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쟁점>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과 과제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미래한국당 해산과 민주당의 위장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오마이뉴스>

[고양신문] 다가오는 4·15총선은 작년 연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선거다. 바뀐 선거제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당별로 국회의석수를 할당하되 그 의석수는 100%가 아니라 연동형 캡이 적용된 비례의석 30석에 한해 50%가 적용되게 된다. 정당득표율의 절반만 의석수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준연동형’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당초 소선거구제에서 외면 받아왔던 소수정당들에게 원내진입의 길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총선 한 달여를 앞두고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출현과 이에 맞선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 논쟁 등으로 인해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4·15총선의 큰 변수로 떠오른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이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개정안 핵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먼저 선거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작년 12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5석의 의석수를 종전과 같이 유지하되 비례의석 중 30석에 대해 캡을 씌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의 50%만 연동하는 방식)를 적용했다. 나머지 비례대표 17석에 대해서는 기존 병립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용어정리가 필요한데 기본적으로 정당의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령 A정당이 10%의 득표율을 얻을 경우 전체 300석 중 30석이 배분된다. 여기에서 만약 A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이 배출될 경우 나머지 20석은 해당 정당의 비례후보들로 채워진다. 반면 지역구 의원이 30명일 경우 해당 정당은 비례의석을 배분받지 못하게 된다(지역구 당선자 수가 지지율을 초과할 경우 초과의석에 따른 별도의 조정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추후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례의석 확보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 지역구 의석수에 버금가는 비례의석 숫자가 마련될수록 비례성이 높아지고 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모델로 검토된 독일의 경우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이 50대50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63.5대 37.5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비례의석수를 훨씬 초과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국회에서 마련된 방식이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기존 연동형과 달리 정당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 중 50%만 배분되는데 앞서 예로 든 것처럼 A정당이 10%를 얻을 경우 30석이 아닌 15석을 얻게 된다. 여기에 여야 간(당시 한국당 제외)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연동형 캡’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비례의석 47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캡(상한선)’을 씌워 ‘준연동제’를 적용한다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 시행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바로 이 비례의석 30석의 행방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자.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의 근본 취지는 무엇일까. 심상정 정의당 대표(고양갑 국회의원)가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행 선거제도는 ①대량의 사표를 유발하고 ②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불일치를 심화시키며 ③지역별로 지배적인 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수를 독점하는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재생산하고 있는 ④민의를 올바르게 대변하고 ⑤다양한 정책과 이념을 지닌 정당의 의회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심 대표는 개정안 통과 이후 국회에서 “이번 선거법 개정은 봉쇄된 청년의 미래를 열고 국민의 지지와 의석수의 현격한 괴리를 부분적으로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거대양당으로 수렴되던 제도가 이제 주권자의 뜻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은 것이고 민심에 의한 다양한 정치변화의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거대양당구조로 고착화된 한국의 기존 정치체제가 다양한 정당들이 참여하는 연정체제로 바뀌는 첫 단추를 꿰게 됐다는 의미다. 

변화된 선거제도가 실제로 이번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정선거법을 4년 전 20대 총선결과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참여연대가 제작한 21대 국회 의석수 계산프로그램 활용). 먼저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경우 각각 8석과 11석이 줄어든다. 반면 지역구 의석수에 비해 정당지지율이 높았던 국민의 당과 정의당의 경우 각각 14석과 5석이 늘어나는 결과를 나타냈다. 여기에 3% 이상의 정당득표율만 얻게 되면 소수정당도 연동형 캡이 적용된 30석 내에서 비례의석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미약하게나마 다당제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지난 지방선거에 적용해 봐도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병민 비례민주주의연대 고양파주 운영위원장이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석수는 기존 21석에서 16석으로 줄어드는 한편 정의당의 의석수는 2석이 늘어난다.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바른미래당의 경우에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2명의 시의원이 의회에 입성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고양시 시의회 구성만 놓고 볼 때 민주당이 정당지지율에 비해 과대대표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국회뿐만 아니라 시의회 또한 정당구성이 다양해지고 민의가 올바르게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선거개혁취지 왜곡하는 위성정당
이번 선거법 개정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총선 한 달여를 앞두고 새로운 갈등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개정된 선거법의 허점을 겨냥해 비례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래통합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해당 지지층이 정당투표를 미래한국당에 줄 경우 준연동형 30석 중 상당수를 가져가게 돼 결과적으로 원내 1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사표방지와 소수정당 기회제공이라는 당초 제도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연동형비례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시뮬레이션 결과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30석 중 2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예상돼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급해진 쪽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다. 4+1공조를 통해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수통합세력에게 원내 1당 지위를 뺏기게 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한국당과 같은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기적으로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반대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어 오히려 지역구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재 여당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미래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해 진보개혁 시민사회에서 준비 중인 (가칭)‘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녹색당 등 다양한 소수진보정당들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해 비례의석을 확보한 뒤 참여한 정당들에게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민주당 측은 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례연합정당'합류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의견수렴해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무게감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며 "늦어도 11일까지 (투표 시점 등에 관해)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투표를 통해 합류결정이 통과될 경우 독자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현재 당선이 예상되는 6~7명 정도의 비례대표 후보들을 비례연합정당으로 '파견'해 후순위로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조차도 선거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이 여전한데다가 정의당 등 일부 진보소수정당들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선거 막판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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