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이웃> 중학생 천체사진작가 윤관우 군

별을 사랑하고 우주를 동경하는 소년
아버지가 선물해 준 망원경과 카메라 들고
깊은 산속에서 밤 지새우며 별 관측

몽골·괌·호주 찾아가 경이로운 작품 촬영
국제천문올림피아드 국가대표 도전
“별 볼 수 있는 밤하늘 함께 지켰으면…”

천체사진전 ‘Hello Micro & Macro World’를 열고 있는 중학생 천체사진작가 윤관우 군.
[고양신문] 천체망원경으로 바라본 머나먼 우주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마이크로의 세계. 극과 극의 경이로운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사진전 ‘Hello Micro & Macro World’가 1월 고양시청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사진들을 찍은 주인공이 십대 중반의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아마추어 천체 사진작가 윤관우(백석중 3) 군은 장항2동에 거주하는 고양의 이웃이다.


사진전에는 윤 군이 망원경과 현미경을 이용해 직접 찍은 3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쏟아질 듯 밤하늘을 장식한 은하수, 수 만 광년을 뚫고 도착했을 머나먼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 말머리나 장미꽃을 닮은 성운, 그리고 달이 태양을 가리며 황금빛 테두리를 만드는 금환일식(金環日蝕, annular eclipse) 장면 등이 놀라운 솜씨로 포착돼 액자 속에 담겨있다. 사진을 찍은 장소도 몽골 고비사막, 오스트레일리아, 괌 등 대륙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가 하면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들 역시 짚신벌레, 소금 결정체, 반도체의 표면 등 감각의 한계 저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세계의 아름다움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형상과 색채도 신비하지만, 오묘한 순간을 포착해 낸 작가의 감성과 솜씨가 관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가 보유한 관측·촬영 장비다. 망원경은 한국의 천체망원경 장인이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제품이다. 하단의 장치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별의 방향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적도의다. 이것 역시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제품이다.”

사진을 찍은 주인공이 궁금해 윤 군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해 취재 요청을 했더니, 아버지로부터 ‘넘 큰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관우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고, 그저 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랍니다’라는 소박한 답장이 날아왔다.

사춘기의 특권인 시니컬함으로 무장한 소년과의 서먹서먹한 인터뷰를 각오하고 약속장소에 나갔지만, 기우였다. 별에 대한 질문을 하나 둘 던지자 이내 윤 군의 눈빛이 반짝이며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천체의 신비에 대해 설명할 때는 기자에게 밤하늘에 대해 하나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픈 진지함마저 느껴졌다.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별과 우주에 대한 윤관우 군의 애정과 꿈이 새록새록 전해졌다.

“아마추어 천체사진가라면 누구나 한번은 찍어봤을 대상, 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말머리성운’이라 불린다(개인적으로는 해마를 더 닮았다고 생각한다^^). 오리온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무척 어두워서 육안으로는 만나기 힘들다.” <사진제공=윤관우>

 
▶ 사진전 제목 ‘Hello Micro & Macro World’은 어떤 의미인가.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현미경은 작지만 큰 세상을 보여주고, 망원경은 거대한 우주를 인간의 관점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이다.

▶ 전시된 사진들은 어디에서 찍었나.
지난해 11월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찍은 밤하늘, 12월 괌에서 찍은 금환일식, 그리고 2018년 겨울 강원도 일대와 서호주에서 촬영한 작품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주로 주말을 이용해 아버지와 함께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을 찾아가 밤새워 사진을 찍곤 했고, 해외에 갈 때는 전문 천체사진가들 틈에 끼어 가기도 했다. 금환일식과 같은, 수십년에 한번 찾아오는 희귀한 천체현상이 일어나는 날에는 촬영 포인트에 세계의 천체사진작가들이 모여들곤 한다. 대학생이 되면 천체사진 명소인 칠레에도 꼭 가보고 싶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무려 600km의 비포장도로를 달려 남고비 초원에서 담은 은하의 모습. 9박 10일 일정동안 묵었던 몽골 전통가옥 게르와, 다른 사진작가분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제공=윤관우>

▶ 천체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고봉산 기슭에 있는 연세대 일산 어린이천문대를 다녔다. 그곳에서 천문학에 관한 기초 이론과 관측을 배우다 보니, 딥 스카이(deep sky,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성운, 성단, 은하 등의 천체)와 행성들을 내 손으로 직접 찍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 아버지께서 생일선물로 간단한 망원경과 카메라를 사 주셨고, 이후 중학생 시절 내내 천체사진 찍기에 빠져 지냈다. 지금은 관측·촬영 장비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웃음). 

