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서 시작된 '18세 선거권 운동'의 15년 역사

2004년 출범한 고양시 청소년단체 '청정넷(청소년정치참여네트워크)'은 청소년 정치참여에서 출발해 18세 선거권 도입 요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참정권운동 주도 ‘청정넷’
고양시내 학생회장단 모여
민주시민리더십캠프 열어
2004년 총선 모의투표도 
“피선거권 연령도 낮춰야”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14년만에 선거연령하향이 이뤄지면서 청소년참정권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양시는 이러한 운동이 가장 활발히 일어났던 지역이다. 

2004년 당시 결성됐던 청정넷(청소년정치참여네트워크)은 지역활동에서부터 출발해 전국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2005년 당시 선거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는 헌법제정 이후 처음으로 있었던 선거권 연령하향 결정이기도 하다. 

청정넷의 모태가 됐던 단체는 2000년 12월 경기도 조례에 따라 고양시에 처음 설립된 청소년 차세대위원회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적 청소년 자치기구로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입법화하는 역할을 맡았던 곳이다.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신정현 경기도의원은 “위원회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넘어서기 어려웠던 문제가 있었다”며 “2년간의 활동과정에서 한계를 깨닫고 동료들과 함께 별도의 단체를 만들기로 결정했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결성된 청정넷은 동아리 회장, 학생회장, 청소년기자단, 대학생 등 다양한 출신의 12명의
청소년들로 출발했다. 발족식을 가졌던 곳은 당시 밤가시마을에 위치한 광성교회 지하에 마련된 ‘10대들의 둥지’라는 청소년 공유공간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청소년 활동은 무엇이었을까. 신 의원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바꿔보고 싶었고 우리도 시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는 운동을 펼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진행했던 것이 바로 고양시 내 학생회장단을 모아서 진행했던 민주시민리더십 캠프였다. 청소년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진행했던 민주시민교육이었던 셈이다. 

청정넷에서 진행했던 2004년 총선 청소년 모의투표 현장 모습

청정넷의 가장 큰 활동은 2004년 총선을 앞둔 청소년들의 정치참여였다. 당시 청정넷 멤버들은 미국과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을 공부하면서 ‘키즈보팅’이라는 일종의 모의투표 프로그램 사례를 접하고 고양시에서 추진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호수공원 일대를 빌려서 행사를 해보려고 했는데 돈도 없고 모금운동도 실패해서 좌절할 위기에 있었어요. 다행히 당시 교장선생님 소개로 청원건설과 연결돼 라페스타에서 유권자 축제를 열 수 있었죠. 총선후보들을 찾아가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인터뷰도 진행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우리가 뽑는 총선후보’라는 제목의 모의투표행사까지 진행했어요,”

2004년 총선이 끝난 뒤 청정넷은 본격적으로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다양한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18세 선거권 낮추기 청소년 연대’라는 연대기구를 설립했고 이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결합하면서 공동연대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국회에 선거법 개정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17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지지서명을 받았는데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20명의 의원들이 지지해줬어요. 민주노동당에서는 아예 당사공간까지 내주면서 우리 주장에 힘을 실어줬죠.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보수야당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타협안으로 제시된 것이 만 19세 선거권 하향조정이었어요.”

2004년 결성된 '18살 선거권 낮추기 공동연대'출범 모습. 대표발언을 하는 이는 당시 '청정넷'활동을 주도했던 신정현 현 경기도의원이다.
청소년 1800명이 제출했던 선거연령하향조정(만18세 이상)에 관한 입법청원서

왜 하필 청소년 정치참여였을까. 신 의원은 “당시 학교운영위조차 청소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했고 차세대위원회에서도 우리요구가 공무원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반영될 뿐이었다”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2005년 선거법 개정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고양시 청소년 정치활동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국정교과서 문제와 박근혜 퇴진운동을 거치며 ‘고양파주청소년행동’이라는 단체가 구성됐고 이들은 개별사안에 대한 대응을 넘어 청소년 참정권 이슈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고양파주청소년행동에 참여했던 최하람 씨는 “당시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문제를 거치며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고 이것이 선거권 확대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무엇보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 안에서도 여전히 기특한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이 불만이었고 같은 시민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참정권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18세 선거권 결정을 바라보는 이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최하람씨는 “성인이 되고나서 한동안 멀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당시 활동했던 친구들도 이번 소식에 대해 주고받으며 자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정현 의원은 “2005년 등 선거법개정을 이뤄낸 후 10여년 만에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18세 선거권 쟁취를 이룬 모습을 보며 깊은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내에는 피선거권 연령까지 낮춰져서 청소년 정치인이 탄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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