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상만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21대 총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에도 4개의 지역구에서 각 당의 후보들이 공천을 받으며 대형 현수막을 걸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느 선거 때와 달리 소극적인 유권자 접촉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 본격적인 시기에 돌입하면 그 열기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국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 3주체 중 하나인 입법기능을 가진 국가기관으로서 우리 국민 전부에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국회에 대해 국민들이 보내는 신뢰는 어떤가?

지난 2019년 9월과 10월 사이에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일반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4점 만점에 의료기관(2.6)이 가장 높았고 다음은 교육기관이 2.5점으로 높았다. 그런데 하위 순서로는 경찰(2.2), 신문사(2.2), 검찰(2.1)에 이어 국회가 가장 낮은 1.9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낮은 신뢰도를 받은 것이다. 과연 이 조사는 사실일까. 국회가 가장 꼴찌라는 사실이 자못 충격적이었다.

그럼 혹시 국회라는 기관 평가가 그렇고 거기에 몸담고 있는 국회의원의 신뢰도는 좀 다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소비자 시장조사 전문 브랜드인 <트랜드 모니터>에서 2019년 실시한‘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공인’의 조사 결과는 적어도 그랬다. 39.1%가 ‘정치인’이라고 답한데 이어 ‘국회의원’은 가장 꼴찌인 39.8%가 가장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 역시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국회의원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국내 7대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10년 연속 ‘정치인’이 꼴찌를 기록했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스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걸 토대로 치열한 예비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고 그후엔 다시 본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비로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인데 정작 당선되고 나면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이기에 이렇게 낯부끄러운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답은 ‘품격 있는 국회’에 있다고 본다.

품격 있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약속이 필요할까. 첫째는 ‘약속의 실천’이다. ‘급한대로 가져다 쓰는 약속’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내 놓은 약속(공약)은 반드시 지키는 정치적 도의, 그리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양심껏 그 책임도 지는 염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막말 정치 근절’이다. 지난 20대에서 듣게 된 국회의원의 막말은 정말 끔찍했다. 국회 안팎에서 행한 거침없이 몇몇 국회의원의 막말은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국회의원을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각인시켰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국회의원다운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동네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니다. 동네 일은 그 동네 기초의원이 해야 할 일이다. 광역은 광역 의원이, 그리고 기초단체는 그 단체장이 할 일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각각 선출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국회의원이 정작 자기 할 일인 국가 일이 아니라 기초와 광역의원, 그리고 단체장이 할 일을 자기가 다 하겠다며 뽑아 달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다만 국회의원은 원래의 역할을 하는 그 분들을 도와 그들이 잘할 수 있게 중앙에서 필요한 역할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다. 지난 선거에서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막말하는 사람을,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법안 하나 발의 안하고 국정을 바르게 감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을 뽑지 않는 것, 그 권리를 가진 사람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그런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21대 총선, 이번에는 대한민국 국회에 품격 있는 의원들이 가득차기를 소원한다. 우리가 그걸 하자. 우리가 그런 품격 있는 대한민국 국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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