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물이 든 장항습지 갯골.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신문] 장항습지는 버드나무숲 밑에 갯골이 있는 특이한 습지숲이다. 갯골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으니 이 길을 따라 회유성 물고기들도 드나든다. 예전에는 이런 큰 갯골과 작은 갯골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0여 년간 갯골 입구에 쌓인 토사가 쓸려나가지 않고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한강 중상류에 큰비가 내려 팔당댐이 수문을 초당 1만8000톤 정도 방류했던 2006년이나 1만5000톤 정도 방류했던 2009년도에는 버드나무숲이 잠기면서 물골이 열렸었다. 이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은 어부들이었다. 버드나무숲이 잠기고 물골이 열리면 자연산 뱀장어가 풍년이 들기 때문이다.

미식가들의 밥상에만 오른다는 자연산 뱀장어, 지역말로 ‘성만장어’를 그러나 올해는 버드나무숲에서 거의 잡지 못했다. 막힌 갯골을 뚫고 물을 안으로 들이는 작업이 시급했다. 습지의 육화를 방지할 수도 있고 어민들의 이익도 높일 수 있는 버드나무숲 갯골 장어잡이 프로젝트, 일명 ‘버들장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올해 장마가 끝나고 작은 갯골들을 모두 연결한 지난 3개월 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장항습지 버드나무 갯골을 좋아하는 뱀장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를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누면 상류부터 신평구간, 장항구간, 이산포구간이다. 이중 신평구간이 어민들이 갯골을 내고 뱀장어어업을 하는 구간이다, 장항구간은 주로 농민들이 농업을 하며 조류의 월동지를 제공해주며 이산포구간은 보존구간으로 일체의 간섭이 없다. 버들장어 프로젝트는 신평구간의 어업용 갯골들을 개선해서 습지내로 물의 체류시간을 늘려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키자는 목적으로 경기도와 고양시 생태관광부서들의 지원과 한강유역환경청, 고양시 환경정책과의 협조를 받아 올해 처음 시도된 시범사업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갯골의 기능을 모니터링하여 습지의 관리에 활용하고자 하는 이른바 적응관리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민들이 각자 만든 장어잡이 갯골을 모두 연결하고 나니 변화는 의외로 빠르게 찾아 왔다. 인천항 기준 만조수위 300~400미터인 물이 아주 적게 들어오는 조금 때에도 갯골에 물이 들었고, 그곳에는 가숭어나 웅어의 치어들, 밀새우나 어린 참게 등 크기가 작은 무리들이 주로 관찰되었다. 습지숲의 갯골이 바다의 잘피밭과 같이 어린 생물들을 키우는 보육장임을 확인한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가 여기저기 갯골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펄이 쌓이면서 사라졌던 펄콩게가 갯골로 돌아왔다. 강어귀참갯지렁, 젓뱅어, 강주걱양태, 애기참게 등 작고 여린 생물종들이 점점 늘어나 피난처로도 사용되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결과가 내년에 갯골복원사업으로 반영된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펄콩게 구멍.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뱀장어는 왜 장항습지 버드나무숲으로 드는 것일까? 좁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습성도 있을 것이지만 먹이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항습지에서 갯골어업을 하는 장창무 선장님으로부터 얻은 자연산 뱀장어의 위 내용물에는 의외로 육상곤충과 같은 동물성먹이와 버드나무잎과 같은 식물성먹이가 함께 나타났다. 이외에도 작은 물고기나 게, 새우도 보였지만 주로 곤충류가 대세였다. 이곳 어민들 중에는 과거 ‘늦’이라는 벌레가 많이 발생할 때 이 벌레를 미끼로 해서 잡았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실제로 물골을 낼 때 물골주변에는 땅강아지와 왕귀뚜라미, 먼지벌레, 방아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식물성 먹이는 우연히 섭취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나 다른 연유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버드나무종류에 비해 오직 선버들에만 선천면역물질이 풍부한 이유와 연관은 없는가. 앞으로 장항습지의 버들장어에 대한 스토리가 완성되면 독자들에게 공개하겠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은 뱀장어도 이미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종 반열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Threatened) 등급을 위급(CR), 위기(EN), 취약(VU) 등 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극동산 뱀장어는 그중에서도 위기(EN)등급이다. 호랑이, 저어새, 마운틴고릴라, 푸른바다거북과 같은 등급이다. 판다나 북극곰보다 높은 등급이다. 이렇게 높은 위협에 처한 생물종임에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그 엄중함을 종종 잊고 만다.

뱀장어를 잡는 주낙.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이미 자연산 뱀장어는 희귀해져 1kg당 10만원에서 30만원을 호가한다하지만 보호방법을 아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2017년에 실행된 내수면어업법에 따르면, 10월1일부터 3월31일까지는 어린 뱀장어인 실뱀장어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뱀장어를 잡아서는 안 된다. 이 시기는 성숙한 뱀장어가 바다로 산란하기 위해 내려가는 시기이고, 특히 하구는 그 길목이므로 하구어부들의 인식개선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성숙한 뱀장어를 안전하게 산란지인 태평양으로 보내주어야 그들의 새끼인 실뱀장어가 부화해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어부공동체가 인식하고 스스로 규제하여야 한다. 더불어 4월부터 9월까지는 우리의 강이나 호수에서는 뱀장어를 잡을 수 있으나 15cm~45cm 정도 되는 청소년기의 뱀장어는 잡아서는 안 된다. 장항습지도 살고 어민도 살리는 버들장어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고양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서해의 뱀장어가 동해의 명태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폭탄먼지벌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애기참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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