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특별인터뷰> 고양시 코로나19 대처 어떻게 하고 있나?

▲ 코로나19에 대한 지자체장들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선보인 이재준 고양시장은 “지금까지 시행한 고양시의 선제적 조치로 ‘보건소 내 화상진료’와 취약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집단격리)’를 한 달 전부터 유연하게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 진료소, 예방효과 커
대책본부 전 회의 속기록으로 남겨
안심구급차, 예방적코호트도 시행
“적극적 검진만이 확산 막을 수 있어”


[고양신문]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요구와 대책들이 나오면서 지자체장들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총선 기간을 지자체장의 시간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고양시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발빠르게 선보이면서 선별진료가 필요한 시민들 입장에선 지자체의 행정서비스에 매우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1월 말부터 고양시만의 다양한 대책을 실천해오고 있다”며 “보건소 내 화상진료와 취약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집단격리)를 유연하게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 한줄 아이디어를 공모해 가능한 아이디어라면 적극 도입할 생각이다”라며 “주저하지 않고 지역 상황에 가장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시장은 “정부가 지자체에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권한을 더 줬으면 한다”며 “지역에 맞는 대응전략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부분별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할 사안과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구분시켜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5일 이재준 고양시장을 만나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자체 차원의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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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 대해 BBC와 CNN 등 외신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떻게 시작됐나.

고양시 재난대책회의와 감염역학 전문가 회의 등에서 착안했다. 전국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로 널리 알려지면서 최초 아이디어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기사도 봤다. 아이디어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 옥석을 가려내 곧바로 실천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안심카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것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차를 타고 진료를 받는 것이 획기적인 이유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 선별진료소는 검체채취를 할 정도로 강하게 의심되는 환자가 방문한 뒤에는 진료소 내부를 모두 소독하고 일정 시간을 비워둬야 한다. 또 의료진도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이런 매뉴얼로 진행되다 보니 검체를 채취하고 다음 사람을 진료하는 데 2시간을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안심카 진료는 차량 내부에서 모든 진료와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검체채취가 끝난 뒤 곧바로 다음 의심환자의 검체채취가 가능하다. 매우 혁신적인 방법이란 것을 실제로 증명해 냈다.

 
▪ 고양시의 현재 선별진료소 방문자 수는 어느 수준인가.

일주일 전 연달아 4명의 고양시민이 확진자로 발표되면서 선별진료소 방문자 수가 하루 약 70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현재(3월 5일)는 다시 200명대로 줄어들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방문자 수가 많았던 이유는 고양시민 외에도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 인근 지자체에서 고양시 선별진료소를 찾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지자체도 선별진료소를 확충하면서 고양시를 찾는 분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은 줄었지만 고양시 자가격리 대상자는 줄어들지 않고 8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 대책본부의 회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고양시는 대책본부를 가동하면서 모든 회의에 속기사가 참석해 기록하도록 했다. 속기사가 못 오는 장소는 녹음해 두고 나중에 기록한다. 이런 재난 상황이 또 벌어질 것을 대비해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누가 어떤 대안을 내놨고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됐는지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일한 재난이 닥쳤을 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인터뷰는 5일 이재준 고양시장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외에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대처방안에는 무엇이 있나.

고양시 대책 중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중 하나가 ‘화상진료’다. 의심환자와 의료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화상진료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상진료는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유선을 통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 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로,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한시적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2월 말부터 전화진료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편집자 주)

고양시는 약간의 편법으로 사태가 발생한 초기인 2월 초부터 화상진료를 실시해 왔다. 고양시는 보건소 내에서 모니터와 태블릿 PC를 활용해 선별진료소 방문자에 한해 화상진료를 진행해 왔다. 편법이라고 말한 부분은 근거리인 보건소 내부에서만 했다는 점이다. 담장 밖으로 나가서 하지 않았다. 행정시스템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의료진의 피로도를 최소화해 의료 집중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화상진료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또 다른 고양시만의 대책이 있다면.

코로나 의심환자를 수송하려면 구급차가 필요한데, 고양시 전역에 있는 구급차 중 5대를 선별해 전담차량으로 배치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이송하는 데는 이 5대의 차량만 활용한다. 현재 대형병원에서 일반 외래와 호흡기 외래를 구분해 ‘안심 외래진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의심환자와 일반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주기위해는 공간(차량)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심 구급차’ 개념이다. 따라서 고양시민이 구급차를 이용하실 경우 혹시 코로나 환자가 탔던 차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 이재명 도지사가 예방적 코호트(집단격리)를 실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고양시는 어떤가.

고양시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1월 말부터 해왔던 조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월 1일 감염자가 없는 취약시설을 외부 감염 유입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보호하기 위해 격리하는 예방적 코호트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편집자 주) 이 지사가 지시한 내용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약간의 논란도 있다. 경기도 방안은 해당 시설에 대한 모든 출입을 봉쇄하는 것인데, 고양시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1월 말부터 예방적 코호트를 유연하게 시행해 왔다. 고양시는 설연휴 이후 모든 어린이집과 사회복지시설에 외부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학부모의 어린이집 방문도 출입문 앞까지만 가능하도록 지시했다. 불특정 외부인의 방문으로 인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 대구처럼 지역사회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나.

철저한 방역관리로 지역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하고 있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서삼릉청소년야영장을 포함해 약 100실의 공동 격리시설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자가격리가 힘든 분들이 늘어난다면 지자체 차원에서 이분들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의 상황을 고려해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도 대비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는 경증환자 생활치료시설도 미리 준비하고 알아보는 중이다. 병상부족 문제를 대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고양시 4개 대형병원 원장, 고양시의사협회 등과 함께 회의하면서 이런 내용들을 조율하고 있다.


 ▪ 마스크 공급에 대한 불만이 높다. 고양시는 어떤가.

공적 마스크는 국가에서 관리·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관여할 수는 없다. 현재 고양시에는 하나로마트와 약국에 하루 5만 장 이하의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다. 지자체로 지원되는 물량은 중단된 상태다. 고양시는 사태 초기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는 생각으로 고양시가 보유하고 있던 마스크 90만 장을 거의 소진한 상태다. 2월 초부터 동사무소,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줬다. 이렇게까지 장기화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조치였다. 대신 고양시가 가지고 있던 90만 장의 마스크는 시민들이 잘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스크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지자체장으로서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은 천 마스크로를 빨아서 재사용하는 방법을 권해드린다. 저 또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천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 고양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공무원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양시는 타 지자체에 비해 의료시설이 잘 확충돼 있어 효과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조기에 발견하면 100% 완치가 가능하다. 자신의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진을 받길 권유 드린다.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대처가 가족을 보호하고 지역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시민 여러분들의 높은 시민의식에도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여러 시민단체와 기업에서 다양한 봉사와 기부를 실천해 주시고 있다는 데에 놀라고 있다.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하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숫자나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다함께 난관을 극복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고양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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