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의 그림책으로 본 세상> 『균형』

그림책 『균형』(유준재 글·그림, 문학동네)

[고양신문] “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을게.”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사랑의 대화 같지만, 사실은 ‘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 그게 균형의 정점이라는 것.

그림책 『균형』(유준재 글·그림, 문학동네)을 읽다보면 ‘흡’하고 숨이 참아지는 순간이 온다. 균형을 잡기 위해 집중해야 할 때,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균형을 잡기 위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호흡이 멈춰진다. 그러게.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집중을 해야 하는 일이고. 집중을 해야 겨우 서로 버티고 서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삶의 균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려운 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인간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서로 스치고 만나는 일을 줄이기 시작했고, 밖에서 밥 먹고 노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 가운데 또 하나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 우리는 서로 의심하고 배격하며 살지 말자고 격려해왔다. 서로 인정하고 살자 했고, 그런 세상이 되자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서로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 쏟아질 비난과 혐오가 병에 걸리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어디선가 우리나라 말이 아닌 낯선 말이 들리거나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가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마치 그 사람이 나에게 병이라도 옮길까 눈을 흘기게 된다. 특정 종교인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교주를 욕하는 말을 해보라고 시킨다는 얘기도 들리고, 중국인들을 경멸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균형을 잡으려면 집중해야 해.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말이야.’

그렇다. 결국 균형을 잡는다는 건 온몸의 신경을 깨워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의 두려움과 어려움을 핑계 삼아버리면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외줄타기 같은 현실 속에서 온힘을 다해 지키려고 해야 잡을 수 있는 균형. 잠깐 흔들리는 순간에도 집중하면 균형을 깨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내 마음의 균형을 지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 옆 사람도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일이다. 그렇게 손을 잡고 서면 더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눈을 떼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서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흔들리는 사람에게 비판도 필요하다. 격려도 필요하고 응원도 필요하다.

그림책은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이 사이사이 손을 잡고 서서 받침이 되어주고, 그 위에 주인공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기대어 선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두 아이에게만 시선을 뒀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들이 잘 서있을 수 있도록 많은 생명들이 서로서로 기대고 있는 것이다.

박미숙 책과 도서관 대표.

세상도 그러하다. 어디 하나라도 연결되지 않은 게 없다. 누군가는 손을 잡고, 누군가는 어깨에 기대고, 누군가는 발끝을 세워 서로를 붙잡고 살아야 한다. 지금은 외줄타기처럼 위태해 보이는 때다. 집중하자. 더. 서로를 믿고 격려하자. 더. 서로 잡은 손이 많아지면 결국 균형 잡기도 더 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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