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지 우한 입국자임에도 ‘공항 통과’ 감염 확산 우려

고양시 어머니 집 등 체류, 환자 일반인 접촉 방어라인 깨졌다
환자 접촉자 확인여부에 따라 고양시 격리치료자 늘어날 듯
명지병원 “환자 상태 호전, 모레 쯤 경과 예측할 수 있다"

 

우한 폐렴 3번째 확진자가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이 실시한 '감염병 대응체계 모의훈련' 모습. <사진제공=명지병원>

[고양신문] 우한 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3번째 확진자로 판정된 중국 거주 한국인 남성(55세)이 화정동 명지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는 중국 우한시에 4년째 거주하고 있었고, 지난 20일 잠시 귀국해 고양시 어머니 집 등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는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22일부터 열과 오한 등 감기몸살 기운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고, 기침과 가래 증상이 추가적으로 나타나자 25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신고번호인 1339를 통해 자진신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보건소는 1차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 환자를 우한 폐렴 증상자로 분류하고, 25일 11시 15분경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화정동 명지병원으로 이송했다. 명지병원 측은 이날 바로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했고,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집중 치료를 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머물렀던 우한 폐렴 3번째 확진자가 기존의 확진자 2명과 다른 점은 공항 입국 당시 바로 격리되지 않고, 5일 정도 무방비 상태에서 생활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확진자 중국인 여성(35세)과 두 번째 확진자 한국인 남성(55세)은 김포공항 귀국 검역에서 발견돼 바로 격리조치 됐었다. 질병관리본부는 3번째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접촉자를 확인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26일 현재 명지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아 핸드폰 위치 추적을 통한 이동경로 확보 등 추가적인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발병지인 우한시 입국자를 공항에서 바로 격리 처리하지 않는 것은 검역시스템의 오류라는 지적이 높다. 감염병은 잠복 기간이 있음에도 입국 당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 우려가 높은 환자를 무방비 상태로 놓아둠으로써, 일반인 접촉 방어라인이 깨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 당국이 우한시와 인근 지역 전체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번 우한시 거주자의 한국 공항 검역 통과는 논란의 여지가 높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명지병원은 환자 치료와 환자 접촉자 확인 및 추가 격리치료에 집중하고 있으며 고양시는 고양시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가동하며 감염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고양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감염 취약계층인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하며 3차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양시는 우선 노인종합복지관 등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28일부터 4∼5일간 임시휴관 조치를 취했고, 중국을 여행하거나 경유한 공직자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휴무한 뒤 출근하도록 할 방침이다.

명지병원 병원 측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가 25일 입원 당시보다 좀 나아졌다”며 “현재 열이 높지 않고, 기침 증상도 잦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이틀 후의 경과를 보면 환자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관리본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며 더 이상의 질병 확산을 막는데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지병원은 감염질환에 대처할 수 있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지정돼 격리치료시설과 장비, 전담 인력 등 감염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메르스 사드 등 감염관리에 공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전국에 29개소가 있다. 경기도 민간 병원 중에서는 경기 남부의 분당서울대병원과 경기 북부의 명지병원이 거점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우한 폐렴 3번째 확진 환자의 접촉자 확인 여부에 따라 고양시 격리치료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차 2차 확진자와 접촉한 고양시 거주자는 5명이다.

한편 시 관계자는 중국 방문자 등 발열, 기침 등의 호흡기 의심증상자는 질병관리본부(국번없이 1339) 또는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3개 보건소(덕양보건소, 일산동구보건소, 일산서구보건소), 명지병원, 일산병원, 일산백병원 등으로의 신고를 당부했다.

 

명지병원 감염병 격리치료병동(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모습. <사진제공=명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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