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이웃> 『맛있는 건 맛있어』 펴낸 김양미 작가

먹고 보고 냄새 맡고 상상하고…
아이가 만나는 맛있고 행복한 세상

『맛있는 건 맛있어』(김양미 글, 김효은 그림. 시공주니어)

[고양신문] 김양미 동화작가의 신간 『맛있는 건 맛있어』(시공주니어)가 출간됐다. 김효은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로 독자들과 만난다.

꼬마 주인공 ‘나’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재밌다. 나뭇가지 위 새는 감을 쪼아먹고, 고양이 아노는 오이를 좋아하고, 화분에 심긴 사랑초는 맛있게 물을 마신다. 어린 동생 연우는 뭐든지 입 속에 집어넣는데, 옷에 붙은 단추를 먹으려다 들켜 엄마한테 혼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른들은 맵고 뜨거운 것도 잘 먹는다. 엄마는 배추김치를, 아빠는 설렁탕이 맛있다고 한다.

<사진=최민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상상력이 날갯짓을 한다. 기다란 스파게티를 먹으면 몸 안에 길이 생길 것 같고, 돌돌 말린 국수를 보면 할머니의 묶은 머리가 떠오른다. 맛있는 건 색깔도 예쁘다. 레몬주스는 노란색 원피스가 되고, 레이스 달린 치마는 바스락바스락 파이 같다. 오빠가 좋아하는 피자를 보면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상상한다. 이처럼 ‘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모양과 색깔을 관찰하고, 촉감과 소리로 감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세상의 엉뚱한 것들과 연결하며 몸도 마음도 성장한다.

맛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것. 생각해보니 맛있는 건 세상에 참 많다. 뽀뽀도 맛있고, 시원한 것도 맛있고, 따뜻한 것도 맛있다. 나아가 혼자보다는 같이, 급하지 않고 천천히, 심심하지 않게 재밌게 먹으면 더 맛있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이런 저런 상상놀이를 하는 시간이야말로 금방 줄어드는 막대 사탕처럼 맛있다. 아, 세상에는 진짜 맛있는 게 너무너무 많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성인 독자의 얼굴에도 빙그레 웃음이 번질 듯하다. 굵고 부드러운 질감의 선으로 그린 단순한 그림체와 따뜻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색감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며 각자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일산서구 가좌마을에 사는 고양의 이웃인 김양미 작가는 『풍선 세 개』, 『풍선 다섯 개』를 쓰고 그렸고, 『찐찐군과 두빵두』, 『털뭉치』 등을 썼다. 작가는 ‘먹는 걸 좋아하고, 먹으면서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앞으로 먹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가 좋아한다는 ‘먹는 것’이 단순히 음식뿐일까. 일상의 행복을 채워주는 크고 작은 것들, 또는 각자의 맛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책을 펼치면 누구나 세상이 한 뼘 더 맛있어지는, 선물 같은 책이다.

<사진=최민지>

 

<사진=최민지>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