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이웃> 『소소여행』 고양시편 출간한 이다빈 작가

고양시 곳곳 두 발로 다녀온 작은 여정
소소한 감성과 담백한 글솜씨로 담아
백마역·송강마을 등 익숙한 공간 재발견 

[고양신문] 시인이자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이다빈 작가가 고양 테마여행기 『소소여행』(아트로드 刊)을 펴냈다. 이름처럼 고양의 명소 9곳을 두 발로 찾아가 소소한 감상을 작가의 담백한 글 솜씨로 담아낸, 작지만 빛나는 여행의 기록이다.

책은 창릉천 따라 흐르는 역사 여행, 경의선 따라 달리는 기찻길 여행, 마을에 꽃피는 예술 여행이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창릉천 역사여행에는 북한산·서오릉·행주산성이, 경의선 기찻길 여행에는 일산역·백마역·대곡역이, 마을 예술예행에는 송강마을과 화전동벽화마을·호수공원이 각각 소소여행지로 소개됐다. 북한산을 찾은 선비·묵객들의 흔적, 서오릉에 잠든 비운의 여인들 이야기가 호출되기도 하고, 일산역에서는 100년 전의 만세소리와 오일장의 추억을, 대곡역에서는 신도시 개발의 그늘을 포착한 영화 『초록물고기』를 각각 떠올리기도 한다.  

 

『소소여행』 고양시편을 출간한 이다빈 작가.

일산에서 7년 거주한 이웃

1996년 시인으로 등단한 이다빈 작가는 동화작가, 글쓰기 강연, 출판편집자 등 글쓰기와 관련한 다채로운 이력을 쌓았다. 저서로는 시집 『문 하나 열면』, 동화집 『모자선생님』 등이 있으며, 문학·예술인의 삶을 여행을 통해 조명한 『길 위의 예술가들』, 『작가, 여행』 등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가깝고 익숙한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  부천과 인천, 성남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 테마여행기 ‘소소여행’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였다. 『소소여행』 고양 편은 시리즈의 4권째 책인 셈인데, 작가가 7년째 마두동에 거주하고 있는 고양의 이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부천 소소여행과 인천 소소여행은 시민들과 글쓰기 강의를 진행한 결과물을 엮은 책이예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여행하고, 익숙했던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성남과 고양 소소여행은 기획과 집필을 혼자서 속도감 있게 해냈지요.”

각자의 감성으로 즐기는 게 진짜 여행

글을 쓰며 이다빈 작가는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단다. 특히 고양시는 깊은 역사와 수많은 유·무형의 유산이 곳곳에 산재한, 보물지도 같은 땅이라고 말한다. 나들이에서 만난 이웃들의 살가운 체취 역시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행주나루터에서 한강 어부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북한산에 올랐을 때는 우연히 만난 동행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행궁지를 찾기도 했어요. 그 때 만난 분이랑은 지금도 소식을 전하며 지내요. 짧은 여행이 친구를 만들어 준 것이지요.”  

일산에서만 살아온 이 작가는 그동안 ‘일산 주민’이라는 명칭에 익숙해져 다른 지역에는 다소 무관심했다고 고백한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덕양구는 어딘지 낯선 동네만 같았어요. 그런데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고양 땅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다빈 작가는 하루에 2만보는 거뜬히 걷는 걷기 마니아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같은 코스를 다녀와도 각각의 여행체험이 다 다를 수밖에 없지요. 스스로의 시선과 감성으로 장소가 주는 고유한 느낌을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전 공부가 병행된다면 그 느낌이 훨씬 풍족해지겠지요.”

이다빈 작가가 최근 펴낸 책들.

 고양(高陽)을 고향(故鄕)으로!

그는 여행이 지닌 두 얼굴인 해방감과 고독감을 함께 즐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도 한때 어떤 건물이나 구조물이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없는, 폐사지나 집터 등을 찾아가면 자신도 모르게 특별한 감성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말한다. 융성했던 역사가 잠든 북한산 행궁터, 망국의 한을 안은 공양왕이 몸을 의탁했던 견달산 어침사지, 그리고 송강 정철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남긴 강아의 묘를 찾았을 때 느꼈던 생생한 감상이 책 속에 진한 흔적으로 녹아있는 까닭이다.   

그는 버스값과 김밥 한 줄만 있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우리 마을 소소여행’을 즐기는 문화를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울러 “고양이 고향과 발음이 비슷한 게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을 향(鄕)자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가운데 놓고, 두 사람이 마주 않아 나누어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예요. 그런데 우리네 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한반도 벼농사가 바로 고양 땅에서 최초로 시작됐잖아요. 우리 마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두 발로 걷고, 함께 생각을 나누며 ‘고양을 고향으로 만들자!’ 이게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제 속마음 이예요.”  

한 손에 잡히는 축소 판형에 16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라 배낭이나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기 맞춤하다. 저자가 직접 찍은 생동감 넘치는 사진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소소여행』 고양시편 2권을 작가에게 요청하고 싶어진다. 가봐야 할 곳이 고양 땅에는 무궁무진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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