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역전시관 ‘역, 추억을 담다’

일산역 기증 공모전 입상작 7점
1월 31일까지 사진·물품 전시
주민 참여 전시·프로그램 다양

[고양신문] 고양 일산역 전시관에서 ‘역, 추억을 담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철도나 기차역에 대한 추억이 담긴 사진, 물품 등의 소장품과 사연 공모를 받은 제1회 일산역 기증 공모전에서 입상한 사진작품 7점이 소개됐다.

경의선 옛 일산역에 자리한 전시관에 들어서면 플랫폼이 있던 방향으로 트인 창가 쪽에 사진작품을 얹은 이젤이 나란히 서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마치 사진이 이야기를 건네듯 옛 시절을 호출한다. 1970년대 초반, 일산역 부근 철로에 나란히 서서 해맑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자매와 친구들, 1960년에 받은 대통령 표창, 역무원으로 일하셨던 아버지의 젊었을 적 모습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단정한 옷을 차려 입은 부부가 철로 위에서 찍은 기념사진도 눈에 띄고, 홍익회에서 운영하던 가락국수 판매대에는 국수가격 ‘350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일산역전시관 기증 공모전 입상자 중 한 명인 문춘자씨(가운데 앉은 이)가 친구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 자신의 50년 전 사진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있다.

전시는 일산역 전시관을 찾는 이웃 주민들에게 소소한 기쁨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기자가 전시장을 찾은 날에도 마침 공모전 입상자 중 한 명인 문춘자(66세)씨가 여덟 명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사진전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문씨는 자매와 친구들과 함께 찍은 흑백사진 속에서 본인 얼굴을 한번 찾아보라며 기자에게 문제를 내기도 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십대 소녀들 사이에서 문씨의 얼굴을 한 번에 맞추지 못하자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흐른 모양”이라며 크게 웃는다.

“이 사진을 찍은 게 50년 전인데, 그때는 기찻길에 나와서 많이도 놀았지요. 마치 먼 세상에 다녀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시집간 언니가 조카까지 안고 와서 동생들,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 기찻길에서 기념사진을 찍었겠어요.”

일산역 부근에서 성장기를 보낸 문춘자씨는 지금도 탄현동에 살며 종종 옛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문씨와 동행한 친구들이 너도 나도 기차와 연관된 추억 한 두 가지를 꺼내놓자 전시관은 이내 유쾌한 소란으로 채워진다.

‘역, 추억을 담다’라는 주제로 공모와 전시를 기획한 고양 일산역 전시관 담당자는 “시대의 변천을 보여주는 기차역이나 철로와 관련된 옛 사진을 통해 따뜻한 추억을 되새기고, 잊혀진 향수를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1930년대 지어진 옛 일산역 건물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고양시새마을회가 위탁을 맡아 신세계이마트 장난감도서관과 일산역 전시관을 나란히 운영하고 있다.

시민작가전 전시 코너.

일산역 전시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일산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채로운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일제강점기 일산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항일 저항운동의 자취를 요약한 전시물이 관객들에게 아프고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들려준다. 또한 일산신도시가 개발되기 이전 지역의 상업과 생활의 중심지였던 일산역 부근의 70~80년대 풍경들이 30여 점의 사진에 담겨 ‘고양 일산역과 일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상설 전시되고 있다. 아울러 역무원의 제복과 깃발, 신호기 등 철도 관련 전시물도 소소한 재미를 전한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지역의 성인문화아카데미와 연계한 시민작가전이 수시로 열리고 있고, 뜨개질·캘리그라피·독서모임 등 성인문화아카데미 수업도 직접 진행할 계획이다. 그밖에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절기별로 준비하고 있다.

일산역 전시관 담당자는 “문화예술 공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를 비롯한 프로그램 관련 문의는 일산역 전시관(031-902-1788)으로 하면 된다.

일산역 전시관 하쪽 벽면에 전시된 고양 땅 항일운동의 역사.
신도시 개발 이전 일산역 부근 풍경을 담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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