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광석

고광석 대명한의원장

[고양신문] 오랜만에 운전을 해 여의도엘 나가봤다. 여전히 서울 길은 겁나고 두렵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높이 솟은 건물들이 참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 들은 바로는 세계 어디에도 서울 만한 큰 도시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인구 천만이 넘는데다 그 재산 가치는 또 얼마나 큰 규모일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내가 살던 그 서울과 지금의 서울은 또 얼마나 다른지 감회가 새롭다.

세상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나는 그 속도를 따라 가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처지다.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가장 느린 집단이 성인 남성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의 나를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나마 식구들 덕에 새로운 버전의 휴대폰을 가져보기도 하고 웨어러블 워치도 가져보지만 그 기계들이 가진 기능 중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할 줄 아는 게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유사이래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주요부문 후보에 올랐고 한류스타들의 세계 진출로 발생하는 수익이 엄청나다고 한다. 또한 음식과 패션, 화장품까지 한국제라면 다들 더 호감을 가지고 본다고 하니 감격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한민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예전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자신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보기에 여간 딱한 노릇이 아니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예로부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했다. 머리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몸으로 그저 바삐 움직이는데 움직이는 곳마다 마찰이 생긴다. 보는 사람에게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처사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는 정미롭고 밝은 기운이 가장 많은 곳이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하면 경청상부(輕淸上浮-오장 활동이 순조로우면 맑고 가벼운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신명이 나오는 것)하지 못해 머리가 탁해진다. 한의학에서는 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처럼 복잡한 세상에 그리 속 시원한 답이 아닐 것이다. 나도 전에 스승님과 공부할 적에 10분간 눈을 감고 명상하는 훈련을 했다. 선생님은 늘 명상 후에 개운하다고 하셨다. 오랜 시간 수련을 해 오신 스승님이라 그 잠깐 사이에도 마음(뇌)을 다스리시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렇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마음보다 구체적인 뇌에 관심이 많아서 그에 관한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최근에 다니엘 G. 에이멘이라는 정신과 전문의의 ‘뇌는 늙지 않는다’라는 책을 보았다. 치매 걱정 없이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는 법이란 주제로 나온 책인데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나이가 들면 뇌가 늙어 그 기능도 떨어진다는 기존의 상식을 바꾸게 하는 책이었다. 뇌를 건강하게 하는 습관을 가지면 얼마든지 다시 뇌가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이나 동양의 사상은 마음을 비워서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을 최고의 경지라 하였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는 사람은 매우 적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머리를 맑게 하려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걸 보면서 역시 서양의학이 구체적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쉽게 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뇌에 좋은 것은 늘리고 나쁜 것은 줄이는 습관이 뇌를 건강하게 한다고 한다. 수면시간을 7내지 8시간으로 늘리고, 독서와 운동을 꾸준히 하며 채소 과일 단백질 섭취를 늘린다. 요가나 태극권 같은 유연성을 길러주며 명상을 하는 운동,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가 편안한 것이 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마음이나 머리가 맑고 편안하려면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권과도 관계있다. 인간을 압박하고 자유를 억제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제 그 틀이 좀 마련되었다. 지금껏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둔하고 미련한 사람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견제 없이 마구 행사하던 때는 지난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는 제발 돌아보기 바란다, 지금껏 자신들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해오고 있었는지를. 지금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도 좀 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무리 변화에 둔감한 사람들이라 해도 이제는 눈치를 채야 할 때가 아닐까.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