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경 따뜻한약국 약국장

[고양신문] 변혜경 약국장은 약국에서 약도 판매하지만 마음 아픈 이들에게 따스한 대화로 삶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일산동구 홈플러스 일산점 2층 ‘따뜻한약국’에서 환한 미소로 환자들을 맞이하는 그는 꽁꽁 언 몸과 마음마저 훈훈하게 해준다.

변 약국장은 “늦가을이 끝날 즈음에 자살하려고 수면유도제를 구입하러 온 손님을 경찰에 신고하고 자살예방센터에 연결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최근 들어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무렵 조금 한가한 시간 6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약국을 찾았다. 수면제 종류를 문의한 후 어떤 종류가 잠을 오랫동안 잘 수 있는지, 이 약을 먹으면 죽냐는 둥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변 약국장은 두 손을 꼬옥 잡아주며 "마음 약하게 먹지 말고 가족을 생각하라"며 “선생님은 귀한 존재다. 이곳 약국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힘으로 사셨으면 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환자는 "모든 것을 다 줬는데 자식에게 버림받았다. 살고 싶은 의욕이 없다. 몸과 마음이 아파 걷기도 힘들다"며 펑펑 울었다. 변 약국장은 힘내라며 마음 진정 되는 약을 건넸지만 안 먹겠다며 뛰쳐나갔다고 한다.

마음이 놓이질 않아 뒤따라 나가 경찰에 신고했고 환자는 이후 자살예방센터로 연결됐다. 

현재는 안정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변 약국장은 “관계기관에서도 큰 일이 발생했을 때 수습을 하는 것 보다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관찰을 하면 좀 더 효과가 있을 거 같다”며 안타까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약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6년부터 약사로 근무 중이다. 삼진제약 국립과학수사연구소(3년)와 동남보건전문대학 강사(2년)로 일했다. 

현재는 ‘따뜻한약국’ 약국장으로 근무하며 세검정성당 시니어아카데미교사(매주 목)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70세 이상 어르신들과 미술작업, 성서쓰기 등을 한다.

평상시에도 환자들에게 친절과 따뜻한 손길로 마음 속 고민거리를 상담해주곤 한다. 40대 미혼 여성의 가족 갈등도 변 약국장의 상담으로 나중엔 서로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변혜경 약국장은 “처방전보다 손님 얼굴에 먼저 눈길이 간다. 마음 속 걱정거리를 들어줄 수 있는 남다른 보람으로 약국을 운영한다”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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