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화 3주간 팔리지 않으면 폐기처분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바이러스 파동
장미 등 절화농가 피해 가장 심각
3주간 팔리지 않으면 폐기처분
“꽃선물로 농가 도왔으면”
[고양신문] 국내 화훼산업의 메카인 고양시. 하지만 졸업 입학시즌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화훼농가가 울상이다. 전국 화훼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고양시 화훼농가를 찾아 실제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12일 윤지영 원당화훼단지 대표<사진>의 농장에서 진행됐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
고양시에는 약 700개의 화훼농가가 있는데, 크게 분화(화분 식물)와 절화(줄기를 자른 꽃)농가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절화농가는 전년대비 약 70~80% 매출이 감소했으며, 제가 하고 있는 분화농가도 50%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우리 농장의 경우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위해 체험용으로 계약재배했던 6000개의 화분이 최근 취소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체험활동 취소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수도 없다. 화분 6000개면 100평 이상의 면적에서 재배되는 규모다. 당장 상품을 어디로 넘겨야 할지 걱정이다. 전국의 화훼농가가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절화농가 피해가 더 큰 이유는.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시즌은 졸업과 입학으로 꽃다발이 많이 소비되는 시기다. 절화농가는 이 시기에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1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다. 1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12~2월 사이에 올려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데, 졸업식과 입학식이 모두 취소되면서 꽃 소비량도 덩달아 감소했다.
특히 고양시에는 장미 농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다. 절화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장미는 고온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난방비(기름값) 부담이 크다. 화훼농가에선 행사가 몰려있는 추운 1~2월에 맞춰 장미를 생산하다보니 생산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생산한 장미들이 모두 폐기처분될 상황이다.
◾생산된 꽃들은 어떻게 처리되나.
팔리지 않으면 버릴 수밖에 없다. 줄기를 절단한 꽃의 상품가치는 최대 20일 정도다.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잘라야하기 때문에 선별집하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경매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경매장에서 꽃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소매가 끊겨 도매업자도 상품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별장에 쌓아둔 꽃이 갈 곳이 없으면 3주 뒤에는 폐기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연초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 화훼는 2월이 가장 중요한데, 사스나 메르스 등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유행하다 보니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절화농가의 피해가 더 크다보니, 절화를 포기하고 분화로 사업을 전환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고양시 화훼농가 중 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0년 사이 30%에서 15%로 약 절반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절화시장은 그동안 피해가 더 컸다. 절화는 분화에 비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도 상상 이상이다. 이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된다.
◾분화농가의 분위기는 어떤가.
2월은 꽃다발 판매가 증가하면서 분화시장도 함께 매출을 올려나가는 시기다. 분화시장은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끝나는 5월까지 매출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태가 3월까지 지속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화초는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크다. 실내생활이 많고 불안감이 높은 요즘 화분이나 절화를 사서 집안을 장식해보면 좋을 것 같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리지 않더라도 꽃을 선물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꼭 행사장에서 공개적으로 꽃을 선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며 꽃과 화분을 선물하면 어떨까. 고양시에 본사를 둔 한국화훼농협에선 이번 사태를 맞아 꽃배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직접 전달하기 힘들다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