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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지원’ 넘어 이주민 모두를 위한 정책 고민해야<진단>고양시 다문화 정책현황과 과제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9.12.23 10:33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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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정의당 이주민특위원장과 정의당 시의원들이 18일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양시 이주민 2만명 넘어
이주노동자, 난민 제도 전무
‘다문화’ 용어 차별낙인 우려
기관별 중복사업 조정도 과제

국내에서 다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0여년이 흘렀다. 그 사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수는 2배 이상 늘어나 2018년 12월 기준 236만7000명에 달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6%로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민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반적인 정책변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제2차 이주 인권가이드라인’를 발표했는데 이중 핵심은 이주민을 인권침해에서 ‘보호’하는 수동적 접근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당사자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기존의 인종차별 문제, 사회적응 문제를 넘어 이주 아동의 교육 문제, 건강보험 적용 등 기본권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양시는 그동안 정부정책에 발맞춰 다문화가족(결혼이민여성)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결혼이민여성 뿐만 아니라 이주민 전반에 대한 정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7년 11월 행안부 통계발표에 따르면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2만1668명. 미등록 체류자까지 합하면 약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민여성을 제외한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등 여타 이주민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내년 고양시 다문화예산 11억
내년 고양시 예산안 중 다문화정책 관련 예산은 약 11억 1468만원 규모다. 이중 대다수는 국도비 매칭을 통해 시행되는 복지사업으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사례관리·통번역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특성화사업, 다문화인식개선 사업, 한국어교육 및 취업지원, 다문화 가족캠프 등이 있다. 

이러한 다문화 관련 정책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200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 올해부터 해피월드복지재단이 고양시로부터 위탁운영중인 이 기관의 등록회원 수는 12월 현재 3028명에 달하며 결혼이민자의 한국사회 조기적응 및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들의 경우 건강가정지원센터 내에 통합하는 사례가 많지만 고양시는 경기북부에서 유일하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특화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중 센터에서 내세우는 사업 중 하나는 다문화도서관 서비스강사 양성과정이다. 임유진 센터장은 “결혼이민여성 강사들이 직접 공공기관, 학교, 어린이집 등을 찾아가 출신나라와 관련된 도서를 가지고 이야기해주는 방식”이라며 “기존 다문화이해교육과 달리 도서관 컨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문화 감수성과 민감성을 키우는 교육이라서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역사를 배우고 현장답사를 통해 체험하는 ‘꿈나무 역사놀이터’사업 또한 고양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외에도 고양시 내에는 다문화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크고 작은 기관들이 존재한다. 이중 대표적인 곳은 법무부의 경기8거점 위탁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운영 중인 고양이민자통합센터다. 이곳에서는 이민자의 영주권, 귀화신청, 비자변경 인센티브 제공을 돕기 위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비롯해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위한 다문화대안학교, 공교육 진입이 어려운 다문화자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레인보우스쿨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세영 센터장은 “특히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도 평생교육국과 연계해 결혼이주민들이 학교를 방문해 본인나라를 소개하는 세계시민교육 같은 강사파견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며 “강사로 참여하는 분들은 일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배우는 학생들도 다문화 인식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민 ‘원스톱 지원서비스’ 공간 필요
이처럼 여러 다문화 지원 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양시 내 이주민들의 다양한 문제를 법제도적으로 포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대상이 한정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임유진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정책을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다문화가정 자녀 등 청소년에 대한 정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경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문화’라는 용어에 대한 재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다문화가족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경우에만 해당되며 그 외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가정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더 큰 문제는 ‘다문화지원법’이라는 용어로 인해 ‘다문화’가 어느새 당사자들에게 차별의 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 당시 이자스민 전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민 관련 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이민사회기본법안’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고양시 내 기관별 중복사업에 대한 조정과 협업체계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세영 센터장은 “한국어교육사업의 경우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이민자통합센터에서 동시에 운영되고 있어 중복문제도 있고 대상자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전협의를 통해 각 센터별로 사업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시설들이 한 공간에 마련돼 수요자들이 일괄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올해 고양시정연구원 정성훈 연구원이 진행한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도 ‘이주민 지원기관 간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독립적 공간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고양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주민협의회의 참여범주를 넓히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일부 기관들만 참여하고 있는 이곳 협의회에 이주민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해 통합사례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에 논란이 된 다문화여성 폭행사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협의체 논의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식의 프로세스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밖에 조례개정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이주민 전반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과 예산배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도 앞장서야
고양시 체류 외국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김포, 파주 등과 달리 대규모 제조업 단지가 없는 반면 외곽지역 소규모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장항동, 관산동, 문봉동, 성석동 일대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장항동 인쇄산업단지나 원당·관산 일대 화훼단지에 취업한 인력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는 “이들 대다수는 체류불안정성 때문에 임금을 착취당하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체류기간이 지나 미등록 상태가 될 경우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다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 한다”며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소 같은 지원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필요한 대책으로 가장 먼저 다문화가정에 포함되지 않는 이주민들에 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정책에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권문제는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이주민들을 한국에 동화시키려는 정책이 아니라 각자 출신국가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들의 역량을 활용해 진정한 다양성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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