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은 휴원 ‘명령’ 유치원은 ‘권고’

▲ 고양시 한 유치원. <자료사진>

어린이집은 휴원 ‘명령’ 유치원은 ‘권고’
유치원 ‘휴원권고’에 10곳만 참여
유치원 등원율 지난주와 비슷
휴일 발표한 '반쪽짜리' 긴급 대책 

지자체-교육부 상이한 지시에 혼란 가중
“주먹구구식 대책에 방역효과 있겠나?”


[고양신문] 고양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2일 일요일 저녁 긴급하게 어린이집 ‘휴원 명령’을 내리면서 이번주 어린이집 등원율이 20%대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고양지역 유치원은 휴원 명령이 아닌 원장 자율에 맡기는 ‘휴원 권고’ 수준에 그쳐서인지 등원이 지난주와 큰 차이 없는 60~70%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가 이번에 긴급 휴원 명령을 내린 이유는 단체활동을 통한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어린이집은 등원율을 낮춘 반면, 유치원은 등원을 그대로 시킨 셈이 돼, 지자체와 교육부가 특별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지역 내 어린이들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각각 상이한 결정을 내리면서 학부모들은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학부모는 “감염병 예방은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같은 지역에서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면 방역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등원율이 차이를 보인 이유는 어린이집 학부모에게는 지자체의 ‘긴급 휴원명령 공고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치원 학부모들에게는 ‘휴원 권고’에 대한 어떠한 공문도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고양시 유치원 중 94%가 휴업(휴원)하지 않고 있으며 등원율도 어린이집과 달리 지난주와 비슷하다.

 

불안감 높아진 어린이집 학부모들
등원률 20% 이하로 대폭 감소

고양시 한 어린이집 원장은 “고양시가 일요일 저녁 갑작스레 ‘휴원 명령’을 내리면서 고양시가 작성한 공고문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며 “월요일부터 많은 학부모들이 등원을 안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4일 기준 고양시 3곳의 어린이집을 확인해본 결과 105명 정원에 20명 등원, 70명 정원에 12명 등원, 45명 등원에 3명이 등원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가정어린이집의 경우엔 한 명도 등원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등원율 낮추지 못한 유치원 
지자체 긴급 대책 '효과 미흡'

어린집의 등원율이 대폭 줄어든 반면 고양지역 유치원 등원율은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인 60~70% 대를 유지하고 있다. 휴업(휴원)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유치원도 전체 169개 중 10곳에 불과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유치원 ‘휴원 권고’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고양시는 2일 저녁 모든 어린이집에 긴급 휴원명령을 내렸지만, 같은 시각 고양교육지원청은 각 유치원 원장들에게 ‘학사일정에 지장이 없는 한 원장(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휴업을 결정한다’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라 실제로 휴원을 결정한 유치원 10곳은 대부분 공립유치원이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전달된 어린이집의 휴원 ‘명령’ 공고문과 달리 교육청이 발송한 휴원 ‘권고’ 공문은 학부모들이 아닌 휴원 결정권을 가진 원장에게만 전달되면서 부모들이 이 내용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알게 됐더라도, 공고문을 직접 전달받은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달리 유치원 학부모들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등원을 그대로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교육부 일원화된 대책 필요

종합하면 비슷한 나이의 어린이를 보육‧교육하는 기관이 상이한 행정을 취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 체감률이 달라졌으며 결과적으로 어린이집은 등원률을 낮추는데 성공했고, 유치원은 등원율을 낮추는 데 실패한 것.

신종 감염병에 대한 지자체의 긴급 결정 내용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상이했던 이유는 관리감독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지자체장이 관할하고 유치원은 교육부가 담당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은 지자체장이, 유치원은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가 결정을 내렸는데 그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모두 운영해 봤다는 한 원장은 “관할 기관의 특성상 행정적으로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만큼은 일원화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이런 ‘주먹구구식 대책’이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고양시는 2일 긴급 보도자료에서 ‘지역 내 모든 유치원에 휴원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다음날 기자 브리핑에서는 유치원에 휴업(휴원)을 ‘권고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른 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해 “지자체가 원했던 대로 유치원 휴업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교육부의 소관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는 통일된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교육부와의 협의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3일부터 7일까지 수원과 부천지역 학교‧유치원에는 휴업을 명령했으며, 고양지역 학교‧유치원은 휴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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