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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조류 ‘새호리기’ 돌아올 보금자리, 하루아침에 사라졌다<생명&사람> 도심공원에서 새호리기 모니터링한 심은영씨
  • 유경종 기자
  • 승인 2020.01.29 13:33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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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동안 새끼 6마리 길러냈던 소중한 둥지
킨텍스 공원 소나무 20그루, 공사로 사라져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야생의 삶터 안타까워...”

심은영씨가 소나무숲이 사라진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펜스로 두 동강 난 도심공원 부지에선 교통기반시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고양신문] 킨텍스로와 한류월드로가 교차하는 일산서구 대화동 현대모터스튜디오 건너편 녹지공원. 심은영씨가 손가락으로 높은 담장이 둘러진, 교통기반시설을 만드는 공사장을 가리킨다. 킨텍스 온누리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곳은 얼마 전까지도 40여 그루의 키 큰 소나무들이 서 있던 도심 속 작은 공원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공사가 시작되며 커다란 나무들이 반절 이상 사라져버렸다.

소나무가 사라진 것을 처음 본 날, 심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여름마다 여름철새 새호리기 암·수 한 쌍이 찾아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새호리기 부부는 이 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매 년 어린 새끼를 3마리씩 키워냈다.
“새호리기는 한 번 둥지를 삼은 곳에 이듬해 다시 찾아온다고 해요. 올해 초여름에 이들이 다시 찾아 올 텐데, 어디에 보금자리를 삼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018년 새호리기 성조. <사진제공=심은영>

새호리기. 일명 새홀리기라고도 부르는 녀석은 매(鷶)과에 속하는 맹금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된다.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에 북반구(주로 몽골과 시베리아 일대)로 이동해 번식을 하는 철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개체가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산림과 녹지 훼손으로 새호리기의 생존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킨텍스 온누리공원의 사정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새호리기는 ‘작은 새들을 홀린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란한 비행실력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사냥의 명수다. 주로 까치나 까마귀 등의 빈 둥지에서 암·수 한 쌍이 매 년 2~3개의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은영씨는 어린이식물연구회와 지역의 탐조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시민생태활동가다. 탐조들이 대개 그렇듯,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새를 관찰하는 일은 심씨의 오랜 일상이다. 그런 습관은 가끔씩 특별한 선물을 선사해주곤 한다. 2018년 7월, 킨텍스온누리공원에서 새호리기 한쌍을 목격한 2018년 7월의 어느 날처럼 말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새호리기가 새로 조성된 도심의 소 공원에서 목격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2018년 새호리기 유조 삼형제. <사진제공=심은영>

하지만 염려도 뒤따랐다. 주변에는 49층에 육박하는 초고층 아파트가 공사중이었고, 대로와 빌딩들로 채워진 동네에서 생명의 보금자리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주변에 알릴까도 생각했지만, 탐조인들의 과도한 호기심이 혹시라도 새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혼자서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다. 설렘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둥지 주변을 찾은 심은영씨는 기특하게도 새호리기 부부가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세 마리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새호리기 부부가 산란한 알을 품고, 어린 새끼가 태어나고,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나르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었어요.”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은 성조가 돼 차례차례 둥지를 떠났다. 성장이 조금 느린 막내가 좀처럼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마침내 8월 말 새호리기 식구 5마리는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남쪽 하늘로 날아갔다.

이듬해인 2019년 초여름, 심씨는 조바심이 났다. 주변 아파트도 훨씬 높아졌고, 빛도 소음도 많아졌는데 과연 지난해 만났던 새호리기가 다시 찾아올까. 반갑게도 2019년 6월 8일, 지난해 만났던 새호리기 부부가 자신들이 깃들었던 그 나무 둥지에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고층아파트 사이를 멋지게 누비며 3마리의 새끼를 한 마리도 낙오시키지 않고 건강하게 길러냈다. 생명의 힘이 너무도 경이로웠다.

2019년 새호리기 성조와 유조. <사진제공=심은영>

그러나 올해는 새호리기 부부에게 시련이 될 것 같다. 새호리기 부부의 둥지가 있던 소나무를 비롯해 새끼들이 먹이를 받아먹던 나무, 어미가 한여름 육아로 지친 몸을 쉬던 나무, 어린 새가 비행연습을 하던 나무 등 주변의 20여 그루 소나무가 모두 베어졌기 때문이다. 혹여 주변에 아직 남아있는 다른 소나무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삼는다면 참 고마운 일이겠지만, 그러기에는 공원 면적이 너무 줄어들었고, 주변 환경도 급격히 변모해 다시 찾아와달라는 바람을 품기조차 미안스럽다.
“솔직히 말해 생각이 좀 복잡해요. 새호리기의 번식지를 미리 사방에 알렸어야 했던 게 아닐까, 후회도 되구요. 그랬으면 혹시라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2019년 새호리기 유조. <사진제공=심은영>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새 몇 마리의 보금자리였다는 이유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개발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람들의 무관심속에서 야생이 누려야 할 몫은 하루하루 위축되고 있다.

심은영씨는 “새호리기를 보지 못한다면, 올해 여름이 무척 허전할 것 같다”면서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삶의 자리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새호리기와 같은 생태 이웃들이 살아갈 자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한번 떠나가면, 그들은 영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2018년 새호리기 유조 두 마리. <사진제공=심은영>

 

2019년 새호리기 유조. <사진제공=심은영>

 

새호리기 가족이 둥지를 틀었던 소나무숲의 2018년 모습. <사진제공=심은영>

 

새호리기가 찾아왔던 킨텍스 공원. 주변을 신축 고층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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