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구상나무 수꽃. 구상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자란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한 달에 한 번 고양신문 칼럼을 씁니다. 이번 원고가 36번 째이니 3년을 채운 셈입니다. 깜빡 하는 순간 원고 마감 독촉 문자를 받습니다. 이번 원고도 약속 날짜보다 늦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게 흐릅니다. 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군요. 곧 있으면 알록달록 전등으로 장식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나타나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호수공원을 걸으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호수공원 활엽수도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군요.

인디언 달력은 자연과 사람 심리에 맞춘 독특한 표현으로 유명합니다. 11월을 표현하는 달력 표현을 한 번 볼까요. 강물이 어는 달(하다차 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 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키오와 족). 12월을 나타내는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수우 족), 무소유의 달(위네바고 족)도 눈길을 끕니다.

우리 선조들도 4계절을 24절기로 구분했습니다. 11월부터 1월 겨울철을 입동과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으로 나눴습니다. 입동(立冬)은 양력 11월 8일로 겨울이 시작하는 때입니다. 이때쯤 호수공원을 걸으면 도토리를 물고 어딘가로 부지런히 나르는 청설모를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청설모도 조심스럽게 저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사람에 익숙해서 그런지 부리나케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호수공원에서도 도토리를 줍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원관리사무소는 ‘도토리는 야생동물 먹이’라고 쓴 펼침막까지 걸고 주민 계도에 나섭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빗대 11월을 인디언식 표현으로 ‘청설모가 눈 흘기는 달’이라고 할 것입니다.

11월 22일은 24절기 중 소설(小雪)입니다. 한자말 그대로 풀면 ‘작(적)은 눈’입니다. 바로 첫눈이 내릴 때이지요. 이어 양력 12월 7일은 대설(大雪)입니다. ‘큰 눈’입니다. 그만큼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이겠지요. 도시에서는 눈 치우느라 난리를 치겠지만, 자연 속에 쌓여 녹는 눈은 말 그대로 자연(自然)스럽습니다. 얼마 뒤면 호수공원에도 눈이 쌓일 것입니다. 하지만 겨울에도 눈이 적게 내려 겨울가뭄이란 말도 나오듯이 올해는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인공폭포 옆 녹지에서 자라고 있는 외모가 멋들어진 구상나무. <사진=김윤용>

호수공원은 철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합니다. 호수공원 여러 곳을 눈여겨보지만 특별하게 사진을 즐겨 찍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공폭포 옆 녹지에서 자라고 있는 잘 생긴 구상나무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입니다. 이곳 구상나무는 원뿔 모양으로 곧게 자라 제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가지 품도 넓게 퍼져 참 멋들어지게 자라고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나무 수형이 빼어납니다. 독일가문비나무, 전나무보다 키는 작지만 삼각형을 이루는 외모는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호수교 방면을 향해 구상나무를 바라봅니다. 각도를 조금씩 옮겨 나무를 둘러봅니다. 보면 볼수록 정말 잘 생겼다는 생각에 흐뭇합니다.

한라산, 지리산을 오르면 하얗게 말라죽은 나무 군락을 만납니다. 바로 구상나무나 분비나무 고사목입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죽고 있다는 보고가 많았습니다. 최근 언론과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사목 발생 범위와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는 듯합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 나무입니다. 학명과 영문 이름에도 한국이란 이름이 박혀 있습니다. 나무 외모가 아름다워 조경수, 공원수로 많이 심습니다. 구상나무가 있는 호수공원 사계절 풍경을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만난 하얗게 말라죽은 구상나무 고사목. <사진=김윤용>
구상나무 잎. 구상나무는 제주 방언으로 쿠살(성게)+낭(나무)에서 왔다고 추정한다.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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