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상만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대망의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불과 엊그제 같은 기억속에는 ‘우리가 과연 1900년대를 마감하고 정말 2000년대 시대를 맞이할까’ 싶었는데 2010년대도 훌쩍 넘어 2020년대의 새 아침을 맞이한 것입니다. 특히 2020년 경자년은 필자인 제게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한해입니다. 저는 1970년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2020년은 제가 정확히 만 50세가 되는 해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꺽어지는 것에 의미를 두는데 그런 점에서 2020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할 것입니다. 몇 해 전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100세 인생>이라는 유행가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50년과 또 앞으로 살아갈 50년을 잘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해 연말에는 각종 모임에 가서 건배사를 할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좋아서 한잔하고 슬퍼서 한잔하고, 또 아쉬워서 한잔하며 많은 분들과 덕담처럼 ‘그 흔한’ 건배사를 나눴습니다. 더러 어떤 분들은 이 건배사를 하는 게 스트레스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알고 있는 건배사도 없는데 주변에서 반강제처럼 재촉하니 안할 수도 없어서 더 곤욕이라는 푸념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인터넷까지 뒤져 새롭고 참신한 건배사가 없나 찾는다는 사연은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름 뭐 좀 새롭고 신선한 건배사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만들어 낸’ 건배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처럼’입니다. 제가 ‘모처럼’을 말하니 처음엔 모임 사람들이 ‘뭐지?’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뜻을 풀이해 주면 이렇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가장 길게 일한 곳이 20대 시절 근무한 재야 인권단체에서의 만 3년간 활동가 경력입니다. 그 외 나머지는 대부분 2년 미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제가 근무한 직장 명칭만 얼추 따져보면 대략 30여 곳이 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은 제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다른 분들보다 유난히 더 싫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 일이 재미있는데 자꾸 반복해서 그 일을 하다보면 관성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저는 참 싫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싫어 다른 일을 찾다 보니 생각보다 이직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걱정이 들었습니다. 지금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임기가 3년짜리’ 입니다. 그래서 지난해에 했던 일을 올해도 비슷하게 또 반복해야 합니다. 관성에 빠지지 않고 늘 새롭고 참신하게 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이기도 하고 또 저를 믿고 일을 맡겨주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모처럼’이라는 건배사가 떠 오른 것입니다.

‘모처럼’. 풀어서 이야기하면 ‘모든 일을 처음처럼’이라는 뜻입니다. 처음엔 뜨거운 가슴으로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한계입니다. 이걸 바꾸자는 겁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군 복무 중 가족을 잃고도 그 진실도 알지 못한 채 힘겨워 하는 이들이 없는 나라를 꿈꿉니다. 경찰도, 검찰도, 그리고 모든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하는 자세로 일하는 한해를 염원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 자신이 공무원이 되었을 때의 자세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 모든 이들이 진정성을 다시 새기며 ‘모든 일을 처음처럼’일할 때 2020년은 분명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2020년에 함께 외쳐 봅시다. ‘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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