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장 사랑의 연탄 배달하는 연탄박사 이동기씨

추위가 시작되면 생각나는 따끈한 호빵 그리고 연탄. 11월부터 2월까지는 연탄사업을 하는 이동기씨가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때다. 올해도 벌써 연탄배달을 약 6만장 정도했다. 그런데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지는 사랑의 연탄은 1만 5천장 정도뿐이다.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연탄의 온기가 그리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전해주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동기씨는 마음이 넘 아프다. “올해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80넘은 할머니가 사랑의 연탄을 기다리다가 안오니까 자비로 연탄 300장을 들여놓으시고 호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쌈지돈을 꺼내 주셨던 일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주신 돌돌말린 돈을 보면서 이 돈을 받아야 되나 생각이 들었지만 연탄을 사야하니 안받을 수도 없었다.

오금동에서 1급 장애인 아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70대 중반 할머니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동기씨는 “그 댁에 연탄을 넣고 올 때마다 눈물이 나서 죽겠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연탄을 그냥 넣어드렸는데 어느 틈엔가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셨다. 그날 다른 곳에서 연탄 판매한 돈까지 보태서 드리고 나왔다.

이동기씨는 “그 분들을 보며 이렇게 어려운데도 열심히 사시는데 나는 뭐한다고 세상의 끈을 놓으려고 했을까?하는 반성의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7년 전까지 그는 15톤 덤프트럭을 재산삼아 열심히 살았다. 기름값에 차량수리비까지 합치면 한 달 카드값이 수 백 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6개월 동안 일한 곳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 결국 부도 아닌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어음 한 장 받아보지 못하고 맞은 부도였다.

15톤 덤프트럭을 처분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27%의 이자의 캐피탈 자금을 먼저 갚아야 했다. 하지만 손에 남은 돈은 1,200만원뿐. 캐피탈에서 빌린 3,000여 만 원을 못 갚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절망의 마음으로 어두운 밤에 집 뒤 산에 올라가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연탄차를 보고 마지막 희망을 잡았다. 그는 1977~78년도 10대 시절에 연탄차 조수로 따라다니면서 운전도 배우고 연탄배달하며 돈을 벌었던 일이 있었다.

그는 빚에 빚을 져서 680만 원짜리 중고 1.4톤짜리 트럭을 25% 이자를 감당하며 전액할부로 구입하고, 고물을 주워 팔아 연탄 한 차 값을 마련했다. 이때 옛날 인연 덕분에 ‘사랑의 연탄’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 3만장 주문이 들어와서 내가 기절을 했다. 당시 연탄 한 장이 374원 58전 할 때였다. 대강 계산을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돈 백만원도 없던 때였다. 결국 절반만 달라고 했고, 배달해서 받는 돈으로 계속 연탄을 사서 1만5천장 주문을 다 소화했다.”

절반만 했지만 그 인연으로 거래처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다음해에 엄청난 주문이 밀려왔다. 덕분에 이자가 무시무시했던 캐피탈 자금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낮에는 연탄배달을 했고, 야간에 15톤 덤프트럭 고정 일당 기사로 일했다. 짬이 나면 풀 뽑는 일을 비롯해 온갖 허드레 일도 했다. 결국 쓰러져서 3일 만에 회복하기도 했을 만큼 죽을 각오로 일했다. 연탄사업을 시작한지 7년 만에 빚을 다 갚았고 이제는 일 한 만큼 자신의 수입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어렵게 사는 분들을 보면 돈에 후달리던 옛날 생각이 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한다.

이동기씨는 “탈원전 탈석탄 정책 때문에 연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죄인취급 받고 있고, 연탄재 버리는 것도 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하는 이중고를 받고 있다. 기름 떼는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은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돈 들어가는 소리처럼 들려서 기름도 못떼고 추위에 떨고 있다”며 “정부에서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석탄사업에 지원하던 지원금이 줄어들어 석탄사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 지원금이 적어지면서 연탄 사업하는 이들이 줄어들었고 그 대신 연탄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니 결국 연탄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추위에 고생하는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의 삶도 살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