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호수공원 아랫말산 아래에 주엽나무가 셀 수 없이 많은 콩꼬투리 닮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토요일, 호수공원 가는 길. 큰길 옆 복권 파는 가판대 앞뒤로 길게 줄 선 사람들. 이제는 제법 익숙한 풍경입니다. 주변 사람을 외면하듯 서 있는 중년 남녀,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대화하는 연인, 가난에 찌든 노숙자 행색의 노인, 로또 대박을 함께 꿈꾸는 가족….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남녀노소를 등장시켜 영화 필름처럼 고단한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줄에서 선 사람들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면서 슬쩍 슬퍼지기도 합니다.

함민복 시인은 「눈물은 왜 짠가」란 글을 통해 저를 울립니다. 어머니를 모시기 어려워 고향 이모님에게 모셔다드릴 때 어머니가 사주셨던 설렁탕 한 그릇과 관련된 한 편의 시 같은 이야기입니다. 중이염으로 고깃국물을 멀리하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고깃국물이라도 먹이려고 설렁탕 집에 들어갑니다. 소금을 너무 풀어 짜다며 주인장에게 국물을 더 달라고 해서 슬쩍 자식에게 국물을 따르는 어머니.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자기 뚝배기로 어머니 뚝배기를 부딪쳤는데 “뚝” 소리가 너무 크고 서럽게 들렸는가 봅니다. 모자가 무안하지 않게 살짝 다가와 깍두기 한 접시 내려놓는 주인장을 보고 찔끔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눈물을 땀인 양 씻어냅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눈물은 왜 짠가’라고요.

지난 8월말 토요일. 큰길 가판대 앞뒤에 긴 줄로 늘어선 복권 구매자. 우리네 삶의 풍경. <사진=김윤용>

사람 세상에서 ‘여럿이 함께 더불어숲’을 이루는 삶이 쉽진 않습니다. 약육강식 자연계 법칙에 속하는 나무 세계는 더 심합니다. 그래서 동물과 사람에게 새순을 빼앗겨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가시를 발달시킨 나무가 있습니다. 두릅나무, 음나무, 주엽나무 따위입니다.

주엽나무는 콩과 잎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분류합니다. 키가 20미터까지 자랍니다. 열매를 조협(皁莢)이라고 하던 데서 ‘조협나무’로 부르다가 주엽나무라는 이름이 왔다고 추정합니다. 쥐엄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제 몸을 방어하기 위해 사슴뿔 닮은 억센 가시를 발달시킨 주엽나무. <사진=김윤용>

호수공원 아랫말산 아래 정자 옆에 물레방아가 있습니다. 물레방아 위에 굵고 크게 자란 주엽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나무가 크게 자라 가시는 없고 30센티미터쯤 되는 뒤틀린 콩꼬투리 모양 열매를 셀 수 없이 매달고 있습니다. 가시가 발달하는 주엽나무는 물레방아에서 사자상 방면으로 걸으면 산수유 군락 조금 못 미쳐 아랫말산 아래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밋밋하며, 숨구멍이 나타납니다. 사슴뿔을 닮은 비교적 납작한 가시가 험상궂게 달립니다. 가시는 줄기가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잎은 어긋나며 짝수깃꼴겹잎입니다. 작은 잎은 달걀모양 긴 타원형이고 24개까지 달린다고 합니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며칠 뒤면 경자년 쥐띠 새해를 맞이할 것입니다. 해(日)라는 게 새로 바꿔다는 달력처럼 특별히 다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新年〕를 맞으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시작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주엽나무 꽃. 5월말~6월에 핀다.<사진=김윤용>

리처드 리브스는 『20 VS 80의 사회』란 책에서 “현재 미국 중상류층 사이에는 ‘나는 이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나의 지위는 나의 능력(학력, 두뇌, 노력) 덕분이므로 마땅히 나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미국 사회를 철저하게 빼닮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미국 사회의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철저하게 옮겨온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빈부 격차와 계층, 계급이 극렬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사람이 사람을 가시 돋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따스한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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