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제빵업체에서 제품 포장업무를 담당하는 50대 가정주부 A는 최근 주52시간제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가 다니는 회사가 70명 규모라서 2020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급여는 최저시급이긴 하지만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수당을 포함하면 월 260만원 정도 된다. 납기일이 임박해 연장근무가 더 많은 달은 300만원 가까이 가져갈 수 있어서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하지만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연장근로시간이 줄어 수입이 230~240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소문이다. 평소 씀씀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뛰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C는 여의도에 위치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C가 맡은 업무는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을 고객사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소개하는 일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고객사 키맨(keyman)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야근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저녁 6시 반이 되면 회사의 모든 컴퓨터가 일제히 꺼지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개인 노트북으로 옮겨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예전에는 야근의 일부라도 수당을 청구해 받을 수 있었지만 회사는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야근은 법 위반이므로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52시간제 시행이 유예되더라도 언젠가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전체 근로자의 상당부분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로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법의 실효성 문제다. 과거 노동행정에서 노동자를 위해 실행된 정책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노동자에 불리하게 작용된 사례가 더러 있었다. 비정규직 2년 사용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책이 시장에서는 비정규직 2년 사용 후 근로관계 종료로 나타났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현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의 대안으로 자동화설비 확충을 통한 인원감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 주52시간제 역시 근로자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시행된다지만 A처럼 빠듯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C처럼 회사와 자기발전을 위해 기꺼이 더 일하고자 하는 이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오히려 깨뜨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시장의 가격 조절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표현한 고전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우리에게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를 들려주지 않을까. 법은 최소한으로 꼭 필요할 때만 관여하자.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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