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강양구 과학·지식 큐레이터

■ 강양구의 코로나19 예방법
-  손 씻기는 사회적 책임, 공동면역시스템을 함께 지키자
-  KF마스크에 집착하지 말라, 면 마스크도 충분하다
-  확진자 동선 철저히 소독,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  SNS 잘못된 정보 겁먹지 말라, 심리적 안정 중요하다
-  특별한 것 찾아 먹지 말라, 골고루 먹고 매일 운동해라


[고양신문] 코로나19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연일 세자릿수 감염자 숫자를 발표하고 있고, 언론과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수많은 보도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홍수에 마실 물 귀하다는 속담처럼, 연일 쏟아지는 소식이 오히려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우려도 들린다. 잠시 숨을 고르고, 현재의 상황과 맥락을 짚어줄 전문가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다.

강양구 기자는 과학분야의 대표적 지식 큐레이터로 불린다. 15년 전 황우석 사태과 5년 전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서 전문성과 윤리성을 담보한 비판자의 역할을 눈부시게 수행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던 그는 사스와 광우병, 신종플루, 조류독감, 메르스 등으로 이어진 지속적인 공부와 취재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남다른 내공을 쌓았다. 현재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감염병계의 허준’, ‘코로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와 같은 별명을 얻으며 연일 바쁜 방송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신동에 거주하는 고양의 이웃이기도 한 그를 백석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문지식과 전달력을 겸비한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국내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 현 시점에서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의 상황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심스레 예측하자면, 대구경북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다가 어느 선에서 정점을 찍고 1~2주 사이에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 사이에 다른 곳에서 대구경북과 유사한, 규모가 큰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서울·경기지역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번졌을 때, 전국에서 감염자가 76만 명이었다. 당시는 백신 치료제가 나와서 치사율을 확실히 낮출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아직 백신이 없다. 전국적 감염국면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감염병의 위험성을 측정할 때, 전파력과 살상력(치사율)을 함께 봐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두 측면에서 설명해 달라.

감염자 1명이 평균 몇 명을 감염시킬지를 예측하는 숫자를 감염 재생산지수(이하 R0)라고 부른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의 R0가 2.2 정도라고 알려졌다. 일반적 여건에선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신종플루보다는 조금 낮고, 메르스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R0는 사람들의 생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신천지 집회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R0가 12까지 치솟는다. 그래서 이번에 대구경북에 대량감염 사태가 나온 것이다. 당분간은 종교집회를 비롯한 밀집도 높은 모임을 가급적 중지해야 한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전파력에 비해 살상력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사스나 메르스만큼 무서운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살상력은 전파력과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됐는데도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전파를 많이 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우한이나 후베이성의 경우 선전포고 없이 얻어맞다 보니 우왕좌왕하며 희생자들이 많아졌지만, 중국에서도 후베이성 바깥에서는 치사율이 0.8% 정도에 머문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체계가 훨씬 잘 돼 있어 더 낮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봐도, 청도 대남병원이라는 특수한 경우에서 발생한 사망자를 예외로 한다면, 치사율이 아주 낮아진다.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당연히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사회적 염려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신종플루의 경우와 비교해 또 하나 긍정적인 점이 있다. 신종플루 때는 학교를 통한 10대 감염자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10대 이하 감염자가 거의 없다. 중국도 10살 미만 사망자가 없다. 젊은 사람들은 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앓다가 회복되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신호다.


▶환자수는 급증하는데 의료시설은 부족하다. 선별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나.

맞다. 감염자 10명 중 8명은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도 된다. 문제는 위험이 예측되는 나머지 2명이다. 평소 기저질환이 있거나 위험성이 높은 고령환자, 또는 임신부 감염환자 등을 따로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앞으로 1~2주 방역이 고비
수도권 집단감염 방어가 관건

한국 방역당국 역량 세계 최고
언론의 정치적 공략 자제 필요
생태계 파괴, 근본대책 성찰해야


▶우리나라 방역당국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치밀한 역학조사나 빠른 진단역량만 놓고 보면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감염우려가 있는 대상자들을 적극적으로 추적해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단 검사횟수가 많고, 빨리 검사하고 빨리 조치한다. 확진자가 많다는 건 검사를 많이 해서 많이 찾아냈다는 뜻이다.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차단하고 있다고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대구·경북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항상 방역에는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신천지 변수는 정말이지 아무도 예측 못한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너무 큰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방역당국의 조치에 신뢰와 응원을 보낼 만하다.
 

