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예술인> 조각가 박윤자

삼송동 창작 공간 ‘낙소 갤러리’ 
곳곳마다 다채로운 조각 이야기 가득 
올 봄 카페형 갤러리로 새단장 계획 

 

삼송동 '낙소 갤러리'의 주인장 박윤자 조각가.

[고양신문] 삼송역 근처 야트막한 산 앞에는 조각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이 있다. 단독주택 단지 입구로 올라가면 ‘낙소 갤러리’라는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박윤자 조각가의 작업실 겸 생활공간이다. 건물 안과 밖 곳곳에서 흙과 유리로 빚고, 천으로 만든 그의 작품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입체와 평면, 아름다운 색채의 작품들이다. 마당에 놓여 있는 조각품들도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박윤자 작가의 작품 '꽃밭에서'

우리나라 현대조각의 역사는 100년도 채 안 된다. 박윤자 작가는 1945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우리나라의 2세대 작가이다. 198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국내뿐 아니라 파리, 도쿄, 오하이오 등지에서 전시를 했다. 그가 작품에서 일관되게 표현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평면 속에 입체를 구축하고, 그 속에 인간의 표정을 넣었다. 전화기, 다리미, 의자 같은 생활 집기들을 엉뚱하게 배치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회화적 조각이자 조각적 회화’라는 상호보완적인 양식을 보여줬다.
“조각은 16살, 중3 미술 시간에 처음 접하게 됐는데 푹 빠졌어요. 피난민이어서 집안은 가난했고 경제적인 지원도 없었지만 흥미로워서 이 길을 가게 됐어요.”

마당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박윤자 작가의 조각품들

 그는 67년 홍익대학교 조각과를 졸업한 후 테라코타(토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모두 불과 관계가 있다. 가마에서 테라코타와 세라믹을 불로 굽고, 유리를 불로 녹인다. 흙과 불이라는 원초적인 재료가 동원되어 원시적인 생명력과 건강성이 넘친다.
“낮은 온도에서 구운 것을 테라코타라고 하고, 1,250도 이상 고온으로 열처리를 하는 것을 세라믹이라고 하죠. 흙을 만지고 굽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집 뒤뜰에 가마를 직접 만들어서 장작불로 구워냈지요.”

박윤자 작가의 작품 '눈이 부셔'

흙으로 형상을 빚어서 굽는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마치 아이들의 작품처럼 천진난만하고 재기발랄하다.
1986년도부터 시작한 유리 작업도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유리를 녹이고, 거기에 그림을 그려 ‘즐거운 때’, ‘꽃밭에서’, ‘눈이 부셔’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60년대 초반 흙 작업을 시작으로 80년대 후반 세라믹과 유리를 활용해 ‘조각과 회화의 하모니’를 추구한 것. 작품에 담은 아이디어는 생활 속에서 얻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서 표현했다. 자연 속에서 꽃과 식물을 키우면서 느낀 것도 소재가 됐다. 평소 그는 “예술과 생활은 하나”라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패브릭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재봉틀로 창문 커튼을 만들고, 뜨개질을 하다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이어졌다. 보통 원로 작가가 되면 작업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쉬거나 멈춘 적이 없다. “어디에 매이는 것을 싫어해서 평생 자유롭게 작품 활동만 해 왔어요. 목표가 매일 매일 재미있게 놀자예요.” 즐겁게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같아 보였다.

3월에는 서울 북촌 제동의 갤러리에서 패브릭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고양시 덕양구에 살면서 작업을 한 지는 30년이 넘었지만, 전시는 주로 서울시에서 열었다. 낙소 갤러리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던 사적인 공간이었으나 앞으로는 전통차를 제공하는 카페 형 갤러리로 바꿔 오픈할 계획이다. 1년 내내 이곳에서 그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하는 것은 자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작가들이 성역처럼 높여 놓은 문턱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소 갤러리를 통해 미술을 가깝게 접하고, 흙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자 김재희 씨와 함께 생활 중인 박윤자 작가

 

3월에 전시할 패브릭 작품들이 창문에 걸려 있다

 

낙소 갤러리 내부 곳곳에 진열돼 있는 테라코타, 세라믹, 유리, 패브릭 작품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