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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민주주의를<김경윤의 하류인문학>
  • 김경윤 인문학자
  • 승인 2020.02.27 16:03
  • 호수 1458
  • 댓글 43
김경윤 인문학자

[고양신문] 프랑스 소설가 카뮈는 1941년 파리에서 기자로 재직하면서 한 권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페스트』가 그렇게 탄생했다. 카뮈에게 페스트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징후였다. 도처에 페스트 병균처럼 퍼지는 폭력과 부조리, 인간다움을 상실한 사람들을 고발하는 소설이 바로 『페스트』다.

이 소설은 페스트가 발생한 알제리의 오랑시를 배경으로 한다. 페스트에 걸린 오랑시에 시민들을 살리기 위한 의사 뤼와 친구 타르, 페스트를 종교적 경고로 여기며 포교를 하는 파느르 신부, 오랑시민은 아니지만 페스트로 봉쇄되어 오랑시에 남게 된 개인주의자 랑베르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페스트라는 질병 자체보다는 페스트를 바라보는 시선과 혐오현상, 페스트가 심해지자 정차 인간다움을 상실해가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인류에게 재앙은 페스트만이 아니다. 전쟁과 질병은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문제는 그 전쟁과 질병에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번에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불안하지만, 코로나19를 배경으로 보여지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태도와 모습에 착잡하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를 잡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스크며 생필품을 대량구매하며 자기 한 몸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도 있다. 더한 것은 이것을 자신의 정파적 이익의 기회로 삼아 사실을 왜곡하고 비난하기에 바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을 연민과 구호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질병을 확신시키는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신천지라는 신흥종교집단이 코로나19를 급속도로 확산시키자, 마치 사이비종교집단이 질병의 원인인 양 희생양을 삼아 집단적 혐오를 부축이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신흥종교집단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고,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부주의한 삶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메르스, 조류독감, 돼지열병 등 온갖 새로운 질병은 경제와 생활이 세계화되고, 무차별적인 개발과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자연과 문명사회의 경계선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 누구도, 그가 선하든 악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똑똑하든 무지하든, 정통이든 이단이든 이러한 질병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도, 질병에 걸린 신천지 교인들도 모두 우리가 지켜주고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검사하고 치료해야할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우리가 살뜰히 돌보아야할 귀한 인간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확산될수록 우리가 간직해야할 태도는 혐오와 경계가 아니라, 보호와 연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보살피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힘든 시기일수록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에게 피해가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으로 닥쳐온다. 이럴 때일수록 병자들을 위로하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돌보며, 코로나 퇴치에 힘쓰는 사람에게 연대와 지지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코로나19의 빠른 극복을 위해 경계와 격리는 불가피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아니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는 보호와 연대, 구호와 지원이다. 코로나19가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면,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의학적으로는 빨리 백신을 개발하여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라면,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 정신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이 나는 법이다.

 

김경윤 인문학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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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림 2020-03-02 19:14:32

    보호와 연대, 구호와 지원
    어느때보다 절실한 단어입니다.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갑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삭제

    • 이지성 2020-02-28 22:30:10

      정치놀이에 빠져있지마시고 진짜 근본적으로 팩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삭제

      • 2020-02-28 20:52:27

        종교를 비판해봤자 코로나 사태가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정치 언론플레이에 한국 사람들을 잘 선동되죠   삭제

        • 민서희 2020-02-28 18:57:00

          맞습니다.
          서로 물고 뜯고 자신도 당할 수 있는 일인데
          남 비방을 넘 쉽게하네요
          이제 같은 국민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봅시다   삭제

          • 3.1절 2020-02-28 18:13:49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이렇게까지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지~~~
            피차 망할뿐인데~~   삭제

            • 사랑 2020-02-28 17:57:01

              학자님의 글을읽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기자님께도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이런 어려운 사태를 맞고 정부와 국민이 따뜻하고 위로와 안타까움으로 보듬어가며 해결해 나갔다면 우리나라는 누가봐도 존경받는나라요 국민이 될수 있었을겁니다.
              모든사태를 맞이하면서 저는 눈물이 나네요.
              우리정부와 국민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요..   삭제

              • 엔진 2020-02-28 16:51:36

                너무나 안타까운 일들이
                민주주의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ㅜ ㅜ   삭제

                • 곱슬곱슬 2020-02-28 16:48:23

                  모든 잘못을 특정교단에만 떠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삭제

                  • 아리 2020-02-28 13:13:41

                    한국은 항상 마녀사냥을 빼놓을 수 없는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에 급급한 모습 참 부끄러워요~   삭제

                    • 진실 2020-02-28 13:02:00

                      우리는 옛부터 재앙이 생기면 하늘에 빌었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 보고 청결한 마음을 잃지 말고 깨끗한 마음을 갖고 하늘의 뜻에 거스르지 않도록 언행을 삼가는 일에 정성을 들였던 민족였지요.
                      오늘날도 남보다 내가 잘못한게 없나 뒤 돌아 보고 함부로 말하지 않고 주의해야 합니다.마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기 때문입니다.우리 모두들 삼사일언 합시다..
                      한마디 말하기 전에 세번 생각하고 말하면 살인도 멈추게 한다 했으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이 힘든 난국을 우리의 조상들이신 선현들의 지혜를 배워 슬기롭게 헤쳐 나갑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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