▶방송에서 마스크 대란이 연일 보도된다. 어떻게 봐야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필터가 촘촘한 KF80, KF94 마스크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소비라고 생각한다. 빨아서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면마스크만 제대로 써도 충분히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종플루 때를 생각하면, KF 마스크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고, 다 면마스크나 1회용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물론 성능이 향상된 마스크를 쓰면 좋겠지만, 꼭 그것만을 써야 되는 것처럼 기준만 높여 놓은 것 같다. 그 점에서는 방역당국이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조금은 세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론 보도를 짚어보자면, 재난 저널리즘은 기본적으로 선정적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세고 충격적인 보도 사례를 찾아가는 게 생리다. 문제는 일부 영향력 있는 언론이 코로나19 국면을 정권 때리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묻고 싶다. 물론 메르스 때처럼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막아놓는다면 정당한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용 자원과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도 정쟁의 소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 유통의 또 하나의 창이 소셜네트워크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국면만 놓고 보자면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 엉터리 정보와 과도한 공포심을 생산·유포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실 이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방역행정의 투명성을 만들어내는 데 내가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양가적 감정이 생긴다. 현재는 정보가 너무 과하게 투명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그 정보가 언론과 1인 미디어의 센세이셔널한 보도로 가공돼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퍼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특정 장소나 대상에 대한 낙인찍기를 양산하고 있다. 대중들이 방역의 주체로 긍정적으로 참여한다는, 정보 공개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낙인찍기 문제를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동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확진자와 동일한 시간에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 장소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화제가 됐는데, 기특하긴 하지만 그 앱은 쓸모가 없는 앱이다. 동선이 공개된 장소라면 오히려 방역작업이 이뤄진 곳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앱을 접근금지구역 식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넌센스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합의해 정보를 선별 공개하고, 정보공개가 의미하는 합리적 행동 매뉴얼도 함께 홍보가 돼야 할 것 같다.
 

▶과도한 공포도 문제지만, 과도한 불감증도 문제 아닌가.

우리 신체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부여돼 있다. 나 한 사람이 위생을 게을리하면, 내 주변의 공동면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요즘 상황에서는 손 씻으라고 하는데, 손 안 씻고 다니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결혼식장 집단 감염 사례가 있었는데, 아마도 뷔페 식사가 문제가 됐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바이러스균을 묻힌 손을 안 씻고 음식에 손을 대 다른 이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마스크보다 더 중요한 실천이 바로 손씻기다.

사실 시민의식 전반의 성숙도는 우리나라가 무척 높다. 많은 이들이 손씻기를 잘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은 올 겨울 부쩍 줄어든 감기와 독감환자 비율만 봐도 입증된다. 이처럼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동시에 확산되는 역동성이 한국사회의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행동수칙의 팁을 준다면.

몸 생각 하며 좋은 걸 찾아먹으려 하지 말자. 상식적으로 일상적인 건강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스트레스 덜 받고,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음식을 골고루 잘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특별한 음식을 찾아먹는다고 해서 갑자기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질 리 없다. 심리적으로는 과도한 염려를 조금은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KF마스크 사려고 줄 서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마음 편히 잘 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코로나19와 같은 또 다른 신종 유행병이 반복해서 나타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코로나19’로 이름을 붙인 게 의미심장하다고 본다. 앞으로 코로나25, 코로나30 등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견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다면 대응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가 국가적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한 덕분에 이번에 그나마 초기대응과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던져 준 경험 역시 보다 정교한 시스템 점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바이러스나 신종 인플루엔자 등이 나타났을 때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러한 신종 유행병의 근본 원인이 뭘까.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그리고 육식 중심의 식생활을 위한 가축의 집단사육, 흥미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도한 욕망 등이 연결된 결과가 아닐까.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인간 행태에 대해 전 세계가 함께 근본적 경각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지 않으면, 인류 문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심각한 질병 재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다행히 전파력은 높지만 살상력은 낮은 코로나19가 예행연습 기회를 준 게 아닐까. 이 경험을 어떻게 성찰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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