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어수선한 어린이집>

▲  고양시 한 유치원.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로 어수선한 어린이집>
학부모 “등원한 아이 혼자 지내지 않을까 걱정”
원장 “원아 감소, 행사 취소로 운영에 차질”


[고양신문] “휴원 통지 받았지만 애 봐줄 사람은 없고, 일은 해야겠고, 그냥 등원시켰습니다. 어린이집 갔는데 텅 빈 신발장을 보고 있자니 원장님께 죄송하고, 울 애들도 불쌍하고….”

5일 고양시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휴원령에 맞벌이 부부들은 ‘내 아이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고양시가 3일부터 7일까지 지역 어린이집에 휴원명령을 내렸지만, 맞벌이 등 육아가 힘든 부모들에게는 등원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즉 휴원령을 내렸지만 ‘자율등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휴원명령으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휴가를 내면서까지 등원을 안 시키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지역 어린이집의 등원율은 현재 약 20% 수준이다.

고양시 주엽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꼭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보육이 어려운 가정은 누구든 받고 있다. 등원하는 아이들 때문에 힘든 점은 전혀 없다”며 “우리 애만 보낸다는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안내전화에도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 혼자 지낼지 모른다는 걱정, 또는 감염에 대한 위험부담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등원을 꺼리는 실정이다.

고양시의 경우 일요일(2일) 저녁 긴급하게 내려진 휴원령으로 학부모들도 깜짝 놀랐지만, 원장들의 걱정도 크다. 덕양구의 한 원장은 “1년 중 2월이 가장 바쁜 달인데 2월에 몰려있는 재롱잔치와 졸업식, 입학생 오리엔테이션 등의 행사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모르겠다”며 “현재 전체 학부모 대상으로 각종 행사에 대해 시행여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2월 한 달을 아예 쉬겠다는 학부모들도 많이 늘었다. 매년 졸업반 중에는 간혹 있는 일이긴 했는데, 올해는 휴원령까지 내려지면서 이번 달은 가정에서 육아를 하겠다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됐을 때 문제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달의 보육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인데,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에선 교사 급여 1~2명분의 보육료가 전달에 비해 사라지게 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원장은 “어린이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원은 등원율에 상관없이 모든 교사들이 출근하고 있다. 또한 최근엔 외부강사 출입을 금지하면서 교육비 환불요청도 들어오고 있다”며 “여러모로 어리이집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3월 입학을 확정했지만 취소를 고려하는 학부모들도 꽤 있다. 3월에 입학하기 보단 신종 코로나가 더 잠잠해지면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많아진 것. 일산동구의 한 원장은 “입학생 수에 맞춰 교사채용도 이미 마쳤고 반배치도 해놓은 상태인데, 갑자기 원아 수가 줄어들면 운영이 힘들어진다. 반 배정을 다시 해야 할지 여부도 2월 말이 돼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유치원과 관련된 외부업체의 출혈도 크다. 재롱잔치에는 의상대여와 행사진행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큰 규모의 어린이집에서는 1000만원 가까운 예산집행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내부 교사들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보육에 참여했던 외부강사들도 피해도 심각하다.

송예자 전 고양시사립어린이집연합회장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학부모, 원장, 교사들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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