤니티 방식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등과 접목된 사업형 모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참여영역도 더 넓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자산화 방식 등을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을 관리·운영하는 단계까지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행정에서도 거점공간 및 생활SOC사업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