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IT기술 접목 앞장서는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

비만과 암의 상관관계 연구 
전국 비만지도 최초로 제작 
의료와 IT기술 접목 관심 커 
소비자 입장 의료서비스 제공

 

오상우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규제 장벽이 존재하지만 데이터의 주인인 소비자에게 데이터의 사용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의료서비스와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소비자 중심의 헬스케어시스템으로 진료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몇 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기록을 기반으로 전국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해 20세 이상 성인의 체질량지수(BMI) 정보 등 빅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비만 유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 옹진군이었습니다. 대도시 보다는 강원도 인제군, 철원군처럼 주로 섬이나 산간지역에서 비만 인구가 급격히 늘었죠. 실제 현장을 방문해 조사했더니 교통 여건으로 인한 활동량 부족 등 생활습관이나 사교모임 등 문화의 차이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만, 암 예방, 대사증후군, 생활습관 교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지만 프로그래밍 등 IT기술을 의료서비스와 접목시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가고 있다. 

오상우 교수는 당초 이야기 나누기로 한 ‘비만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뿐 아니라 IT기술과 접목된 의료서비스의 실제 진행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이유는.
20년 전만 해도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낮았지만 요즘은 상당히 높아졌다. 비만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스스로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벼운 비만도 있지만 고도비만인 경우 의료진의 도움 없이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취업하기도 힘들고 심한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 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됨)가 30이상이면 집중적으로 치료를 권한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고도비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비만과 암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0년 전 쯤에 미국에는 비만이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아시아에는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연구논문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도 비만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위·폐·간암 등에 비해 그 비율이 높지 않았던 대장암, 신장암, 유방암, 갑상선 암 등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유전자가 바뀐 것은 아닐 테고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국가암관리종합계획에 ‘적정체중을 유지하라’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체계적 비만관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정부 예산도 충분히 배정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오상우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만대책위원회의 비만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1차 일반건강검진 자료 1억 3000만 건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작한 전국 비만지도. 비만 유병률은 2015년 인천시 옹진군이 47.21%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서울시 서초구는 32.10%로 무려 15.11%P의 유병률 차이가 났다. 오 교수는 “지역별로 생활습관, 건강에 대한 인식, 소득수준, 식습관, 신체활동,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지역별 건강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만대책위원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 최초로 ‘전국 비만지도’를 만들었는데.
비만으로 인한 질병이 늘어감에 따라 공단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시골보다는 교통망이 잘 뚫려 있고 사회적 교류가 많은 도시 지역일수록 비만환자가 적었다. 비만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의료비용 지출 규모가 6조7000억 원 수준인데 각 지역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먼저 이해하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각종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가공해서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데이터 3법이 논란이다. 
개인적으로 데이터 3법은 산업계의 논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다. 의료정보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데이터의 주인인 소비자가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다고 본다. 데이터 주권은 그 데이터의 주인에게 있는 것 아니겠나. 크던 작던 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도 나누어야 한다. 

물론 아직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장벽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유통경로나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의사지만 마치 엔지니어 같은 느낌도 든다. 
의학을 공부했지만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과 다양한 IT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에는 미국과는 달리 의료관련 데이터가 엄청나게 축적돼 있다.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좋은 연구결과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부터 음성인식이 가능한 고령자 영양관리 스마트케어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는데 일반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상우 교수가 개발한 영양관리 어플리케이션. 편리한 음성인식 시스템을 지원하고 다양한 디바이스 기기와 연동해 영양, 운동, 수면 및 혈압, 혈당 등 개인이 건강정보를 입력하고 최적화된 건강정보 피드백을 제공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도록 돕는다. 오 교수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이런 생활 속 종합데이터와 검진결과를 종합해 진료에 임한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에 IT기술을 접목하려는 이유는.
비만으로 인한 암 발생이 늘어난 것은 유전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생활습관의 문제임에서 보듯 병원에서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결과에만 근거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검진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환자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고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서비스가 IT기술을 타고 환자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중국에서는 IT기업이 병원도 인수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은 아예 미래에는 병원이 집으로 들어간다고 보고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계획은. 
진료의 패턴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딥러닝이나 머신러닝으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통계적 정규분포 곡선의 양 극단에도 분명히 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의사를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더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공급자의 시각이 아니라 수혜자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도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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