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하공사, 심의 후 진행

▲ 21일 오후 3시 백석동 알미공원 인근 오피스텔 공사현장 바로 옆에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오피스텔 터파기공사 중 토사유입
이재준 시장 “지하안전지도 제작할 것”
지하 10m 터파기 금지 ‘강력조치’
모든 지하공사, 굴토심의 후 진행


[고양신문] 지난 21일 발생한 고양시 백석동 땅꺼짐 사고. 원인은 오피스텔 지하 4층 터파기 공사 중 차단벽(슬러리월) 이음부위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지하수에 섞여 토사가 함께 유입됐기 때문이다.

백석동은 2017년에도 2개월 사이 4건의 지반침하가 연달아 발생했던 곳이다. 요진 와이시티 신축공사장 주변에서 땅꺼짐과 도로 갈라짐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원인도 터파기 공사 중 물막이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백석동에서는 작년 열수송관 파열로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등 ‘땅속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 원인은 한강하구 연약지반
지하안전지도 제작 위험요소 파악

왜 유독 백석동에서만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건축·토목 전문가들은 와이시티와 이번 오피스텔에 사용된 ‘슬러리월 탑다운’ 방식(굴착한 땅속에 철근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흙막이 벽을 세우는 공법)은 가장 안정적인 최신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지하공사에 취약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바로 그 환경적 요인은 고양시 일대, 특히 백석동이 한강하구의 연약지반 특징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재준 시장은 땅꺼짐 사고와 관련해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양시 일대 연약지반 일제조사를 실시해 지하안전지도를 만들어 위험지역으로 판단되는 곳은 백석동처럼 10m 이상의 지하공사는 제한적으로만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후 민간전문가로 고양시 TF에 참여하고 있는 박광준 공학박사는 “터파기 공사 금지에 지하 10m라는 기준이 나온 이유는 백석동 일대 지하수 수위가 지하 약 10m 정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며 “한강하구의 특징인 점성이 낮은 ‘점토질 실트층’이 지하수와 섞여 공사현장을 덮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강하구 연안 일대, 특히 고양시 대부분의 지역이 이런 위험요소가 잠재돼 있는 만큼, 지반조사에 따른 안전예방은 꼭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춘표 부시장은 “고양시의 연약지반 전수조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으로, 구체적인 계획과 사업 완료시점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짓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계획 발표만 했을 뿐 누가 어떻게 이 사업을 담당할지, 예산은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등은 확정된 것이 없다. 지도 제작이 완료되는 시점도 아직까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실무부서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가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제작 중에 있다. 경기도에선 10개 지자체가 대상지인데 고양시도 이 중 한 곳이다”라며 “국토부가 제작하고 있는 지도와 고양시가 조사해야할 내용들이 중복되지 않도록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준 고양시장, 이윤승 시의장, 이춘표 부시장 등이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원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지하 10m 이상 터파기 금지
굴토(땅파기)심의 제도 마련

이재준 시장은 사고 이틀 후 기자회견에서 “백석동 일대가 연약지반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지하 3~4층 이상 터파기 공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도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지하 10m 이상 터파기 공사 금지’는 고양시가 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한 강력한 조치로, 연약지반의 범위에 따라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무엇보다 사고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며 “연약지반 일제조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지하공사 금지와 관련해서는 규정을 마련해 세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양시의 이런 발표에 대해 연약지반 조사가 과거에 미리 진행됐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2년 전(2017년 2~4월) 이번 사고와 같은 원인으로 백석동에서 네 차례나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연약지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왜 이제야 실시하냐는 반응이다. 또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오피스텔은 지하 5층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된다면 주차면수 확보가 어려워 준공허가가 쉽지 않을 수도 있어 건물(오피스텔·상가)을 분양받은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김효상 고양시 시민안전과장은 “공사 중 기술적인 결함은 없었는지도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 면밀한 검토 후 최악의 상황이라면 지하 3층에서 터파기를 멈춰야 할 수도 있겠지만, 기술적인 결함이었다면 그것을 보강해 공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모든 지하공사에 굴토(땅파기)심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이재준 시장은 “특수공법 적용 등 안전한 지하층 공사를 위해 굴토심의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공사 시에는 굴토심의 민간 전문가가 현장 입회해 공사를 진행하게 하는 등 전문가들을 통한 현장검증을 철저히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땅꺼짐 사고가 나기 한달 전(11월 20일) 인근 중앙로가 갈라진 모습.  오피스텔 시공사 측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고양시에 보고했지만, 시는 검토 후 공사를 재개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1달 전 인근 중앙로 땅갈라짐 의심
전문가 점검했지만 이상 발견 못해

이번 사고가 있기 전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전문가와 시 당국이 철저히 조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1월 20일 오피스텔 시공사는 이번 땅꺼짐 사고 현장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중앙로(왕복8차선)에서 이상 징후(도로 균열)가 포착됐다며 고양시에 먼저 보고하고 공사를 중단했다.

신고를 접수한 고양시는 민간전문가 2명을 대동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도로 땅갈라짐은 일반적인 아스팔트 노후화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이유는 GPR(지표투과레이더) 검사에서 특별한 위험요소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간전문가와 시 공무원들은 지하수 수위변동을 감지하는 장비, 지하 물막이 벽의 압력변화 계측장비 등 자동화 계측장비 12개를 보강하고 2주 뒤인 12월 3일 공사를 재개시켰다. 그리고 약 20일 뒤에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엔 지하 3층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사고는 지하 4층 터파기 중에 발생했다”며 “환경적으로 지하수 토사가 확인된 지점은 지하 4층이기 때문에 한 달 전 환경이 이번 사고와 인과관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 관계자는 “당시 공사장 주변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판단되는 곳에 12개의 자동화 계측장비를 설치했지만, 이번 사고지점에는 계측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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