▶ 바이오현미경사진도 설명해 달라.
현미경을 이용해 아름다운 미생물의 세계를 사진으로 담는 것도 재밌었다. ‘국제바이오 현미경 사진전’이라는 대회에 사진을 냈더니 운 좋게 3년 연속 수상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노사진작가님과 함께 전시를 열기도 했다. 

▶ 전문가 수준의 실력 같다.
천체사진과 현미경 사진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다(웃음). 실제로 엄청난 고수들이 많고, 저는 습작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 사진들이 결코 쉽게 얻어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가장 춥고 건조한 날, 그리고 구름 한 점 없고 그믐에 가까운 날을 골라서 강원도 산골에서 밤새 촬영해야 한다. 학생으로서의 여건과 최상의 기상조건이 맞는 날은 일 년에 고작해야 5~6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날에는 밤을 지새우고 새벽에 돌아와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얻으면 더욱 애정이 간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찍은 Sh2-174 성운. 발렌타인 장미를 닮아서 예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비사막 정도의 어두운 1급지가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 녀석에게 태극성운이라는 저 만의 별칭도 붙여주었다. 별명이야 부르는 사람 맘이니까~ㅎㅎ” <사진제공=윤관우>

▶ 이론에 대한 독서나 공부도 병행하나.
2018년부터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 도전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시아태평양천문올림피아드(APAO)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지금도 2020년 국제천문올림피아드 국가대표선발을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선발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별 사진을 찍으며 관측하는데 그치지 않고 천문학에 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을 함께 공부하게 돼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다. 또한 밤하늘과 별을 사랑하는 전 세계 또래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도 마음이 설렌다.

▶ 천문학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조금 쑥스러운 말이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제 삶의 그릇 자체가 바뀐 것 같다. 지구라는 개념에서 우주라는 개념으로 생각이 커졌다. 이 우주에서, 적어도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한 생명체로서 우리가 받는 혜택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서울대천문대에 설치된 구경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윤관우>

▶ 우리나라의 천문학 여건은 어떤가.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천문학과가 있는 학교도 정원도 아주 적다. 천문학과를 나온다고 해도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아마추어 시민천문학자들도 아직은 숫자가 적다. 가까운 일본은 아마추어 시민천문학자들이 아주 많고, 소행성 등을 많이 발견한다.
또 하나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좋은 천체사진을 찍을 장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빛공해 지수가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는 얘기도 들었다. 좋은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지켜지려면, 빛공해는 물론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등이 모두 줄어들어야 한다. 지구의 환경이 깨끗해야 멀고 아름다운 우주를 볼 수 있다. 

▶ 장래의 희망이 궁금하다.
뇌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AI와 관련된 공부도 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갖든 순수 아마추어 별지기로서의 삶도 평생 이어갈 것이다. 언젠가는 소행성이나 초신성을 발견하고 싶고, 사진이나 글, 강연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도 하고 싶다. 천문학은 전문가만의 학문이 아니다. 밤하늘을 사랑하는 아마추어들이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고, 천문학자들은 그것을 연구한다. 우리나라에도 천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촬영한 성운 모습을 직접 그린 그림. 밤하늘이 좋아 바라보고, 찍고, 그리고… 이것 저것 다 해본다.”

 

“직접 찍은 천체사진으로 만든 나만의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제공=윤관우>

 

“몽골 고비사막 별 여행을 갔을 때, 9박10일 내내 타고 다니던 ‘푸르공’이라는 러시아제 자동차. 모양이 너무 귀여워 아이패드로 그려봤다." <사진제공=윤관우>

 

“지난해 괌에서 금환일식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순서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제공=윤관우>

 

“나의 첫 해외 촬영지였던 몽골 고비사막. 빛공해도 없고 공기도 맑아 밤하늘을 관측하기에 너무도 좋은 곳이다.”<사진제공=윤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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