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 기자(지식 큐레이터)

[고양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차 확진자가 고양시에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확산여부를 놓고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3차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둘러싼 각종 루머까지 일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스(SAS), 메르스(MERS) 등 감염병 관련 취재를 오랫동안 해온 강양구 기자(지식 큐레이터)가 SNS에 올린 글을 본인의 동의를 얻어 정리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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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감염 확인 됐지만 통제 불가능 상황 아니다

고양에서 발병이 확인된 3번 확진자의 가족(모친)이 29일 고양 명지병원에 입원 격리되었다는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우한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 ‘2차 감염’ 사례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음성’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세 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50대 남성이 여섯 번째 확진자가 되었다. 국내의 첫 ‘2차 감염’ 사례다.

세 번째 확진자와 처음에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여섯 번째 확진자가 ‘능동 감시’ 가운데 감염자로 확인이 되었다. 세 번째 확진자와 여섯 번째 확진자의 접촉을 확인하면, 어떤 경우에 감염이 일어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정보로는, 세 번째 확진자와 여섯 번째 확진자는 강남의 한 식당(한일관 압구정점)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역시 같은 공간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가깝게 접촉한 사례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도 추가 확진자와 2차 감염 사례가 국내에서 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섯 번째 확진자(2차 감염자)도 세 번째 확진자가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동선과 접촉자를 확인한 다음에 방역 당국이 ‘관리’하던 사람이었다. 어디서 감염되었는지도 모른 채 확진자가 나타나는, 말 그대로 ‘지역 사회’ 곳곳에서 환자가 나와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무증상 상태’ 감염가능성 현재로선 낮아

이번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무증상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외신 기사가 나왔다. 글쎄다. ‘신종’이기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럽고, 기사에서 언급한 논문 등의 내용도 명확한 증거라기보다는 추정이다.몇몇 감염 내과 전문의와 이 문제를 놓고서 토론을 했다.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경미한 증상(미열이나 잔기침)이 있을 때도 감염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방역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없을 때의 타인 감염은 아주 드문 일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더구나 ‘경미한 증상’이 있을 때의 감염이 있었더라도 그 대상은 지역 사회가 아닌 가족과 같은 밀착 접촉자일 가능성이 크다.

새롭게 확인된 여섯 번째 확진자를 통해서 잠복기 감염 혹은 무증상 감염을 놓고서 벌어지는 (언론이 부추기는 감이 있는) 현재의 논란도 공포심을 내려놓고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여섯 번째 환자를 확인한 일은 잠복기 환자나 무증상 환자는 ‘전파력이 없거나 아주 낮다’고 판단한 현재 방역 당국의 대응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근거이다.

잠복기 감염 혹은 무증상 감염 뉴스 여럿이 나가고 나서 ‘자기도 검사해 달라’고 오는 사람이 많단다. 확실히 말한다. ‘잠복기 감염’이나 ‘무증상 감염’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심지어 저렇게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정부도 “아주 드문 일”이라고 명백히 인정했다.


폐쇄된 공간 아닌 매장, 카페 등 감염가능성 낮아

3번 확진자의 동선을 염두에 두면, 지인 진료 때문에 두 차례 함께 방문한 성형외과가 중요하다. 자신이 진료를 받지는 않았으나, 지인의 진료 시간 동안 장시간 성형외과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방역 당국이 접촉자 조사를 완료했다고 하니, 만에 하나 추가 감염자가 나올지 관심을 둬야 한다.

사스 때, 미스터리한 전파 경로 가운데 하나가 호텔이었다. 초창기 호텔에서 전파가 있었기 때문이다. 3번 확진자는 강남의 한 호텔에서도 1박을 묵었으나 현재 방역 당국이 호텔에서 접촉자 조사를 완료해 조치를 마친 상태다. 호텔 종사자 1명이 유증상자로 확인돼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에 격리 조치됐으나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다.

편의점, 식당, 카페, 대형유통매장의 경우 어떨까. 운이 없게도 3번 확진자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밀착해서 오랫동안 접촉하지 않았다면 감염 가능성은 없다. 환자의 타액, 가래, 콧물 등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체액을 손으로 만지고 나서 입, 코, 눈 등을 비비면서 감염이 되지(손 씻기가 중요한 이유다!), 공기 중으로 감염될 일은 없다.

 

밀착접촉자 증상 없을 경우 전파력 안심해도 돼

물론 사스, 메르스 때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타인에게 공기를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이 제기되긴 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은 병원 병실 같은 소규모의 폐쇄 환경이다. 또 중증 환자와 장기간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니 잠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었거나, 스쳐 지나갔다고 공기 중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

31일 현재로서는 3번 확진자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밀착 접촉자(어머니, 병원 동행한 지인) 2인 모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염두에 뒀을 때, 두 사람은 감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두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을 두고서도 좀 더 가슴을 쓸어내려도 될 것 같다. 지켜보자.

 

시민들이 해야 할일

아직까지 한국의 방역 당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고, 운도 따르고 있다. 방역 당국, 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방역 인력을 응원하고 지지하자. 앞으로 1~2주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그러니 한정된 자원으로 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시민으로서 할 일을 하자.

건강한 사람은 손 잘 씻고(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그래도 불안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자. 감기나 독감 증상이 있다면, 자신이 우한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확진자와 접촉도 없었다면 괜히 방역인력에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말자. 그냥 감기나 독감이니까.

이들이 할 일은 가능한 한 돌아다니지 않고,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감기 환자와 독감 환자를 줄여놔야 혹시 모를 유행 상황에서 의료진이 좀 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제발 ‘눈만 봐도 전염된다’, ‘같은 공간에서 스치기만 해도 전염된다’ 같은 나중에 생각하면 부끄러울 소리는 옮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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